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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안게임] 레전드 앞에서 새로운 '전설'의 탄생 알린 여서정

송고시간2018-08-23 2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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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충식 협회 전무 "착지가 아빠 여홍철보다 낫다" 파안대소

'같이 사진 찍자!'
'같이 사진 찍자!'

(자카르타=연합뉴스) 홍해인 기자 = 여서정(가운데)이 23일 오후(현지시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인터내서널 엑스포(지엑스포)에서 열린 여자 기계체조 도마 경기에서 금메달을 차지한 뒤 시상식에서 기념촬영을 위해 북한 김수정에게 시상대 위로 올라올 것을 권하고 있다. 2018.8.21
hihong@yna.co.kr

(자카르타=연합뉴스) 장현구 기자 = 23일 옥사나 추소비티나(43·우즈베키스탄)를 0.1점 차로 따돌리고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기계체조 여자 도마의 금메달리스트가 된 것을 전광판으로 확인한 여서정(16·경기체고)은 감격의 눈물을 쏟았다.

함께 고생한 이정식 여자대표팀 감독, 민아영 코치와 껴안고 기쁨을 함께 나눈 뒤 관중석에서 열심히 태극기를 흔들던 응원단에 양손을 번쩍 들어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시상식에서 자신의 이름이 호명되자 여서정은 마치 예전에 많이 해본 듯한 세련된 자세로 먼저 시상대 두 번째 자리에 서 있던 추소비티나에게 다가가 팔을 벌리고 껴안았다.

여서정이 국제종합대회에 출전한 것도, 굵직한 시니어 대회에서 우승한 것도 모두 처음이다.

여서정은 시상식 후 "추소비티나가 제게 우승을 축하한다, 몇 살이냐고 물었다"고 수줍은 미소로 말했다.

올림픽에 7번이나 출전한 추소비티나는 40대 중반을 앞둔 나이에도 현역으로 뛰는 살아 있는 전설이다.

그저 오래 뛰어서 전설이 아니라 그 나이에도 훌륭한 실력을 갖춰 레전드로 통한다. 이날도 결선에서 여서정보다 불과 0.1점 모자란 14.287점을 획득했다.

전체 8명이 겨룬 결선에서 14점을 넘긴 선수는 여서정과 추소비티나 둘뿐이었다.

추소비티나는 1994년 히로시마 대회에서 아시안게임 데뷔전을 치렀다.

여서정의 아버지 여홍철(47) 경희대 교수와 같은 히로시마 아시안게임에서 뛰었고, 24년 후인 이날엔 여 교수의 딸과 금메달을 다퉜다.

세계 체조인들이 인정하는 추소비티나 앞에서 여서정이 확실하게 이름 석 자를 알렸다.

추소비티나는 자신의 아들 알리셔(19)보다도 어린 여서정과 2020년 도쿄올림픽 여자 도마에서 또 한 번 대결해야 한다.

금빛 연기 펼치는 도마 여서정
금빛 연기 펼치는 도마 여서정

(자카르타=연합뉴스) 홍해인 기자 = 23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의 자카르타 국제 전시장 체조장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기계체조 여자 도마 결선에서 1, 2차 시기 평균 14.387점으로 우승한 여서정(16·경기체고)이 2차 연기를 펼치고 있다. 2018.8.23
hihong@yna.co.kr

'도마 황제' 여 교수와 기계체조 국가대표를 지낸 김채은(45) 대한체조협회 전임지도자 사이에서 둘째로 태어난 여서정은 우월한 체조 유전자를 타고 났다.

단단한 하체와 북미·유럽 선수들과 견줘도 지지지 않는 탄력, 그리고 부지런한 훈련 자세는 여서정의 최대 장점이다.

스스로 단련한 강심장은 최대 무기다.

금메달 여서정 '날아올라'
금메달 여서정 '날아올라'

(자카르타=연합뉴스) 홍해인 기자 = 23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의 자카르타 국제 전시장 체조장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기계체조 여자 도마 결선에서 1, 2차 시기 평균 14.387점으로 우승한 여서정(16·경기체고)이 2차 연기를 펼치고 있다. 2018.8.23
hihong@yna.co.kr

여서정은 아시안게임 단체전 예선부터 체조인들이 놀랄만한 강한 멘탈을 선보였다.

단체전 예선에서 가장 자신없어 하는 이단평행봉에 맨 먼저 출전해 연기 중 바를 잡지 못하고 떨어진 바람에 9.900점이라는 최악의 점수를 받았다.

첫 국제 종합대회에 출전해 첫 번째 연기에서 최악의 연기를 펼치고도 여서정은 위축되지 않고 금세 평정심을 되찾았다.

주 종목으로 삼는 마루운동과 도마에서 언제 실수했느냐는 듯 깔끔한 연기로 결선 진출에 성공했다.

이어 도마 결선에서도 두 차례 시도에서 한 번도 착지 때 넘어지거나 흔들리지 않아 추소비티나를 꺾고 시상대 꼭대기에 섰다.

한국체대 교수인 한충식 대한체조협회 전무이사의 말이 걸작이다.

한 교수는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 때 기계체조 남자 대표팀 감독으로 여홍철 교수를 이끌고 한국 체조 첫 금메달에 도전했다.

하지만, 여 교수는 착지 때 완전히 무너진 하체 때문에 수중에 넣은 금메달을 빼앗기고 은메달에 머물렀다.

24년 후 협회 전무이사로 여 교수의 딸 여서정의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지켜 본 한 교수는 "서정이의 착지가 아빠보다 훨씬 나았다"며 크게 웃었다.

cany9900@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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