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당 '철이'는 왜 환노위 소위에서 아웃됐나?

조태흠 2018. 8. 23.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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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좌충우돌' 철이

정의당 이정미 대표의 별명은 애니메이션 '은하철도 999'의 주인공인 '철이'입니다. 철이와 생김새가 닮아서 붙은 별명입니다.

본인도 마음에 드는지 이를 직접 언급하면서 "앞을 향해서 열심히 달리는 기차처럼, 에너지가 넘치는 당대표라는 평가를 받고싶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별명 때문일까요? 이 대표는 국회에서 노동 분야 법안을 담당하는 환경노동위원으로, 앞만 보고 달리는 기차마냥 저돌적으로, 때로는 '좌충우돌' 활동해왔습니다.

5월 25일 국회 환노위. 최저임금 산입범위를 확대하는 법안이 모처럼 여야 합의 속에 통과되려 하던 때, 이 대표가 이의를 제기합니다. "애초부터 이것은 저임금노동자들의 문제라고 수차 이야기를 해 왔지만, 이 문제를 다루는 데 있어서 우리 위원회에서 그 문제에 대해서 깊이 천착하지 않았습니다." 이 대표의 이의제기 속에서도 위원장은 "이정미 위원께서 이의를 제기해 주셨습니다."라는 말만 남기고 법안을 통과시켰습니다.

이 외에도 근로시간 단축,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문제 등 굵직한 노동계 현안이 국회 환노위에서 논의될 때마다 이 대표는 거대 정당 소속 의원들과 다른 목소리를 냈습니다. 노동 정책에 무게를 두는 진보정당 소속 국회 환노위원들이 과거부터 해왔던 역할입니다.


국회 환노위 법안소위 "이정미 OUT"

국회 환노위는 22일 전체회의에서 여야 교섭단체(더불어민주당, 자유한국당, 바른미래당) 간사 간의 합의를 바탕으로 소위원회 구성을 완료했습니다. 법안소위에 이 대표의 이름은 없었습니다. 진보정당이 국회에 입성한 이후 처음으로 환노위 법안소위에서 제외된 것입니다.

국회 각 상임위의 법안소위는 해당 상임위 소관 법률안이 사실상 논의되는 곳입니다. 법률안은 소위를 거쳐 전체회의에서 한 차례 다시 논의되지만, 구체적이고 전문적인 내용을 논의하는 사실상의 '교통정리'는 소위에서 이뤄집니다.

그리고 법안소위는 '합의 정신'을 중요시 여기는 게 관례입니다. 즉, 아무리 소수 정당 소속의 위원이라 하더라도, 소위에서 법안에 대한 이견이 나오면 가급적 합의가 이뤄질 때까지 토론하고 수정합니다. 다수결 처리가 종종 벌어지는 상임위 전체회의와 다른 풍경입니다. 비유하자면 소위에서 제외된다는 건 '음식 만드는 데는 끼지 말고, 만들어 놓은 음식으로 상이나 차리거나 맛 품평이나 하라는 것'과 같습니다.

"법안 소위는 여야 동수로 구성한다"

이 대표가 환노위 법안소위에서 제외된 이유를 알아본 바는 이렇습니다.

21일 국회 환노위 여야 교섭단체 간사는 법안소위 위원을 상반기의 10명에서 8명으로 줄이기로 결정합니다. 환노위 전체 위원 숫자(16명)에 비해 법안소위 위원이 지나치게 많아 회의가 비효율적으로 이뤄진다는 게 이유였습니다. 교섭단체가 아닌 정의당은 이 같은 결정에 전혀 개입하지 못했고, 이 같은 논의가 이뤄진다는 것도 사전에 알지 못했다고 KBS에 밝혔습니다.

그리고 법안소위 여야 위원은 동수로 구성됐습니다. 7월 여야 교섭단체 원내대표의 합의에 따른 것입니다. 이에 따라 환노위 법안소위 위원은 여당 4명, 야당 4명으로 결정됐고, 이를 의석수에 따라 배분하다 보니 민주당 4명, 한국당 3명, 바른미래당 1명이 되면서 정의당이 빠지게 됐다는 설명입니다. '일부러 정의당을 배제한 게 아니다'라는 것입니다.

