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궁민의 골목, 도시]통하였도다, 연트럴파크

남궁민 기자 입력 2018. 8. 24. 06:05 수정 2018. 8. 24.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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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 도시③]보행자 우선주의에 골목상권이 활기 더해..연트럴파크 2.0 고민해야]

[편집자주] 사람을 부르는 골목의 매력은 뭘까요? 한국의 광장이 심심하고 서울에는 유독 스타벅스가 많은 이유까지 쉽게 지나치지만 일상을 함께하는 골목과 도시의 이야기를 들려드립니다.

지난 22일 마포구 연남동 연트럴파크 일대 /사진=남궁민 기자

연남동은 왜 사랑 받을까요?

지난 주말 찾은 연남동은 시민들로 붐볐습니다. 36도를 넘나드는 폭염이 무색했습니다. '연트럴파크' 덕분이라고 하지만 6.3㎞나 되는 경의선숲길이 모두 붐비는 건 아닙니다. 사람이 모이고, 상권이 활성화되면서 도시에 활력을 불어넣은 연트럴파크 비결은 뭘까요?
◇남궁민 기자의 미리하는 ’3줄 요약'
1. 연트럴파크의 매력: 접근성, 보행 친화 그리고 골목상권
2. 길의 한계 극복하고 열린 공간, 광장으로 자리잡아
3. 주민 불만, 임대료 폭등, 난개발 막을 '연트럴파크 2.0' 필요
울타리로 막고 자전거길 놨더니…대흥동의 반성

연트럴파크에도 '형님'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계신가요? 바로 연트럴파크에 앞서 2012년 개방된 대흥동 경의선숲길(760m)입니다. 가좌역에서 효창공원역까지 이어지는 경의선숲길 조성은 1단계 대흥동을 시작으로 연트럴파크가 포함된 2단계 그리고 신수동과 창천동, 원효로 구간이 포함된 3단계로 진행됐습니다.

기자가 지난 22일 1단계 구간을 가봤습니다. 대흥동 경의선 숲길 한가운데 자전거도로가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대흥동 구간은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이동하는 공간으로 구상됐습니다. 건설 당시 '핫 트렌드'로 떠오르던 자전거길을, 철길을 대체할 교통수단으로 삼은 것입니다. 이동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출발지와 목적지가 아닌 숲길 양쪽 동네와는 단절됐습니다. 대흥동 구간에는 좌우로 사람 가슴 높이까지 닿는 울타리가 있습니다. 철로로 나뉘었던 동네가 여전히 분단 된 꼴입니다.

경의선 숲길 대흥동 구간에 설치된 자전거도로로 자전거가 지나간다. /사진=남궁민 기자

또한 전철역이 선로를 따라 곳곳에 남아있기 때문에 길을 만들기에도 적합하지 않았습니다. 자전거를 타고 간다 해도 숲길을 따라 한 번에 달릴 수 있는 거리가 1km도 되지 않을 정도니까요. 경의선숲길 사업에 참여했던 배웅규 중앙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당시 유행하던 자전거도로를 만들었지만 기대만큼 성과가 나지 않았다"며 "보다 보행자 중심적이고 주민 친화적인 공간을 고민하는 계기가 됐다"고 설명했습니다.

'선'에서 '면'으로…'열린 공간' 연트럴파크

/사진=남궁민 기자
이에 대한 반성이 2단계 연남동 구간에 대한 관점을 바꿔 놨습니다. 길이 아닌 열린 공간을 만들고 사람들이 머물며 자유롭게 오가는 광장을 만들기로 한 겁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연트럴파크 매력은 보행자 친화, 연결성 그리고 잘 조성된 골목상권입니다.

일단 자전거도로를 없애고 보행로를 만들었습니다. 공원 초점을보행자에게 맞췄습니다. 연트럴파크 보행로는 직선이 아닌 곡선입니다. 곡선으로 이뤄진 산책로에서는 더 많은 풍경을 보며 천천히 걸을 수 있습니다. 또 공원 양쪽에 설치된 가로수는 차도와 분리된 느낌을 줍니다. 보행자가 안정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벤치는 30~50m 거리마다 설치돼 있습니다. 걷다가 잠시 앉아서 쉬기도 편하죠.

또 다른 중요 매력은연결성입니다. 연트럴파크는 길 건너편으로 쉽게 오갈 수 있도록 만들어졌습니다. 공원 양쪽에 있는 일방통행 도로는 폭이 5m에 불과합니다. 그마저도 차량이나 자전거가 주차돼있는 경우가 많아 차 한 대가 겨우 지나가죠. 차속도 느리고 통행량도 적다 보니 보행자들은 쉽게 연트럴파크 주변으로 나있는 골목으로 발길을 옮깁니다. 물론 대흥동 구간에 설치된 울타리는 찾아볼 수 없습니다.

