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궁민의 골목, 도시]통하였도다, 연트럴파크
[편집자주] 사람을 부르는 골목의 매력은 뭘까요? 한국의 광장이 심심하고 서울에는 유독 스타벅스가 많은 이유까지 쉽게 지나치지만 일상을 함께하는 골목과 도시의 이야기를 들려드립니다.
연남동은 왜 사랑 받을까요?
2. 길의 한계 극복하고 열린 공간, 광장으로 자리잡아
3. 주민 불만, 임대료 폭등, 난개발 막을 '연트럴파크 2.0' 필요
기자가 지난 22일 1단계 구간을 가봤습니다. 대흥동 경의선 숲길 한가운데 자전거도로가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대흥동 구간은길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이동하는 공간으로 구상됐습니다. 건설 당시 '핫 트렌드'로 떠오르던 자전거길을, 철길을 대체할 교통수단으로 삼은 것입니다. 이동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출발지와 목적지가 아닌 숲길 양쪽 동네와는 단절됐습니다. 대흥동 구간에는 좌우로 사람 가슴 높이까지 닿는 울타리가 있습니다. 철로로 나뉘었던 동네가 여전히 분단 된 꼴입니다.
또한 전철역이 선로를 따라 곳곳에 남아있기 때문에 길을 만들기에도 적합하지 않았습니다. 자전거를 타고 간다 해도 숲길을 따라 한 번에 달릴 수 있는 거리가 1km도 되지 않을 정도니까요. 경의선숲길 사업에 참여했던 배웅규 중앙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당시 유행하던 자전거도로를 만들었지만 기대만큼 성과가 나지 않았다"며 "보다 보행자 중심적이고 주민 친화적인 공간을 고민하는 계기가 됐다"고 설명했습니다.
일단 자전거도로를 없애고 보행로를 만들었습니다. 공원 초점을보행자에게 맞췄습니다. 연트럴파크 보행로는 직선이 아닌 곡선입니다. 곡선으로 이뤄진 산책로에서는 더 많은 풍경을 보며 천천히 걸을 수 있습니다. 또 공원 양쪽에 설치된 가로수는 차도와 분리된 느낌을 줍니다. 보행자가 안정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벤치는 30~50m 거리마다 설치돼 있습니다. 걷다가 잠시 앉아서 쉬기도 편하죠.
또 다른 중요 매력은연결성입니다. 연트럴파크는 길 건너편으로 쉽게 오갈 수 있도록 만들어졌습니다. 공원 양쪽에 있는 일방통행 도로는 폭이 5m에 불과합니다. 그마저도 차량이나 자전거가 주차돼있는 경우가 많아 차 한 대가 겨우 지나가죠. 차속도 느리고 통행량도 적다 보니 보행자들은 쉽게 연트럴파크 주변으로 나있는 골목으로 발길을 옮깁니다. 물론 대흥동 구간에 설치된 울타리는 찾아볼 수 없습니다.
22일 오후 2시 기자가 1시간 동안 연트럴파크(홍대입구역부터 동교로 건널목까지)의 차량 통행량과 보행자수(영상 촬영 후 직접 측정)를 측정해봤습니다. 이날 연트럴파크 양쪽 도로를 이용한 차량은 264대, 분당 4.4대꼴에 불과했습니다. 반면 보행자는 1326명에 달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오늘날 연트럴파크를 만든 것은 연남동의 활기 넘치는골목상권입니다. 경의선 철길이 지나갈 당시 낙후된 동네였던 연남동에는 저층 주택이 많았습니다. 특히 주거 매력이 적어 임대료가 낮은 주택 1층에는 주머니가 가벼운 젊은이들이 모여들었고, 이들은 매력적인 카페, 식당, 공방을 열기 시작했습니다.(☞[남궁민의 골목, 도시]뜬 동네, 태초에 '1층 집' 있었다)
청년들 가게에서 시작된 골목상권 온기는 연트럴파크에 활기를 더했습니다. 연트럴파크를 찾기 위해 온 방문객들은 맞닿아있는 골목으로 가 맛집을 찾아 식사하고 다시 나와 산책을 하곤 합니다. 연트럴파크라는 대동맥을 중심으로 촘촘하게 뻗은 골목의 활기가 더해지면서 연남동에 생기를 불어넣고 있는 셈입니다. 단지 이동에 초점을 맞췄던 대흥동 구간을 반면교사 삼아 이뤄낸 성과입니다.
연결성과 보행자에 초점을 맞춘 열린 공간은 노원구 공릉동 경춘선숲길에서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숲길 양 쪽의 동네를 잇고, 보행자가 걷기 좋은 공간을 만들자 동네 분위기가 밝아지고 상권이 활성화되고 있습니다. 요즘은 '공트럴파크'라는 이름까지 얻어 '아는 사람은 아는 동네'로 뜨고 있다네요.
문제를 극복하기 위한 고민도 이뤄지고 있습니다. 서울시에 따르면 시는 현재 지하화가 논의 중인 국회대로 일대의 지구단위 계획을 수립하고 있습니다. 단순히 공원만 조성하는 게 아니라 주변 지역에 미칠 영향까지 고려한 계획을 세워 부작용을 막으려는 것입니다.
서울시 관계자에 따르면 공원과 맞닿아있는 건물 높이가 25m로 제한됩니다. 다만 카페나 옷가게, 잡화점, 전시장 같이 사람을 불러 모으고 가로 활성화에 기여하는 업종이 입점하면 인센티브를 줘서 최대 35m까지 올릴 수 있다고 하네요. 가로에 들어선 위압적인 고층 빌딩을 막으려는 선택입니다. 또 취객이 많으면 동네 주민들이 살기 힘들겠죠? 술집에 대해서는 인센티브를 주지 않아 부작용을 막을 계획도 포함되었다고 하네요.
남궁민 기자 serendip153@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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