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가수 조동진, 떠나보내고야 알았습니다···참 '행복한 사람'

등록 2018.08.25 06:34:00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가수 조동진, 떠나보내고야 알았습니다···참 '행복한 사람'

【서울=뉴시스】 이재훈 기자 = '울고 있나요/ 당신은 울고 있나요/ 아아~ 그러나 당신은 행복한 사람/ 아직도 남은 별 찾을 수 있는/ 그렇게 아름다운 두눈이 있으니.'

지난해 8월 '포크계의 대부' 조동진(1947~2017)의 빈소에서는 대표곡 '행복한 사람'이 낮게 울려 퍼졌다. 조동진은 세상을 떠난 후에도 자신을 아낀 이들의 마음을 그렇게 위로했다.

28일 1주기를 앞두고 고인으로부터 위로를 받은 이들이 이제 그를 기억하고 기린다.

조동진의 1주기 추모콘서트 '행복한 사람'이 9월15일 한남동 블루스퀘어 아이마켓홀에서 펼쳐진다. '행복한 사람' '나뭇잎 사이로' '제비꽃' 등으로 유명한 조동진은 '음유시인'으로 통했다. 서정적이고 시적인 노랫말과 음악으로 한국의 밥 딜런 또는 레너드 코언으로 불렸다.

1980년대를 대표하는 레이블인 '동아기획' 사단의 수장으로 군림하며 당대 한국 대중음악계의 거목으로 자리매김했다. 들국화, 시인과 촌장, 어떤 날, 장필순 등의 앨범이 동아기획을 통해 나왔다.

이 레이블이 힘을 점차 잃어간 1990년대 후반에는 자신의 동생인 조동익을 비롯해 장필순, 박용진(더클래식) 등과 함께 음악공동체 하나음악을 꾸렸다. 푸른곰팡이는 하나음악을 잇는 레이블이다.

무엇보다 1980~90년대 언더그라운드 가수들의 대부로 통했다. 언더그라운드는 지하라는 본 뜻 외에 '상업성에 휘둘리지 않은 채 실험을 뜻하는 예술'도 가리킨다. 세상에 자신을 드러내는 일에 익숙하지 않았던 조동진은 언더에서 묵묵히  음악을 만들어왔다. 이런 점들이 많은 후배들에게 영향을 끼쳤다.

가수 조동진, 떠나보내고야 알았습니다···참 '행복한 사람'

하나음악을 이끌어간 조동익을 비롯해 장필순, 이병우, 한동준, 정원영, 유희열 등 자신 만의 음악세계를 만드는 수많은 후배 뮤지션들이 조동진의 영향 아래 있다고 고백하곤 했다.

이번 1주기 공연에서는 조동진의 음악활동에 직간접한 이들이 함께 고인의 음악세계를 조명한다. 전인권밴드, 장필순, 조동희, 김현철, 김광진, 박용준, 한영애, 강승원 등이 출연한다.

김학선 대중음악평론가는 "조동진 1주기 공연은 전인권, 한영애, 김현철처럼 평소 고인과 음악적·인간적 인연이 있던 음악가들이 참여하면서 외연도 넓어지고 의미도 더 깊어진 것 같다"고 봤다.

작년 9월 조동진이 오를 무대였다가 직전에 그가 세상과 작별하면서 추모공연이 된 '조동진의 꿈의 작업 2017-우리 같이 있을 동안에'가 "조동진의 가족이 꾸리는 것 같았다면, 올해 추모공연은 친구·동료가 함께 그의 음악을 기리는 자리 같다"는 것이다. "조동진이라는 음악가가 얼마나 훌륭했는지, 그의 음악이 얼마나 다양한 음악가들에게 영향을 끼쳤는지 다시 한 번 되짚어볼 수 있는 소중한 무대가 되지 않을까 싶다"고 기대했다.

조동진이 대중음악계에서 여전한 영향력을 미치는 이유는 항상 시대를 앞서는 선구자적 음악을 선보여왔기 때문이다. 2016년 내놓은 뒤 유작이 된 정규 6집 '나무가 되어'가 보기다. 이 앨범의 특징은 몽환적이라는 것인데, 전자악기 등을 통해 분위기와 공간감을 강조한 일렉트로닉의 하위 장르인 앰비언트를 떠올리게 한다. 그럼에도 포크의 서정성은 뭉근하게 머금고 있다.

가수 조동진, 떠나보내고야 알았습니다···참 '행복한 사람'

1996년 5집 이후 잠시 은둔했던 20세기 조동진의 포크가 '21세기적인 귀환'을 한 것이다. 가사상태에 빠져 있던 포크에 새 숨결 또는 새 공간감을 부여한 셈이다. 1980년대 동아기획, 1990년대 하나음악, 그리고 2010년대 푸른곰팡이로 이어지는 그의 음악 공동체 계보는 새로운 변화와 함께 면면히 계승되고 있다는 평을 들었다.

5년 만에 내놓은 정규 8집 '수니 에이트(soony eight)-소길화(花)'의 타이틀곡 '그림'을 통해 조동진을 기리고 추억한 장필순 역시 조동진을 "항상 새로운 것을 위해 노력했고, 칠순이 넘은 나이에도 공부를 계속 한 분"으로 기억했다. "새 앨범마다 촌스럽지 않고, 세련된 음악을 만들려고 애를 쓰셨다. 그런 형님(조동진)의 음악을 듣고, 가사를 읽으면서 배우는 20대 친구들도 있었다"는 것이다.

노래채집가인 주철환 아주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도 조동진의 음악이 현 젊은 세대에게 영향을 주고 있다는 팩트를 짚으며 "일시적으로 트렌디함을 좇는 것이 아닌, 철학과 고뇌가 깊이 박혀 있어 큰 울림을 준다"고 들었다. 주 교수는 "조동진은 자신을 떠올리게 하는 나무처럼 언더그라운드의 자양분을 뿌리로 깊게 받아들여 깊이 있는 노래를 들려준다"면서 "조동진의 음악은 클래식(고전)이 될 것"이라고 했다.
 
김 평론가도 조동진 음악이 소중한 이유로 "해가 갈수록 고인의 음악이 품고 있는 위대함이 더 진하게 전달되기 때문"이라는 점을 들었다. "음악적인 부분에서도, 정서적인 부분에서도 조동진의 음악은 정말 넓고 깊고, 특히 그가 느릿하게 부르는 노랫말은 그 어떤 언어보다도 짙게 삶의 한 부분으로 자리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가 세상에 보인 태도도 지표로 삼을 만하다. 유행을 따른 적도 없고 유행과 무관한 음악과 삶을 살아왔지만 그래서 더 오래도록 영원히 남아있을 음악"이라고 부연했다.

가수 조동진, 떠나보내고야 알았습니다···참 '행복한 사람'

이런 점들로 인해 조동진의 음악은 꾸준히 재조명되고 있다. 가수 권진원은 조동진의 '행복한 사람'을 리메이크해 곧 음원으로 발표할 예정이다. 장필순의 '그림' 노랫말을 썼고 조동진의 동생인 가수 겸 작사가 조동희는 "오빠는 이름보다 노래로 기억되기를 원했던 사람"이라면서 "이렇게 음악이 계속 재조명되는 것만으로도 정말 '행복한 사람'"이라고 말했다.

이번 1주기 추모 공연은 조동진의 두 아들이 만든 조동진기념사업회가 주축이 됐다. 향후 전시회 등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email protected]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