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카르타스토리]심판 향해 미소짓던 강심장 소녀,'여홍철 딸'여서정 이야기

전영지 2018. 8. 24. 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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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히 해낼 겁니다. 모든 면에서 저보다 나은 딸이에요." 여홍철 경희대 교수(KBS해설위원)는 23일 딸 여서정의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 도마 종목별 결승을 앞두고 이렇게 말했다.

"저는 선수 때 서정이처럼 대담하지 못했어요"라며 딸 여서정의 초등학교 5학년 때 일화를 털어놨다. "서정이는 어릴 때부터 대회에 나가면 표정이 아주 밝아요. 심판 선생님들을 향해 미소를 지어요. 초등학교 5학년 때 전국대회 마루 금메달을 따고 와서 서정이가 '저 심판선생님은 날 보고 웃었는데 저 심판 선생님은 안웃으셨어' 하더라고요." 긴장감에 앞이 캄캄할 포디움에서 열살 남짓한 여서정은 심핀들의 얼굴과 표정을 또렷이 기억했다. 여 교수는 "저는 고3, 대학생이 다 되어서야 심판 얼굴이 보이더라고요. 모든 면에서 저보다 훨씬 나은 딸이죠. 큰무대에 강합니다. 꼭 해낼 겁니다."

사진=연합뉴스
딸 여서정을 향한 아버지 여홍철의 하트 발사.

'부전여전' 아버지의 예감은 적중했다. 23일 오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의 자카르타 국제 전시장(JIEXPO) 체조장에서 열린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 여자 도마 결승에서 여서정은 빛나는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자신의 주종목이자 아버지의 종목인 도마 개인 결승에서 기어이 금빛 착지를 해냈다. '43세 백전노장 '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 이 종목 챔피언, 우즈베키스탄의 옥사나 추소비티나가 평균 14.287점으로 1위에 오른 상황, 예선 1위로 결선에 진출한 여서정은 8명 중 가장 마지막 순서에 나섰다. 금메달 배틀이 시작됐다. 열여섯의 나이, 난생 처음 출전한 아시안게임에서 대담했다. 떨지 않고 자신의 기량을 오롯이 펼쳐보였다. 여서정은 1차시기 난도 5.80 기술을 구사했다. '도마를 앞 짚은 후(핸드스프링) 몸 펴 앞공중 540도 비틀기'다. 14.525점(난도 5.800 실시 8.725점)을 받았다. 2차시기 난도 5.40 기술을 시도했다. 옆으로 손짚어 뒤로 손짚어 몸펴(유리첸코) 뒤공중 720도 비틀기, 기술은 완벽했다. 14.250점, 평균 14.387점으로 금메달을 확정지었다. 고1, 열여섯 여서정은 당찼다. 첫 아시안게임에서 주눅들지 않았다. 환한 미소로 손을 번쩍 들어올리더니 깔끔한 착지를 선보이며 첫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20년 전 아버지가 금메달을 따낸 그 도마 위에서 딸이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부전여전' 진기록을 세웠다. 1986년 서울아시안게임 이단평행봉 서연희, 평균대 서선앵 이후 무려 32년만에 대한민국 여자체조에 값진 금메달을 선물했다.

사진=연합뉴스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을 함께 중계하던 여홍철-김채은 부부. 여서정은 2002년생이다. 여홍철 경희대 교수와 김채은 전 여자체조대표팀 코치는 남녀체조대표로 히로시마아시안게임에 함께 출전했다. 김채은 코치는 1994년 히로시마 대회 당시 여자 대표팀 주장이었다. 이들은 5년 열애 끝에 1999년 결혼해 슬하에 연주-서정 두 딸을 뒀다. 당찬 둘째딸 서정은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에서 아빠 엄마의 금메달 꿈을 이어가고 있다. 사진=스포츠조선DB
모전여전, 1994년 히로시마아시안게임에 여자체조대표팀 주장으로 출전했던 엄마 김채은(개명전 김윤지) 전 여자대표팀 체조코치와 여서정.

아시안게임 도전을 앞두고 여서정은 '원조 도마의 신' 여홍철의 딸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이달 초 아시안게임 체조 미디어데이 인터뷰에서 여서정은 "여홍철의 딸이 아닌 여서정으로 불리고 싶다"고 했다. 1996년 애틀란타올림픽 도마 은메달리스트, 1994년 히로시마-1998년 방콕아시안게임 도마 2연패에 빛나는 '레전드' 아버지 여홍철은 "그게 맞다. 이제 제가 '여서정 아버지'로 불리고 싶다"고 했다.

KBS해설위원인 여 교수는 이날 기특한 딸이 금메달을 따는 순간을 자카르타 IBC에서 생중계했다. 딸의 금메달이 확정되는 순간 '여서정 아버지' 여홍철은 참아온 눈물을 쏟고 말았다. "서정아, 장하다! 장해."

딸 여서정 역시 경기 직후 아버지 눈물 이야기를 전해듣고 왈칵 눈물을 쏟아냈다. '여홍철 딸' 여서정이 울먹이는 목소리로 말했다.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 땄으니까, 올림픽에서도 금메달 따서 꼭 아빠 목에 걸어드리고 싶어요," 여 교수는 기술 등재 후 24년이 지난 오늘까지 아시안게임, 올림픽에서 고난도 기술로 분류되는 '여1', '여2' 기술의 주인이다. 우월한 기술을 보유하고도 1996년 애틀란타올림픽에서 아쉽게 금메달을 놓친 아버지의 꿈을 당찬 딸이 대신 이뤄줄 날이 머지 않았다.

한편 이날 여서정의 경기에 앞서 열린 남자 마루 결승에선 '체조 에이스' 김한솔(23·서울시청)이 14.675점으로 출전 선수 8명 중 최고점을 찍었다. 2010년 광저우 대회 양학선의 도마 금메달 이후 8년만에 잃어버린 남자체조 금메달을 되찾아왔다. 남녀체조가 한날한시에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여서정은 "한솔오빠가 먼저 금메달을 따면서 자신감이 생겼다. 경기에 들어가기 전에 만났는데 파이팅하라고 응원해주셔서 정말 큰힘이 됐다"며 고마움을 표했다. 역대 아시안게임에서 남녀 동반 금메달 역시 32년만이다. 자카르타에서 금빛 약속을 지킨 '체조남매'가 활짝 웃었다.

'남매'의 도전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김한솔은 24일 주종목 도마에서 2관왕을 목표 삼았다. 여서정도 같은날 마루, 평균대에서 멀티메달에 도전한다.
자카르타=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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