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도 男風..BTS·워너원 보며 배운 1020세대가 '큰 손'

이재은 기자 입력 2018. 8. 21. 14:04 수정 2018. 8. 21. 1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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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 김성원(23)씨는 운동 약속이 없는 날이면 화장을 하고 외출한다. 로션과 자외선 차단제(썬크림)는 기본이다. 김씨는 눈썹의 빈 공간을 채워넣고, 얼굴이 입체감 있어 보이도록 음영을 주고 입술에 색을 입히는 등 색조 화장까지 마치고 집을 나선다. 그는 "남자도 자기 관리를 해야 하는 시대"라며 "기초 화장만 해도 훨씬 깔끔해보여서 기분도 좋고 자신감도 생긴다"고 했다.

지난해 데뷔한 남자 아이돌 그룹 워너원의 멤버 강다니엘이 입술에 바른 틴트는 젊은 남성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었다. / 조선DB

이지호(20)씨도 올해 대학에 입학하면서 잡티와 여드름을 가리기 위해 피부 화장을 시작했다. 그는 "유튜브에 ‘남자 기초화장’으로 검색하면 화장하는 법을 단계별로 쉽게 알려주는 영상이 많은데, 보면서 피부를 좋아보이게 하는 화장법을 배웠다"고 말했다.

외모 관리에 투자하는 남성이 늘면서 남성 화장품이 화장품 업계의 신(新) 성장동력으로 떠올랐다.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국내 남성 화장품 시장은 2011년 8784억원에서 지난해 1조2000억원으로 성장했다. 2020년이면 1조4000억원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유튜브 보고 화장 배우는 10~20대가 유행 주도

국내 화장품 시장의 큰 손으로 떠오르는 남성은 10~20대다. 패션과 미용에 돈을 아끼지 않는 ‘그루밍족’이 경제력 있는 30~40대에서 유행에 민감한 10~20대로 옮겨가는 추세다. 화장품 업계 관계자는 "기존 그루밍족은 꾸미는 방식이 투박하다면, 최근 화장품을 소비하는 젊은층은 섬세하다"면서 "방탄소년단, 워너원 등 화장을 진하게 한 아이돌 가수를 보면서 자란 세대라 화장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이들은 눈썹, 피부, 입술 등 부위별로 화장을 구체적으로 한다는 게 특징이다. 유튜브에 올라온 화장법을 보고 화장을 배우거나 또래 배우, 아이돌 가수 등의 화장법을 참고해 화장을 한다.

화장품 업계가 남성 화장품 제품을 강화하고 있다. / 라네즈·애경산업 제공

실제 헬스·뷰티샵 올리브영은 올 상반기 남성 고객이 많이 구매한 화장품으로 아이라이너, 눈썹 정리 기기, 쿠션, 색상 있는 립밤 등을 꼽았다. 올리브영을 운영하는 CJ올리브영네트웍스는 "외모에 대한 관심과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이 남성 화장품 시장의 성장을 주도하고 있으며, 연령이 낮은 20대일수록 이런 현상이 두드러진다"고 설명했다.

◇사회적 시선 여전히 부정적…화장해도 티 안나는 화장품 선호

그러나 여전히 ‘화장하는 남성’을 부정적으로 보는 사회적 시선 때문에 젊은 남성들도 티 안나는 화장을 선호하는 분위기다. 소셜미디어에 ‘남자 화장법’ 영상을 올리는 남성 인플루언서(influencer·영향력 있는 사람)들도 ‘남자가 사용하기에 부담스럽지 않은 립밤’ ‘연한 화장’ 등 발라도 진하지 않은 제품과 자연스러운 화장법을 주로 소개한다.

주요 화장품 기업도 세심해진 남성 고객의 요구에 맞춰 다양한 기능성 제품을 선보이거나 남성 전용 브랜드를 출시하고 있다. 잡티를 가려주면서 자연스럽게 안색을 밝게 하는 비비크림, 입술에 색상을 넣어주는 틴트, 피부에 수분을 채워주는 보습크림 등이 대표적이다.

애경산업은 18~24세 남성을 겨냥한 화장품 브랜드 ‘스키니’를 출시하고, 아모레퍼시픽(090430)은 지난해 남성 화장품 전용 브랜드 ‘브로앤팁스’를 선보였다. LG생활건강(051900)도 자사 화장품 브랜드 빌리프의 남성용 제품군을 최근 새롭게 바꿨다.

샤넬이 내달 1일 선보이는 남성 화장품 ‘보이 드 샤넬’. 피부에 바르는 파운데이션, 눈썹 화장을 위한 아이브로 펜슬, 립밤 등으로 구성된다. / 샤넬 제공

해외 화장품 브랜드도 이런 흐름에 합류했다. 프랑스 화장품 브랜드 샤넬은 내달 1일 남성용 화장품 ‘보이 드 샤넬’을 처음 선보인다. 한국 시장에 먼저 출시한 뒤 11월부터 전 세계 샤넬 매장에서 판매를 시작한다.

애경산업 관계자는 "과거 하나의 제품에 모든 기능이 담긴 ‘올인원’ 화장품으로 몰렸던 남성 고객의 수요가 다양한 기초제품으로 세분화되는 추세"라며 "젊은 남성을 중심으로 화장품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고 있지만, 대부분 남성이 화장이 서툴고 남의 시선을 의식한다는 점을 감안해 화장한 티가 안나고 사용이 간편한 화장품을 개발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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