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주말에도 비서관 불러내 ‘서래마을 데이트 비용’ 결제 시켜읽음

강진구·김찬호기자

함승희, 강원랜드 법인카드 3년간 내역 살펴보니

함승희 전 강원랜드 사장이 2017년 6월 해외출장을 가기 위해 ‘포럼 오래’ 손모 국장과 함께 인천국제공항에서 대기하고 있다.

함승희 전 강원랜드 사장이 2017년 6월 해외출장을 가기 위해 ‘포럼 오래’ 손모 국장과 함께 인천국제공항에서 대기하고 있다.

함승희 전 강원랜드 사장(67)의 3년간 법인카드 사용내역은 공정과 청렴을 강조해온 그의 평소 언행과는 너무나 다른 ‘또 하나의 얼굴’을 보여준다. 지난해 4월 함 전 사장은 전임자 시절 이뤄진 강원랜드 채용비리를 검찰에 고발한 후 “미개한 범죄가 발생했다”고 사과문을 발표했다. 하지만 거의 주말마다 비서진을 대동하고 30대 여성과 만나 밀회를 즐기며 법인카드로 데이트 비용을 결제한 함 전 사장 역시 ‘미개한 공기업 사장’이기는 마찬가지였다.

사장이 손씨와 레스토랑 가면
비서들 주변에서 대기했다 결제
족발 맛집 등 배달 음식 주문도

26일 경향신문은 강원랜드에 정보공개 신청해 받은 3년치 법인카드 사용내역 총 1694건을 요일과 지역별로 나눠 분석했다. 그 결과 함 전 사장의 자택과 30대 여성의 빌라가 있는 서울 반포동과 방배동 서래마을 인근에서 총 314회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강원랜드 서울지사가 있는 역삼동에서 사용한 횟수(146회)의 2배가 넘는다.

시기별로 보면 함 전 사장이 2014년 11월14일 취임한 뒤 한 달간은 거의 강원도 정선에서만 카드 사용이 이뤄졌다. 그러다 토요일인 2014년 12월6일 처음으로 서울에서 법인카드 사용내역이 발견된다. 장소는 서울 방배동 카페베네. 결제시각은 이날 0시19분, 사용금액은 1만1000원. 커피 2잔 정도의 가격이었다. 함 전 사장이 금요일 강원랜드에서 서울로 출발해 누군가와 단둘이 심야시간대에 방배동 카페에서 시간을 보낸 것이다.

2016년 신라호텔 식사비 60만원
아이스하키 선수와 식사했다는데
홍보실조차 먹은 사람 확인 못해

시일이 지나면서 주말에 방배동 서래마을 근처에서 법인카드로 결제한 액수는 커지기 시작했다. 2015년 9월26일 ‘스시이루’에서 16만8000원, 12월6일 ‘토마토레드라싸부어’에서 31만5000원, 2016년 1월23일 ‘화’에서 31만5000원, 2월13일 ‘스시하코’에서 28만7000원이 결제됐다. 2015년 11월24일 서초동 ‘아이모나디아’에서 45만원이 서울사무소 회식비로, 2016년 3월29일 신라호텔에서 60만원이 아이스하키 선수단 격려를 위한 식사비로 지출됐다. 하지만 강원랜드 홍보실은 당시 함 전 사장과 함께 식사한 서울사무소 직원이나 아이스하키 선수를 한 명도 확인하지 못했다.

기자는 법인카드 사용내역을 확인하기 위해 함 전 사장을 그의 자택 근처에서 만났다. 기자는 ‘강원랜드 서울지사는 역삼동에 있는데 왜 이렇게 주말에 방배동, 반포동, 서초동에서 잦은 결제가 이뤄졌느냐’고 물었다. 함 전 사장은 “내 집이 반포동에 있다. 여기는 내 ‘나와바리’(자신만의 친근한 영역)다. 워낙 여기 맛집들을 잘 아니까 주말에 외부손님들을 접대하기 편하다”고 했다.

[단독]주말에도 비서관 불러내 ‘서래마을 데이트 비용’ 결제 시켜

기자는 함 전 사장의 해명 내용을 확인하기 위해 예전 비서진이나 강원랜드 직원들에게 같은 질문을 던졌다. 이들은 모두 “사장님이 직접 이유를 설명하지 않더냐”고 반문했다. 함 전 사장으로부터 들은 설명을 얘기해주자 대부분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이들에 따르면 함 전 사장이 주말마다 서래마을 부근에서 법인카드를 사용한 배경에는 30대 여성 손모씨(38)가 있었다. 손씨는 함 전 사장이 강원랜드 사장이 되기 전 만든 ‘포럼 오래’에서 2011년부터 사무국장으로 일하던 인물이다. 경향신문이 직접 서래마을 현장을 방문한 결과 손씨 빌라를 중심으로 도보 3분 거리 내 업소에서 법인카드를 사용한 횟수가 115회나 됐다. 이 중 81회가 주말에 사용됐다.

