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투병 중 무대 선 57년차 배우 권성덕

2018. 8. 26.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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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마 제국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해인 서기 476년.

황제 로물루스 아우구스투스 침실로 검은 옷 차림 암살자들이 몰려든다.

로물루스 황제 역은 올해로 데뷔 57년째를 맞은 배우 권성덕이 맡았다.

70세 이상이 참가 조건인 늘푸른연극제에 참여하는 배우·연출가·작가 중에서도 가장 연장자인 데다 암 투병까지 하고 있어 연극제 관계자들도 그가 무사히 공연을 마칠 수 있을지 걱정했던 것이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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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공연이라 생각", 인생작 '로물루스' 출연
'로물루스 대제' 늘푸른연극제 제공

(서울=연합뉴스) 김승욱 기자 = 서로마 제국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해인 서기 476년. 황제 로물루스 아우구스투스 침실로 검은 옷 차림 암살자들이 몰려든다.

황제는 암살자들에게 외친다. "로마에 스스로 방어할 권리가 없다는 것이 진실이라고 생각한다면 게르만에게 항복해라. 대답을 해 봐라. 왜 대답이 없느냐"

쩌렁쩌렁한 황제의 목소리가 극장 안에 울려 퍼진다. 암살자들이 칼을 치켜들고 "로마 만세"를 외치는 순간, "게르만이 쳐들어온다"는 소리가 들려온다. 애국자를 자칭하던 암살자들은 혼비백산에 흩어지고 만다.

황제는 나직한 목소리로 읊조린다. "게르만은 내일 아침에나 도착할 텐데 이 밤에 왜들 그러는지…오늘 밤은 지난 20년을 모두 더한 것보다 더 많은 정치를 했군. 이제 잠이나 자야겠어."

원로 연극인의 업적을 기리기 위한 '늘푸른연극제' 올해 3회 행사로 지난 24일부터 대학로 아르코 예술극장 대극장에서 '로물루스 대제' 공연이 시작됐다.

로물루스 황제 역은 올해로 데뷔 57년째를 맞은 배우 권성덕이 맡았다. 그에게 이번 공연은 여러모로 의미가 남다르다.

'로물루스 대제' 늘푸른연극제 제공

2016년 연극 '햄릿' 공연 준비 중 식도암이 발병해 의도치 않게 하차해야 한 그가 2년여 만에 연극 무대에 복귀하는 작품이다.

우리 나이로 79세인 그는 여전히 암과의 싸움을 계속하지만 무대에서 누구보다 많은 대사를 소화했다.

70세 이상이 참가 조건인 늘푸른연극제에 참여하는 배우·연출가·작가 중에서도 가장 연장자인 데다 암 투병까지 하고 있어 연극제 관계자들도 그가 무사히 공연을 마칠 수 있을지 걱정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권성덕은 150분(인터미션 10분 포함)에 이르는 공연을 나무랄 데 없이 소화해냈다. 젊은 배우 못지않게 목소리에 힘이 있었고 몸짓 하나하나에 연륜이 묻어났다.

실제 로물루스 아우구스투스는 서로마 멸망 당시 17세에 불과한 소년 황제였지만 그가 연기한 노황제 모습이 더 현실에 가깝게 느껴졌다.

"투병 중이나 많이 호전돼서 크게 문제가 없었지만, 나이가 많아 체력적으로 힘들었습니다." 공연을 마친 권성덕 소감이다.

'로물루스 대제' 늘푸른연극제 제공

'로물루스 대제'는 그를 주연 배우로 자리 잡게 해준 작품이기도 하다. 요즘 말로 하면 권성덕의 '인생작'이다.

연극평론가 구히서는 1987년 월간 '한국연극' 4월호에 기고한 글에서 '그는 로물루스를 다른 배우가 감히 넘보지 못할 수준으로 끌어갔다. 뒤렌마트의 로물루스는 이제 권성덕을 얘기할 때도 제일 먼저 떠오르는 배역이며 연기가 됐다"고 평했다.

권성덕과 함께 늘푸른연극제에 참여 중인 배우 전무송도 "1970년 명동국립극장에서 공연한 '로물루스 대제'를 보고 깜짝 놀랐다. 한국에도 이런 연기를 하는 배우가 있다는 것이 충격이었다"고 회고했다.

그가 늘푸른연극제 무대에 올릴 작품으로 '로물루스 대제'를 선택한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1978년 세종문화회관에서 재공연한 이후 40년 만에 다시 로물루스를 연기한 권성덕은 "작품이 워낙 좋고, 연극배우로서 최초로 인정받게 된 작품으로 항상 기억 속에서 사라지지 않고 있었다"며 "은퇴공연을 한다는 생각으로 임했다"고 말했다.

"인생에서 마지막으로 서는 무대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딱히 후배 연극인에게 남길 말은 없어요. 단지,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좋은 연극인이자 좋은 배우로서 기억되고 싶을 뿐입니다."

'로물루스 대제' 늘푸른연극제 제공

kind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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