22일 오후 2시 기자가 1시간 동안 연트럴파크(홍대입구역부터 동교로 건널목까지)의 차량 통행량과 보행자수(영상 촬영 후 직접 측정)를 측정해봤습니다. 이날 연트럴파크 양쪽 도로를 이용한 차량은 264대, 분당 4.4대꼴에 불과했습니다. 반면 보행자는 1326명에 달했습니다.

연남동 주택가에 공방, 카페 등 다양한 가게가 들어서 있다. /사진=남궁민 기자

마지막으로 오늘날 연트럴파크를 만든 것은 연남동의 활기 넘치는골목상권입니다. 경의선 철길이 지나갈 당시 낙후된 동네였던 연남동에는 저층 주택이 많았습니다. 특히 주거 매력이 적어 임대료가 낮은 주택 1층에는 주머니가 가벼운 젊은이들이 모여들었고, 이들은 매력적인 카페, 식당, 공방을 열기 시작했습니다.([남궁민의 골목, 도시]뜬 동네, 태초에 '1층 집' 있었다)

청년들 가게에서 시작된 골목상권 온기는 연트럴파크에 활기를 더했습니다. 연트럴파크를 찾기 위해 온 방문객들은 맞닿아있는 골목으로 가 맛집을 찾아 식사하고 다시 나와 산책을 하곤 합니다. 연트럴파크라는 대동맥을 중심으로 촘촘하게 뻗은 골목의 활기가 더해지면서 연남동에 생기를 불어넣고 있는 셈입니다. 단지 이동에 초점을 맞췄던 대흥동 구간을 반면교사 삼아 이뤄낸 성과입니다.

연결성과 보행자에 초점을 맞춘 열린 공간은 노원구 공릉동 경춘선숲길에서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숲길 양 쪽의 동네를 잇고, 보행자가 걷기 좋은 공간을 만들자 동네 분위기가 밝아지고 상권이 활성화되고 있습니다. 요즘은 '공트럴파크'라는 이름까지 얻어 '아는 사람은 아는 동네'로 뜨고 있다네요.

이젠 '연트럴파크 2.0'…임대료 폭등·난개발 막을 방안 고민해야

하지만 연트럴파크가 보여준 도시재생이 완벽한 것은 아닙니다. 문제도 남겼습니다. 대표적인 문제가 주민들의 주거 여건 저하와 임대료 인상입니다. 공원 주변에 고층 빌딩이 들어서면서 미관을 해치는 경우도 있습니다. 대형 상점이 들어서면서 고유의 가로 분위기가 변해가는 점도 문제입니다.

문제를 극복하기 위한 고민도 이뤄지고 있습니다. 서울시에 따르면 시는 현재 지하화가 논의 중인 국회대로 일대의 지구단위 계획을 수립하고 있습니다. 단순히 공원만 조성하는 게 아니라 주변 지역에 미칠 영향까지 고려한 계획을 세워 부작용을 막으려는 것입니다.

국회대로 지하화 및 상부공원조성 지역과 지구단위계획 구상 /사진=서울시

서울시 관계자에 따르면 공원과 맞닿아있는 건물 높이가 25m로 제한됩니다. 다만 카페나 옷가게, 잡화점, 전시장 같이 사람을 불러 모으고 가로 활성화에 기여하는 업종이 입점하면 인센티브를 줘서 최대 35m까지 올릴 수 있다고 하네요. 가로에 들어선 위압적인 고층 빌딩을 막으려는 선택입니다. 또 취객이 많으면 동네 주민들이 살기 힘들겠죠? 술집에 대해서는 인센티브를 주지 않아 부작용을 막을 계획도 포함되었다고 하네요.

몇 년 후면 선보일 서울의 신트럴파크(신월동·신정동+센트럴파크)는 주민과 방문객이 모두 만족하는 동네를 만들 수 있을까요? 차량 중심의 패러다임이 바뀌면서 곳곳에서 고가도로 철거, 도로 지하화 요구가 커지고 있는 만큼 시민들이 머리를 맞대야합니다. '연트럴파크 2.0'을 고민할 때입니다.

◇남궁민 기자의 ‘추신’
연트럴파크는 사랑 받는 공간으로 거듭났지만, 많은 문제도 남겼습니다. 앞으로 새로운 시민의 공간을 만들 때 어떤 배려와 고민이 필요할까요? 더 많은 문화공간과 장애인도 쉽게 다닐 수 있는 친절한 거리까지 다양한 목소리를 듣고 싶습니다. 독자 여러분의 의견을 메일과 댓글로 남겨주시면 경청하고 고민하겠습니다. 도시와 골목에 관심갖고 아껴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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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민 기자 serendip153@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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