업무상 접대보다는 생필품 장을 본 것으로 의심되는 빵집 ‘메종엠오’(27회), 과일가게 ‘총각네반포서래점’, 유기농 식료품점 ‘올가홀푸드’(3회)에서도 법인카드 결제가 이뤄졌다.

주말엔 서래마을 근처 결제 급증
빵집·과일가게·식료품점이 다수

강원랜드 직원 ㄱ씨는 “함 사장 지시로 운전기사와 비서들은 거의 매주 금요일이면 손씨가 살고 있는 서울 방배동 빌라로 가야 했다”고 말했다. 그는 “사장님이 손씨와 함께 레스토랑, 카페에서 시간을 보내다 나오면 비서들은 주변에서 대기하고 있다가 법인카드로 결제를 하고 근처에 있는 사장님의 반포동 집으로 모셔다 드리는 게 주요 임무였다”고 했다.

ㄱ씨는 “사장님이 금요일 밤 늦게 시간을 보낸 후 다시 토·일요일에도 손씨를 만나면서 비서를 불러내는 통에 비서들은 주말에도 제대로 쉬지 못한 것으로 안다”고 했다.

또 다른 강원랜드 직원 ㄴ씨는 법인카드 사용내역을 훑어보던 중 리츠칼튼, 그랜드 하얏트호텔, 센트럴호텔 등에서 사용한 수십만원대의 결제내역이 눈에 띌 때마다 “여기도 사장님이 손씨와 1인당 10만원이 넘는 식사를 하던 곳”이라고 지적했다. ‘어떻게 그걸 아느냐고’ 묻자 “내가 법인카드를 직접 결제한 곳인데 그걸 모르겠느냐”고 했다.

ㄴ씨는 “사장님이 계신 3년간 비서들은 강원랜드 직원이 아니라 ‘몸종’에 불과했다”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는 법인카드 사용내역 중 서울 장충동 족발집, 사당동 시골보쌈집이 나오자 “여기는 사장님 가족들이 좋아한 단골집으로 내가 음식을 포장해 집으로 배달을 했던 곳”이라고 했다. 그는 “한번은 일요일에 쉬는데 사장님이 전화로 ‘아들이 역삼동의 ‘쉑쉑버거’를 먹고 싶어 한다’고 해서 2시간 넘게 줄을 서서 사다준 적도 있다”고 했다.

<b>깨알 같은 포인트 적립</b> 함승희 전 강원랜드 사장이 2016년 6월 법인카드를 사용하고 받은 영수증. 30대 여성 손모씨 이름으로 포인트가 적립돼 있다.

깨알 같은 포인트 적립 함승희 전 강원랜드 사장이 2016년 6월 법인카드를 사용하고 받은 영수증. 30대 여성 손모씨 이름으로 포인트가 적립돼 있다.

함 전 사장의 직원들에 대한 ‘갑질’은 그뿐만 아니었다. 손씨는 반려견을 데리고 수시로 카지노 지하 1층에 있는 사장실을 드나들었다. 함 전 사장과 손씨가 외출을 나간 사이 비서진은 반려견을 돌봐야 했다.

함 전 사장과 손씨 사이의 특수관계를 예전부터 잘 아는 ㄷ씨가 배경을 설명해줬다. 그는 “함 전 사장이 골프를 치다가 손씨가 전화로 신경질을 내면 도중에 서울로 달려갈 정도로 눈치를 엄청 봤다”며 “손씨가 반려견을 워낙 애지중지하니까 반려견을 데리고 오지 말라고 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손씨가 데리고 온 반려견을 직원들이 호텔 애견센터에 맡긴 적이 있는데 손씨가 ‘아이(반려견)가 이상한 환경에 너무 오랫동안 노출돼 이상해졌다’고 불평을 했다”며 “그 후로 반려견을 돌보는 것은 비서진의 일이 되었다”고 했다.

함 전 사장은 “내가 강원랜드 사장이 된 후 ‘포럼 오래’에서 1년에 한 번씩 의료봉사를 정선에서 했는데 딱 한 번 손 국장이 반려견을 데리고 온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ㄷ씨는 “손씨는 2~3개월마다 한 번씩 강원랜드를 들락거렸고 그때마다 반려견을 데리고 왔다”고 했다. 강원랜드의 또 다른 직원 ㄹ씨도 “손씨가 올 때마다 비서실 직원들이 반려견을 지키느라 점심시간에 쫄쫄 굶는 모습을 자주 봤다”며 “손씨는 하이원리조트 여자프로골프대회 공식 행사 때도 함 사장과 함께 헤드테이블에 앉아 직원들 사이에서 ‘저 여자는 누구냐’는 말이 많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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