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쓰오일 5조 투자… 에틸렌 증산 전쟁 불붙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8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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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쓰오일이 5조 원을 들여 대표적 석유화학제품인 에틸렌 생산시설을 새로 짓는다. ‘화학산업의 쌀’로 불리는 에틸렌은 합성수지, 섬유 등 각종 화학물질 기반 제품의 원료로 쓰인다. LG화학, 롯데케미칼 등 기존 석유화학 전문기업의 잇따른 증설에 이어 정유업체들도 생산에 속속 뛰어들면서 글로벌 에틸렌 증산(增産) 경쟁이 뜨거워지고 있다.

에쓰오일은 22일 “2023년까지 울산 온산공장 인근 40만 m² 부지에 연간 생산량 150만 t 규모의 스팀 크래커를 짓기 위한 타당성 검토를 수행 중”이라며 “투자 규모는 5조 원을 넘어설 것”이라고 발표했다.

스팀 크래커는 원유 정제 과정에서 생산되는 부산물을 원료로 투입해 에틸렌 등 석유화학 제품을 만드는 시설이다. 기존 에틸렌 생산시설인 나프타분해시설(NCC)과 다른 점은 나프타 외에 부생가스도 원료로 쓴다는 점이다. 에쓰오일 관계자는 “그동안 원유를 정제하며 나오는 부생가스는 공장을 돌리는 연료로 써 왔는데, 에틸렌 생산 원료로 투입하면 경제성을 대폭 높일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연간 150만 t은 국내 1위 기업인 LG화학의 여수NCC(116만 t)를 뛰어넘는 단일 설비 최대 규모다.

석유화학 업계에서 펼쳐지고 있는 에틸렌 증산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LG화학은 현재 진행 중인 대산NCC 증설(23만 t)과 함께 여수NCC에도 80만 t 규모를 증설한다는 계획이다. 2021년 증설이 완료되면 LG화학의 연간 에틸렌 생산량은 현재 220만 t에서 330만 t으로 늘어난다. 롯데케미칼도 여수NCC 증설과 함께 미국 루이지애나주에 신규 에탄분해시설(ECC)을 건설 중이다. ECC는 나프타가 아닌 셰일가스에서 나오는 에탄을 원료로 에틸렌을 생산하는 시설이다. 이 프로젝트가 완료되면 롯데케미칼의 에틸렌 생산량은 연 450만 t에 이른다.

에쓰오일을 비롯한 정유업체들이 그동안 ‘부업’ 정도로 여기던 화학산업에 본격적으로 진출하면서 에틸렌 증산은 가속도가 붙고 있다. SK이노베이션 자회사인 SK종합화학은 이미 연 86만 t 규모의 NCC를 보유하고 있다. GS칼텍스, 현대오일뱅크도 각각 연 70만∼75만 t 규모의 NCC 건설을 추진 중이다. 현재 한국 석유화학 업체들의 에틸렌 총생산량은 연 900만 t 정도지만 각 업체가 추진하는 신설 및 증설이 완료되면 연 1500만 t 가까이로 늘어난다.

이는 꺾일 줄 모르는 수요에 발맞춰 매출과 수익성을 극대화하려는 전략이다. 지난해 6월 1000달러 밑으로 떨어졌던 에틸렌 t당 가격은 현재 1400달러까지 오른 상태다. 글로벌 경기 회복에 따른 수요 증가와 함께 최대 수요처 중 한 곳인 중국에서 환경 규제가 강화돼 석탄 기반의 생산시설 가동이 대폭 감소한 탓이다.

세계 1위 에틸렌 생산국인 미국에서도 증산 바람이 뜨겁다. 다우케미칼과 셰브론, 필립스 등 주요 업체들의 증설 현황을 종합하면 2017∼2018 2년 동안에만 연 1300만 t 이상 생산량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기업들은 대부분 NCC가 아닌 셰일가스 기반의 ECC를 통해 에틸렌을 생산한다.

물론 잇따른 증산이 공급 과잉을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석유화학 업계 관계자는 “미국과 달리 국내 석유화학 업체들은 대부분 원유에서 에틸렌을 뽑아내기 때문에 유가 상승과 공급 과잉이 겹칠 경우 수익성이 악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황태호 기자 taeho@donga.com
#에쓰오일#에틸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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