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폼페이오 다음주 방북 취소"..또 한번의 '트럼프식 외교'로 북중 양보 압박

워싱턴|박영환 특파원 2018. 8. 25. 0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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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방북 취소를 발표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트위터 내용. /트위터 캡쳐

대화 국면으로 재진입할 것으로 예상됐던 북·미 비핵화 협상이 다시 정체될 전망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북한 방문을 전격 취소했다. 북한과 중국의 양보를 압박하기 위해 국무장관이 공식발표한 내용을 하루만에 뒤집은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4일(현지시간) 다음 주로 예정됐던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북한 방문을 취소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에서 “폼페이오 장관에게 북한을 방문하지 말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그는 “한반도 비핵화와 관련해 충분한 진전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게다가 중국과의 훨씬 더 강경한 무역 입장 때문에 그들이 유엔 제재에도 불구하고 예전만큼 비핵화 과정을 돕지 않고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러나 방북 일정 자체가 취소된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그는 “폼페이오 장관은 아마 중국과의 무역 관계가 해결된 이후 가까운 장래에 북한에 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관의 만남도 고대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동안 김 위원장(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안부를 전하고 싶다. 그를 곧 만나길 고대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의 취소 통보는 폼페이오 장관의 전날 방북 발표를 하루만에 뒤집은 것이다. 폼페이오 장관은 전날 국무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다음 주에 북한 비핵화 논의를 위해 방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헤더 나워트 국무부 대변인은 “상대적으로 이른 시점에 떠날 것”이라며 주초 방북을 시사했다.

방북 취소 결정은 북한과 중국을 압박하기 위한 전술적 선택으로 풀이된다. 핵시설 리스트 제출과 종전선언 교환 문제를 두고 팽팽한 입장차를 보이는 상황에서 방북 취소라는 강경 카드를 꺼내며 북한의 진전된 입장을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당장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김 위원장의 면담도 확정되지 않는 등 북한의 강경한 입장이 트럼프 대통령을 자극한 것으로 풀이된다. 더불어 최근 북·중 밀착에 대한 불만도 반영된 듯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이 대북 압박 공조에서 한발 빼는 듯한 모습을 보이자, 북한의 강경한 입장 뒤에는 중국이 있다는 중국 배후론을 펴왔다.

트럼프 대통령의 갑작스러운 선택으로 북·미 협상의 정체는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만 폼페이오 장관이 “가까운 장래에 북한으로 갈 것을 기대한다”며 조건이 갖춰지면 방북할 것이라고 여지를 남겼다. 김 위원장과의 2차 정상회담에 대한 기대감도 피력했다. 압박하면서 타협을 원한다는 메시지도 함께 발신한 것이다. 따라서 이번 방북 취소가 북·미 대화국면 자체를 위협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대통령의 벼랑끝 전술은 이미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성사 과정에서도 확인됐다. 그는 지난 5월24일 예정된 정상회담을 불과 열흘 정도 앞두고 정상회담을 전격 취소한다고 발표했다. 그는 김 위원장에게 서한을 보내 “지금 정상회담 개최는 부적절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다음날 김계관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이 성명을 통해 “열린 마음으로 미국 측에 시간과 기회를 주겠다”며 유화적 메시지를 내놨고, 트럼프 대통령은 취소 발표 이틀 후 북·미 정상회담 추진 계획은 “변하지 않았다”면서 회담을 여는 쪽으로 입장을 선회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전격적인 압박 카드에 북한과 중국이 어떤 입장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워싱턴|박영환 특파원 yh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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