이정미 "정무적 고려, 암묵적 합의 작용한 것"

이 대표는 즉각 반발했습니다. 정무적인 고려가 작용한 것이라 주장했습니다. 후반기 규제 완화를 비롯한 굵직한 노동 현안이 기다리고 있는 상황에서 사사건건 이견을 제시할 게 분명한 이 대표를 제외하자는 데 민주당과 한국당, 바른미래당의 암묵적 합의가 작용한 것이라 의심하고 있습니다.

이 대표는 "법안소위가 10명으로 운영되면서 무슨 큰일이 있었거나 사달이 벌어졌던 것도 아닌데, 이것을 8명으로 줄이면서 '정의당 몫이 없다'라고 얘기하는 것은, 굳이 정의당을 빼려는 게 아니면 이런 결정을 할 이유가 없다고 본다"고 말했습니다.

민주 한정애 "정의당 배려 위해 최선 다했다"

그런데 민주당 환노위 간사인 한정애 의원은 KBS와의 통화에서 오해라고 강변했습니다. 법안소위 인원을 줄이자고 먼저 제안한 것도 민주당이 아니고, 오히려 야당 몫에 정의당을 포함시키거나(민주 4, 한국 3, 정의1 혹은 민주 4, 한국 2, 바른미래 1, 정의 1), 야당 몫을 한 명 늘려서(민주 4, 한국 3, 바른미래1, 정의 1)라도 정의당을 법안소위에 배정하는 방안을 제안했다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정의당을 배려하기 위해 나름의 최선을 다했는데, 마치 여당이 정의당을 껄끄러워해 이를 배제한 것처럼 오해를 받고 있다고 깊은 한숨을 쉬었습니다.

하지만 여당 몫을 한 명 줄여서(민주 3, 정의 1, 한국 3, 바른미래 1) 이를 조정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는 "법안소위에 참여하려는 의원이 많다"면서 곤란하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습니다.

한국 임이자 "한국당은 범죄집단 발언, 어떻게 사정 봐주나?"

한편 한국당 환노위 간사인 임이자 의원은 '규칙'을 강조했습니다. 법안소위를 여야 동수로 구성하기로 한 것은 故 노회찬 당시 '평화와 정의의 의원모임' 대표도 합의한 것인데, 인제 와서 규칙을 바꿔달라고 하는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이런 말도 했습니다. 하필이면 한국당 연찬회 날 이 대표가 '한국당은 범죄집단'이라고 발언해 당내가 부글부글 끓고 있는데, 본인이 어떻게 사정을 봐줄 수 있느냐는 말입니다. 임 의원은 통화에서 "제가 너무한 건가요?"라고 되묻기도 했습니다. 야당 몫 한 자리를 정의당에 주는 방안이나 야당 몫을 하나 늘려서라도 정의당을 배정하는 방안 모두 받아들일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습니다.


노동자의 정당, 환노위 소위로 돌아갈 수 있을까?

정의당은 '노동자를 대변하는 정당'을 표방하고 있습니다. 그 역할을 잘하고 있는지, 정의당만이 그런 역할을 하는지와는 별개로 정의당이 거대 정당들과 특히 노동 문제에서는 '결이 다른' 주장을 한다는 것은 분명합니다.

정의당이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10%가 넘는 지지를 얻고 있는 것도 이 같은 행보가 반영된 결과일 것입니다. '민의의 전당' 국회에서 노동문제에 대한 다양한 목소리를 법안에 반영하기 위해 환노위 법안소위에 꼭 참여해야 한다는 정의당의 주장이 무리하게 들리지 않는 이유입니다.

국회 상임위 법안소위 구성은 다시 되돌릴 수 없는 결정은 아닙니다. 정의당과 이 대표는 여야 간사들을 상대로 설득작업을 벌이고 있습니다. 어떤 결과가 나올지는 예상할 수 없지만, 그 결과가 20대 국회 후반기 환노위에서 다양한 노동 현안을 논의하는 과정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어떤 결과를 낳게 될지 계속 지켜보겠습니다.

조태흠기자 (jotem@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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