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은 20일 밤 9시(이하 한국시각) 인도네시아 자와바랏주 반둥의 시 잘락 하루팟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남자 축구 조별리그 E조 3차전에서 키르기스스탄을 상대로 간신히 1대 0 승리를 거뒀다.
한국은 전반에만 14회의 슛을 퍼부으며 압도적인 경기를 펼쳤다. 키르기스스탄 선수들은 5백 수비를 바탕으로 라인을 한창 끌어내려 침착하게 한국의 공세를 막아냈다. 힘겨운 싸움을 이어가던 중, 후반 18분 손흥민의 천금 같은 결승골이 터졌다. 코너킥 상황에서 발리 슛으로 깔끔하게 골을 성공시켰다.
논란은 이후의 상황에서 터졌다. 후반 20분 황희찬(23 잘츠부르크)의 이해할 수 없는 플레이가 나왔다. 두 발 사이에 공을 끼우거나 한쪽 발로 공을 뒤로 빼며 반대쪽 발뒤꿈치로 공을 차 높게 띄워 넘기는 기술인 레인보우 플릭, 일명 ‘사포’다. 브라질의 축구스타 네이마르가 종종 사용하는 기술로 화려한 발기술을 요구하는 고난도 플레이다. 프로선수 레벨에선 성공하기도 어려울뿐더러 상대선수에게 불쾌감을 유발할 수 있어 일반적인 선수들은 잘 사용하진 않는다.
황희찬은 이러한 ‘사포’를 시도했으나 실패하고 말았다. 공을 뒤로 빼긴 했지만 불안정한 터치로 공을 올리지 못했다. 경기 템포를 늦춤과 동시에 득점 찬스를 빼앗기고 말았다. 당시 1점차 리드로 승리를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황희찬의 이러한 플레이는 경기가 끝난 후 도마 위에 올랐다.
황희찬이 집중포격의 대상이 된 건 단지 무리한 개인기 때문만은 아니다. 지난 17일 말레이시아전부터 심각한 부진에 시달렸다. 말레이시아 수비진들에게 번번이 움직임을 읽히며 위협적인 모습을 보이지 못했고 투박한 볼터치와 슈팅의 정확도 또한 아쉬움이 남았다. 동료 공격수 황의조와의 호흡도 좋지 못했으며 문전 상황에서 세밀함 역시 떨어졌다. 분노한 나머지 선수들과의 악수를 하지 않은 채 곧바로 라커룸으로 향하며 그라운드외적 문제도 불거졌다. 결과를 떠나 경기가 끝나면 서로에게 악수를 건네며 예를 갖추는 것이 일반적인 관례다.
키르기스스탄을 상대로도 황희찬의 수난은 계속됐다. 김학범 감독은 전반전 공격 전개에서 아쉬움을 보였던 황의조 대신에 황희찬을 투입했다. 특유의 저돌적인 움직임을 가져갔으나 별다른 소득이 없었다. 지난 말레이시아 전에서 보인 아쉬움이 이번 경기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났다. 특히 후반 19분 문전 상황에서 너무 힘이 들어간 슈팅으로 공을 골대 위로 넘기고 정규시간 종료 직전 골키퍼를 제쳤음에도 득점에 실패 하는 등 부족한 결정력이 발목을 잡았다.
다음 상대인 이란은 말레이시아와 키르기스스탄보다 훨씬 더 강한 수비조직력을 갖추고 있는 팀이다. 더 이상 실수가 용납되지 않는 토너먼트에 들어서며 반드시 그들의 밀집수비를 뚫어내야하는 황희찬의 어깨가 무거워졌다.
송태화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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