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다시 만나요"..이산가족 상봉은 이어진다

공동취재단·CBS노컷뉴스 황영찬 기자 입력 2018. 8. 26. 1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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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5계기 이산가족 상봉행사 종료 "기약없는 이별"
"가지마라. 동생아 가냐. 가야하냐"
남북, 10월 말에 추가 상봉 협의
이산가족 상봉 정례화 기대감 ↑
제21차 남북 이산가족 상봉 행사 2회차 마지막 날인 26일 금강산 호텔에서 열린 작별 상봉에서 남측 조정기(67·오른쪽)씨가 북측 아버지 조덕용(88)씨 손을 잡고 마지막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황진환기자
"아이고, 가냐. 가지마라. 동생아 가냐. 가야하냐"

버스에 오른 동생 손을 잡아줄 때만 해도 덤덤한 표정을 지었던 남측 오빠 최시욱(84) 할아버지는 버스가 출발하자 오열하기 시작했다.

동생 손을 놓지 않으려 출발한 버스를 따라 뛰어가던 최 할아버지를 남측 관계자들이 막아서자, 할아버지는 "시연아!"라며 동생 이름을 부르며 눈물을 쏟아냈다.

26일 오후 1시, 마지막 작별 상봉이 끝났다는 안내 방송이 나오자 상봉장은 또다시 눈물바다가 돼 버렸다.

태어나 처음으로 남측 아들을 보게 된 북측 조덕용(88) 할아버지는 버스에 탄 채 대성통곡을 했다.

유복자로 자랐던 아들 조정기(67)씨는 아버지 손을 잡고 "오래 사셔야 돼. 그래야 한 번 더 만나지. 그러니까 꼭 그렇게 하세요"라고 소리쳤다.

버스가 움직이기 시작하자 조씨는 달려가며 계속 손을 흔들며 인사했다. 남측 이산가족 중 가장 멀리, 마지막까지 쫓아갔다.

아버지가 보이지 않자 담배를 태우며 또다시 눈물을 흘리던 조씨는 "68년 만에 처음 뵙고 마지막이 됐다"며 먼 산을 바라봤다.

북측 오빠를 만난 남측 정영기(84) 할머니는 거의 버스에 매달리다 시피하며 "아이고, 아이고" 통곡했다.

버스는 이윽고 출발하고, 오빠의 손을 놓쳐버린 정 할머니는 가족들을 부둥켜 안고 "아이고. 이를 어째. 아이고, 오빠를 어떡해"하며 오열했다.

이를 지켜보던 재일 친북매체 '조선신보'기자도 이를 지켜보며 같이 눈물을 터트렸다. 그는 "어머니, 제가 잘할게요. 제가 열심히 해서 꼭 같이 사는 날이 오도록 노력할게요"라고 위로했다.

◇"北과 협조 통해 성공적 진행"…심각한 고령화는 과제
8.15를 계기로한 이산가족 상봉행사는 26일로 모든 일정을 마무리했다.

우리측 가족이 신청한 북측 가족을 만났던 1차 상봉과 북측 가족이 찾던 우리측 가족을 만난 2회차 상봉 모두 큰 무리 없이 진행됐다. 가족들은 2박 3일간 각각 여섯 차례, 12시간을 상봉하며 60여년 만의 회포를 풀 수 있었다.

특히, 가족만의 시간을 더 오래 보낼 수 있도록 둘째날 처음으로 객실 중식을 진행한 점은 큰 호응을 받았다. 북측도 출입심사 절차를 최대한 간소화하고 보장성원들의 태도도 부드러워지는 등 편의를 제공했다.

대한적십자사 박경서 회장은 25일 기자회견을 통해 "판문점선언 이후 첫 번째 이산가족 상봉행사는 북측의 성의있는 협조로 성공적으로 됐다"고 평가했다.

다만, 이산가족의 고령화가 심각한 수준이라는 점이 다시 한 번 확인 됐다. 부모자녀 상봉은 1차 7가족, 2차 1가족뿐이었고, 건강 문제로 일부 상봉 행사에 참여하지 못하는 가족들도 발생했다.

때문에 이산가족들에게 주어진 시간이 많지 않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박 회장은 "이산가족이 1년에 3천 명에서 4천 명이 세상을 떠난다. 앞으로 7년 내지 10년이면 상봉이 이런 형태로는 어렵다. 가장 긴급한 사안"이라고 밝혔다.

◇"10월 말에 추가 이산가족 상봉"…상봉 정례화 기대
남북은 우선 올해가 가기 전에 추가적인 상봉행사를 진행하는 데 뜻을 모았다. 구체적인 일정은 실무회담을 통해 정하기로 했다.

박 회장은 날씨 등을 고려할 때 10월 말에 행사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했다.

연내에 다시 한 번 이산가족 상봉행사를 갖는 것을 계기로 이산가족 상봉이 정례화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번 행사에서 이산가족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을 위한 생사확인, 화상상봉, 정례 만남, 고향방문단 등에 대해서도 남북은 의견을 교환했다.

박 회장은 "제반 여건이 허락되면 고향방문단을 가급적 빠른 시일 내 하자는데 긍정적 협의를 이뤘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하지만, 우리측은 우선 현재의 금강산 면회소를 더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데 우선순위를 둔 것으로 보인다. 북측도 '앞으로 협의할 일'이라는 수준의 원론적인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져 고향방문단 등의 문제는 장기적 과제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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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취재단·CBS노컷뉴스 황영찬 기자] techan92@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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