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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 100대 프랜차이즈 CEO 열전] (4) 양진호 못된고양이 대표 | 다품종(약 3만가지)·가성비 ‘갑’…‘액세서리계의 다이소’

  • 노승욱 기자
  • 입력 : 2018.08.27 10:33:40
2남 5녀 중 여섯째, 무작정 상경해 막일로 가족을 부양한 아버지, 고등학교 때까지 도시락 반찬은 언제나 김치….

먹고사는 문제에 일찍 눈뜨게 된 양진호 못된고양이 대표에게 ‘장사’는 운명이었다. 중학생 시절부터 신문과 우유를 배달하고 리어카를 끌고 다니며 행주와 장갑, 화장지를 팔았다. ‘손 없는 날’이면 학교 대신 이삿짐센터에 나갔다. 일당이 신문 배달 월급과 맞먹음을 알고 나서다. 전역 후에는 당시 핫플레이스던 서울 종로에서 호프집 알바를 하다 노점상의 세계에 본격 입문했다. 리어카를 개조해 피넛 크래커와 액세서리를 팔고 겨울에는 따뜻하게 지내려 군고구마 장사도 겸했다.

그러던 중 전 재산을 투자한 구두 장사가 실패, 충남 당진에 내려가 전기공사 하청업체에서 일했다. 문득 도시가 그리워져 매형이 운영하던 남성복 브랜드 협력업체에 들어가 그의 주특기를 살려 판매를 담당했다. 여기서 모은 돈으로 다시 종로3가에서 액세서리 가게를 열었다. 구두는 사이즈별로 재고를 쌓아둬야 하고 한 켤레씩만 팔 수 있었지만 액세서리는 한 명이 너댓 개도 사가는 게 매력적이었다. 반품 없는 조건으로 도매가 1000원 넘는 제품을 600원에 떼와 싸게 팔았다. IMF 외환위기 이후 지갑이 얇아진 시기여서 대박이 났다. 1999년, 그의 나이 29세 때 일이다.

이후 가게 3개를 운영하며 승승장구하던 그는 액세서리 납품업체 직원에게 사업 제안을 받고 2008년 프랜차이즈 ‘못된고양이’를 시작했다. 그리고 2018년 8월 기준 국내 133개, 해외 17개 매장을 운영하는 액세서리 분야 1위 기업으로 성장했다. 2015년부터 4년 연속 ‘매경 100대 프랜차이즈’에 선정됐다.

1970년생/ 경희대 경영학과/ 동 대학원 최고경영자과정/ 2008년 못된고양이 대표(현)/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 부회장(현)/ 대한민국 창업대상 국무총리상/ 미래창조경영우수기업 고용노동부장관 표창/ 납세자의 날 모범납세자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 표창

1970년생/ 경희대 경영학과/ 동 대학원 최고경영자과정/ 2008년 못된고양이 대표(현)/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 부회장(현)/ 대한민국 창업대상 국무총리상/ 미래창조경영우수기업 고용노동부장관 표창/ 납세자의 날 모범납세자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 표창



Q 평생 장사꾼으로 살아오셨습니다.

A 장사는 저의 타고난 운명인 것 같아요. 어려서부터 ‘파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없었어요. 다양한 사람을 만나는 것도 재미있고요. 저는 ‘할 일 없으면 장사하라’는 말을 제일 싫어합니다. 장사는 변호사, 의사처럼 ‘전문직’이에요. 전 세계 어디를 가도 써먹을 수 있고 요즘같이 자동화된 시대에도 꼭 필요한 기술(skill)이죠.

Q 못된고양이의 성공 비결은 무엇인가요.

A 우선 시장 트렌드를 빨리 읽고 제품화를 해냅니다. 액세서리는 유행이 빨리 바뀝니다. 젊은 여성 소비자는 늘 새로운 것을 원하거든요. 이전까지 1000개 팔리던 게 900개, 800개로 서서히 줄지 않아요. 어느 순간부터 갑자기 확 안 팔리죠. 그래서 못된고양이는 정말 ‘특A급’이 아니면 아예 공장에 재주문을 안 합니다. 전 제품의 최소 20%, 주얼리는 50% 이상 매달 새로운 제품으로 물갈이를 합니다. 당연히 웬만하면 대량생산을 하지 않아요. 다품종 소량생산으로 빨리 소진하는 것을 지향하죠.

가성비도 훌륭합니다. 안전을 위해 80% 이상 국산 제품을 쓰면서도 낮게는 1000원, 비싸도 1만원을 넘지 않아요. 300여개에 달하는 협력업체에 3~5개월 걸리는 어음 대신 일주일 안에 바로 결제를 해주고 보다 저렴하게 납품을 받거든요. 지난 10년간 한 번도 어음 결제를 해본 적이 없습니다.

