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급식 고기류 치우쳐..매주 한 번이라도 채식을"

2018. 8. 22.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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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선아 기자의 베이비트리〕

[한겨레]

이현주 한국 고기없는월요일 대표(오른쪽 두 번째)가 채식에 관심 많은 중학생들과 함께 직접 채식 요리를 하며 먹거리 교육을 하고 있다. 이현주 대표 제공.

15년 동안 한약국 운영하는 한약사
채식식단과 식물성 약재 처방 주력

“아이들 비만 갈수록 심각
음식이 곧 약, 건강 먹거리 절실”

채식단체들과 함께 교육청 상대로
채식식단과 식교육 강화 운동

“아이들 비만 문제가 갈수록 심각합니다. 비만은 단순히 개인의 문제가 아닙니다. 건강한 먹거리를 제공하지 않는 가정과 학교, 입시 위주의 교육 속에서 우리 아이들의 몸과 마음이 찌들어가고 있어요. 고기반찬 없으면 거들떠 보지 않는 아이들, 햄이 돼지고기로 만들었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아이들을 자주 만나요. 우리 아이들을 이대로 방치해도 괜찮을까요?”

이현주 한국 고기없는월요일 대표(인천 기린한약국 한약사)가 힘주어 말했다. 그는 15년 동안 한약국을 운영하면서 동물성 보약 대신 채식 식단과 함께 식물성 약재 처방을 통해 환자를 치료해온 한약사다. 지난 2010년부터는 일 주일에 한 번 고기를 안 먹어도 온실 가스를 줄이는 환경 운동에 동참할 수 있다는 ‘고기없는월요일’ 운동을 펼쳐온 환경운동가이기도 하다. 고기없는월요일 운동은 원래 2003년 미국에서 시작된 공중보건캠페인으로, 미 블룸버그 고등학교 아이들 비만관리 프로그램으로 시작됐다. 그런데 비틀즈 그룹 멤버인 폴 매카트니가 지난 2009년 유럽 의회에서 환경운동으로 제안하면서 전 세계로 확산됐다. 현재는 영국, 미국, 프랑스, 일본 등 약 40여 국에서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아이들이 식재료를 토대로 그림을 그려 만든 엽서.

폴 메카트니 제안으로 지구촌 확산

그가 최근엔 여러 채식 단체들과 힘을 뭉쳐 각 지역 교육청 문을 두드리며 학교 급식에서 ‘주 1회 채식 급식’과 ‘식교육 강화’가 필요하다고 설득하고 있다. 공공급식에서의 채식 식단 운동에 뛰어든 그를 지난 16일 서울 한 채식 식당에서 만났다. 그가 생각하는 학교 급식의 문제점은 무엇이고,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한 대안들은 무엇일까.

“아토피 때문에 한약국을 찾은 한 학생이 있었어요. 저는 음식이 곧 약이라고 말해왔고, 한약 처방과 함께 채식 위주의 식단을 처방했죠. 방학 동안 학생의 증상이 꽤 호전됐어요. 그런데 방학 끝나고 고기 위주의 학교 급식을 먹더니 다시 증상이 악화 되더라고요. 학교 급식이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아이들은 학교에서 하루에 한 번 또는 두 번까지 식사를 한다. 이렇게 아이들에게 일상인 학교 급식 식단을 살펴보면, 지나치게 고기와 생선, 계란, 우유 등 동물성 식품 위주라는 것이 그의 견해다. 또 아이들이 담백한 요리를 싫어하니까, 아이들 입맛에 맞춰 햄이나 베이컨, 소시지 같은 가공 육류도 자주 등장한다. 실제로 이 대표가 인천의 한 초등학교와 서울의 한 초등학교 한 달치 식단을 살펴보니, 고기나 생선, 어묵류의 반찬은 매일 나왔다. 또 햄이나 베이컨, 소시지는 한 달에 두세 번 이상 등장했다. 이 대표는 “붉은 고기, 햄과 소시지는 세계보건기구(WHO)가 정한 제1급 발암물질”이라며 “세포 변이를 유발하여 정상 세포를 암세포로 변환시킬 수 있는 발암 물질을 학교 급식에서 자주 사용하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중국에서 이뤄지는 식생활교육의 모습. 식재료를 주제로 이야기한 뒤 그림을 그려 엽서로 만들었다. 이현주 한국 고기없는월요일 대표는 이런 식으로 재밌는 식생활 교육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이현주 대표 제공.

텃밭농사·요리 직접 체험해보게

학교 급식에서 채소 반찬이 적은 것은 아니다. 어묵채소볶음, 무말랭이무침, 감자전, 느타리버섯볶음, 양송이카레라이스불고기퀘사디어 등 채소 반찬 또는 채소를 활용한 다양한 메뉴들이 등장한다. 문제는 채소 맛에 익숙하지 않은 학생들에게 고기 반찬과 채소를 함께 제공하면, 고기류만 먹고 채소를 많이 남긴다는 데 있다. 주 1회 채식 급식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이유다. 채소를 먹는 아이라도 자신이 먹어본 채소만 먹는 경향도 뚜렷하다.

