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은 26일 아시안게임 야구 예선 라운드 대만전에서 1-2로 패했다. ⓒ연합뉴스

[스포티비뉴스=자카르타(인도네시아), 고유라 기자] 한국 야구 대표팀이 커다란 쇼크를 안았다.

한국은 26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게로라 붕 카르노 스타디움 야구장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예선 라운드 B조 대만전에서 1-2로 졌다. 한국은 인도네시아와 함께 B조 최하위에 위치하게 됐다.

한국은 이날 6안타를 쳤지만 점수는 4회 김재환의 추격 솔로포가 유일했다. 이날 선발인 우셩펑은 한국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우완 언더핸드였지만 완급 조절에 맥 못 추고 당하면서 1득점에 그쳤다. 한국 마운드는 양현종이 1회 투런포를 맞은 뒤 9회까지 무실점으로 힘을 냈지만 타선이 너무나 무기력했다.

무엇이 문제였을까. 먼저 부담이 컸다. 이번 대표팀은 실력으로 최강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여러 논란 속 "은메달을 따라"고 비난을 퍼붓던 이들조차 금메달을 예상했다. 최대 난적이던 일본이 사회인 야구 팀을 내보내면서 금메달을 못 딸 가능성은 더 줄었고 금메달은 어느새 대표팀에 '당연'한 결과가 됐다. 대표팀 코칭스태프는 입을 모아 "모두가 금메달을 딸 것이라고 예상하는 것만큼 압박감이 큰 일이 없다"며 선수들의 부담감을 우려했다.

게다가 미필 선수들에게도 이번 대회는 또 다른 의미가 있었다. 그들에게 이번 대회는 금메달을 따서 군대에 안 가면 2년의 시간을 프로에서 더 뛸 수 있는, 말 그대로 좋은 기회 정도의 의미가 아니었다. 이번에 논란이 된 미필 선수들은 나이 면에서 무조건 이번 대회에서 금메달을 따서 면제를 받아야 한다는 목적성이 있었다. 그 목적은 선수들에게 부담이자 수없이 쏟아진 비난의 원인이었다.

결국 선수들은 대회 전부터 언행 하나하나가 비판의 대상이 되며 제대로 얼굴도 펴지 못하고 훈련에 임했고 자카르타로 날아왔다. 그 위축된 몸과 마음은 대만전까지 이어졌다. 기회 때마다 선수들의 표정에는 자신감이 아닌 부담이 더 보였다. 선배들은 후배들의 짐을 덜어주기 위해 해결해야 한다는 마음이 컸고 후배들은 자신으로 인해 대표팀이 더 욕을 먹을까 하는 걱정이 커 보였다.

걱정에 걱정이 꼬리를 물자 규정, 구장 상황까지도 걱정의 일부가 됐다. 선동열 감독은 하루에 5번 있는 이슬람 기도 시간에 야구가 중단된다는 것과 조명탑이 낮은 것, 잔디 상태가 좋지 않은 것을 우려했는데, 야구를 중단시키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고 선수들은 너무나도 그라운드에 잘 적응했다. 섣불렀던 걱정은 야구장 밖의 사람들에게 엄살, 혹은 변명처럼 오해를 받기도 했다. 

결국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의 수그러든 마음은 최악의 결과를 낳았다. "결과를 봐달라"던 대표팀의 말은 이제 변명거리에 불과하게 됐다. 대만에 진 한국은 인도네시아, 홍콩을 꺾더라도 약체를 상대로 충격을 만회했다는 비난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슈퍼 라운드에 올라가서도 경우의 수를 따져야 할지 모를 '굴욕'까지 얻었다.

결국 모든 결과는 선수들이 감당해야 한다는 말은 그들에게 너무나도 가혹한 것일까. 대만전에 진다고 해서 금메달을 딸 가능성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이번 대만전 패배를 자극제로 삼아 앞으로 남은 경기에서 독기를 발휘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 독기가 왜 대만전에서는 생기지 않았는지, 온갖 걱정 속 혼자 너무 깊이 굴을 파고 들어가 세상에 귀기울이지 않은 것은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생긴 대표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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