우즈베키스탄 버스에 탑승한 것 보다 중요한 것은 태극기였다.
손흥민은 27일 인도네시아 자와바랏주 브카시의 패트리엇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남자 축구 8강 우즈베키스탄과의 경기에서 연장 접전 끝에 4-3으로 승리한 후 우즈벡의 버스에 올랐다.
이날 경기에선 우즈벡의 에이스인 이크로미온 알리바예프가 연장 전반 막판 경고누적으로 퇴장당하며 분위기가 다소 험악해지기도 했다.
우즈벡 선수들은 심판에게 강한 항의를 했지만 분위기는 좋지 않았다. 우즈벡은 경기 후 격양된 모습을 보였다. 심판판정에 대한 불만이었다. 실제로 경기를 마친 뒤 우즈베키스탄 언론인들은 기자회견서 '퇴장'에 어떤 의견을 갖고 있는지 물어보기도 했다. 김학범 감독은 "할 말 없다"며 질문을 일축하기도 했다.
따라서 경기 후 상대 버스에 올라탄 것은 이해하기 힘든 부분도 있다. 열심히 싸운 상대에 대해 고마움을 표시하는 것일 수 있지만 반대로 생각해 보면 불유쾌한 행위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밝혀진 상황으로 보면 손흥민은 별 일 없이 버스에서 내렸고 한 가지 더 세심한 모습을 보였다.
선수들이 퇴장하는 곳에 떨어져 있던 태극기를 들고 관계자에게 넘겼다. 그는 방송된 동영상에서 "떨어져서"라며 태극기를 건네고 대표팀 버스에 올랐다.
분명 의외의 상황이었다. 쉽게 예측할 수 없었다. 하지만 손흥민은 점점 배워 나가고 있다. 아시안게임 출전이 단순히 병역혜택만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는 것과 같다.
다만 일반적으로 알려지지 않은 행동은 본인의 의도와는 다르게 상대에게 비춰질 수 있다. 그라운드 안에서 상대를 안아주며 격려를 하는 것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이미 손흥민은 경기장에서 패한 상대에게 격려하는 모습을 자주 보여왔다. 언제나처럼 응원하는 모습은 아름답다.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상대의 생각은 다를 수도 있음 또한 고려해 볼 필요는 있다. / 10bird@osen.co.kr
[사진] 버카시(인도네시아)=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