제품 안전성도 주효했습니다. 못된고양이는 전 제품이 ‘무(無)납·무니켈·무카드뮴’ KC인증을 받아요. 기존 액세서리 시장은 생산 원가를 낮추기 위해 신체에 유해한 납, 니켈, 카드뮴을 쓰고 짝퉁 제품도 엄청나게 많습니다. 품질관리가 엉망이에요. 저희도 그렇게 하면 1000~5000원 더 가격을 낮출 수 있어요. KC인증 안 거치면 더 빨리 팔 수 있고요. 그랬으면 연 매출 수준이 달랐을 것입니다. 하지만 못된고양이가 추구하는 가치는 ‘건강하게 예뻐지는 시간’이에요. 액세서리 업계는 아직 영세해서 정도(正道) 경영이 어렵지만 그래도 정도 경영이 아니면 회사를 키울 수 없죠.



Q 주로 어떤 제품이 잘 팔리나요.

A 주얼리는 귀고리, 목걸이, 팔찌, 반지 등인데 매출의 80% 이상은 귀고리에서 나옵니다. 100% 국산 제품인 양말도 반응이 아주 좋아요. 올해는 총 500만족이 팔릴 전망입니다. 우리 국민 10명 중 1명은 못된고양이 양말을 신는 셈이죠. 이 밖에도 스마트폰 케이스, 셀카봉 등 주변기기나 각종 패션 소품 등을 취급합니다. 셀카봉은 못된고양이가 로드숍에서 처음 판매해 대박이 난 상품입니다.

못된고양이의 주 고객층은 10~40대 여성으로 연령층이 매우 넓습니다. 10년 된 브랜드다 보니 중고생, 대학생 때 샀던 이들이 아이 엄마가 돼서 가성비에 만족하고 매장에 다시 찾아옵니다.

Q 프랜차이즈 사업 시작 후 일찌감치 해외에 진출했습니다.

A 액세서리는 국가별 소비자 취향이 크게 다르지 않더군요. 동양권은 대체로 작고 예쁜 것을 선호하는 양상이 비슷해요. 2010년 38억원을 들여 대만에 지사를 내고 직접 진출한 게 시작인데 처음에는 한국보다 더 잘됐어요. 그런데 동남아시아는 습하다 보니 제품이 금방 변색되더라고요. 기후 차이를 생각 못한 거죠. 결국 다 정리하니 600만원 남았더군요. 실패 경험을 발판 삼아 현지인이나 교포 사업가와 총판 형태로 다시 도전했습니다. 현재 필리핀(가맹점 10개), 하와이(3개), 싱가포르(2개), 캄보디아(2개) 등에 진출해 있습니다. 일본, 태국, 베트남 시장 진출도 준비 중입니다.

Q 최근 200여명의 신입사원을 채용했습니다. 프랜차이즈 기업으로서 고용 규모가 상당합니다.

A 본사 직원은 원래 70~80명 수준이었어요. 지난해부터 특수상권 위주로 직영점이 늘어나며 직원을 더 뽑았죠. 지난해 기준 본사 매출 420억원인 중소기업이 이만큼 고용을 창출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못된고양이는 1년만 지나면 다 정규직으로 전환하고, 비정규직도 정규직과 급여 체계가 똑같아요.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을 지킵니다.

Q 사업을 하면서 애로사항이 있다면요.

A 원칙을 지키면서 사업을 하는 노력을 정부와 소비자가 알아줬으면 합니다. 사실 시내 지하상가나 노점에서 파는 액세서리 제품의 대부분은 짝퉁이고 유독 물질이 많이 섞여 있어요. 무자료 거래도 성행하죠. 저렴하다고 그런 데서 샀다가는 건강에 해로울 수 있고 피해보상도 힘듭니다. 또 정부는 그런 가게는 영세하다는 이유로 시료 채취도 안 하고 프랜차이즈 매장만 와서 단속을 해요. 저희는 자료를 다 공개하고 훨씬 협조적이니까요. 행정편의주의죠. 원칙을 지키려다 오히려 역차별을 받고 있는 셈입니다.

Q 향후 경영 계획을 말씀해주세요.

A 해외 진출에 집중할 계획입니다. 국내 액세서리 시장은 저변이 좁아서 가맹점 100개면 외식 프랜차이즈 가맹점 1000개와 맞먹거든요. 그동안은 해외에서도 가맹점 위주로 출점했는데 앞으로는 해외 브랜드와 합작해서 숍인숍 형태로 진출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 중입니다. 가맹점을 출점하면 금방 매출을 늘릴 수 있지만 사업을 확장하는 데는 한계가 있어요. 그보다는 현지 사업가와 파트너 관계를 맺는 것이 더 유리하죠. 또 언젠가는 서양권에도 진출할 계획입니다.

서양은 동양과 달리 체구가 크고 파티 문화가 있어 화려한 제품을 선호했는데 요즘은 SNS와 글로벌화 때문에 동서양 소비자 취향이 서로 비슷해지고 있거든요. 조금 천천히 가더라도 역량 있는 파트너와 함께 차근차근 키워나가려 합니다.

[노승욱 기자 inyeon@mk.co.kr / 사진 : 최영재 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973호 (2018.08.29~09.04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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