급식 고기류 매일, 햄 등도 종종
채소류 적지 않지만 자극적으로
각국 의회·당국 나서 채식정책 강화
온실가스 줄이는 환경운동으로도

“음식은 먹는 것 넘어 문화코드
몸과 마음, 지구 살리는 식문화를”

영양사들 사이에서는 채소 반찬을 음식물 쓰레기로 만들지 않으려면 채소를 자극적인 양념으로 버무리거나 고기와 함께 조리해야 한다는 ‘노하우’가 공유된다. 잔반 없는 학교를 만들기 위해 식재료 본연의 맛을 살리기보다 튀기고 볶고 자극 강한 양념들로 버무린다. 학교 밖에서도 아이들은 패스트푸드와 과자, 탄산음료를 손쉽게 만난다. 학교 급식에서도 아이들은 어느새 고기 위주의 반찬만 먹고 양념이 강한 음식에 익숙해진다. 아이들은 이런 환경 속에서 살이 찌게 되고, 대사증후군 위험에 노출된다.

실제로 최근 20여 년 동안 국내 소아청소년 비만율은 높아지고 있는 추세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펴낸 ‘2017 비만 백과’를 보면, 6~18살 소아청소년의 비만율은 2014년 10%를 넘어섰다. 이는 1997년보다 두 배에 이르는 수치다. 복지부가 최근 발표한 자료에서도, 소아청소년 비만율은 지난 2008년 11.2%에서 2017년 17.3%로 늘고 있는 추세다.

영유아의 편식 경향성도 짙어지고 있다. 건강보험공단이 2012~2016년 6차(생후 54~60개월), 7차(생후 66~71개월) 영유아 건강검진 자료를 바탕으로 영양 관련 건강행태 빅데이터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2016년 6차 검진을 받은 전체 영유아 중 42.5%에 이르는 아이들이 편식 경향을 나타냈다. 이는 2012년(24.6%)보다 1.72배 늘어난 수치다. 또 7차 검진을 받은 영유아의 4.8%에 이르는 아이들이 아침을 거르고 있다. 이처럼 편식하는 영유아가 학교에서도 채소의 맛을 제대로 알 수 있는 기회가 없다면, 그 아이의 잘못된 식습관은 성인까지 이어지게 된다.

“학교에서 주 1회 채식 급식을 하면서 다양한 먹거리 교육을 강화해야 합니다. 텃밭 농사를 지어본다거나 요리 체험 해보기, 식재료를 만화로 그려보기, 음식에 대한 스토리텔링을 통해 자신을 들여다보는 ‘푸드토크’ 등 재밌는 방법들이 많아요.”

지구촌 먹거리 운동가와 네트워크

이 대표는 지난 5일부터 7일까지 중국 쓰촨시 청두에서 열린 ‘좋은 먹거리를 위한 세계 회의’ (Good food hero summit)에 연사로서 참석해 ‘공공 급식에서의 좋은 먹거리’를 주제로 발표하기도 했다. 그는 전 세계 먹거리 운동가들과 네트워크를 쌓으며 자신이 펼치는 운동에 더욱 확신을 갖게 됐다. 그는 “이미 많은 나라에서 정의롭고 윤리적이며 환경에 이로운 지속 가능한 먹거리 문화가 하나의 흐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고 전했다.

포르투갈 의회에서는 학교, 병원 등 모든 공공기관 구내식당에서 채식 메뉴를 선택할 수 있도록 ‘채식 메뉴 의무화 법안’이 통과됐다. 벨기에 헨트를 비롯해 독일 브레멘, 브라질 상파울루, 미국의 뉴욕과 로스앤젤레스, 피츠버그, 마이애미 등이 시 차원의 채식 정책을 시행해 주 1회 채식 운동에 동참하고 있다. 미국의 예일 대학 다이닝사업부에서는 2016년부터 2025년까지 식물성 100% 식단을 목표로 노력하고 있다. 육류 소비가 가장 많은 중국은 정부 차원에서 온실가스 감축 전략으로 육류 소비 50% 감축을 내걸었고, 비건 대학생들의 활동도 적극 독려한다.

“음식이란 단지 먹는 것이 아닙니다. 음식은 몸과 마음, 관계가 복합적으로 얽혀있는 하나의 문화 코드죠. 먹고 싶은 음식과 건강한 메뉴 사이, 나를 위한 음식과 지구를 위한 음식 사이, 몸을 위한 음식과 영혼을 위한 음식 사이에서 조화와 균형을 찾아야 합니다. 우리 아이들이 자신의 몸과 마음을 살리고, 지구를 살리는 이러한 건강한 식문화를 형성할 수 있도록 교육부와 각 지역 교육청이 나서야 합니다.”

양선아 기자anmad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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