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볼일은 숲에서, 틈만 나면 새치기.. '어글리' 패키지여행

표태준 기자 2018. 8. 21.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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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여행 3000만명 시대.. 어글리 코리안 조장하는 여행사들

해외여행 3000만명 시대가 열린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2015년 1931만명이었던 내국인 출국자 수는 2016년 2238만명, 지난해 2650만명으로 증가했다. 올해에는 상반기(1~6월)에 1432만명이 출국해 연간 출국자 3000만명을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한국인 관광객의 여행 문화는 외형적 성장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특히 저렴한 가격에 여러 곳을 볼 수 있는 패키지여행에 대한 불만이 많다. 바쁜 일정 탓에 현지 공공질서를 어기는 '어글리 코리안'을 양산한다는 것이다. 한국여행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여행사 패키지 상품 이용자 수는 988만명이다. 해외여행객 3명 중 1명 이상(37%)이 패키지 상품을 이용한다.

지난해 6월 N여행사를 통해 북유럽 패키지여행을 간 김모(여·45)씨는 노르웨이 유명 관광지인 릴레함메르 스키 점프 경기장을 방문했다. 여행 가이드는 화장실 가고 싶은 사람은 노상 방뇨를 하라고 권했다. 김씨는 "유료 화장실이 있었지만 가이드가 '노르웨이 화폐 크로네로만 화장실을 쓸 수 있고 앞으로 여행하는 2시간 동안 화장실이 없으니 여기서 꼭 일을 보라'고 말했다"며 "결국 다른 나라 관광객들도 많은 곳에서 숲에 들어가 우산으로 가리고 볼일을 봤다"고 했다. 당시 여행객들은 유로화만 갖고 있고 크로네화가 없었다고 한다. 같은 여행 상품을 이용한 최모(여·50)씨는 "가이드에게 '국제 망신 아니냐'고 따졌더니 '선수 숙소 사이나 숲 속에서 볼일을 보면 괜찮다'고 노상방뇨 장소까지 알려줬다"고 했다. 이 여행사는 이에 대해 "고객으로부터 그런 불만이 접수되지 않았고 작년에 일어난 일이어서 사실 확인이 어렵다"고 말했다.

금연 구역에서 흡연하도록 조장하는 가이드도 있다. 지난 2월 베트남을 여행한 최모(37)씨는 할롱베이에 있는 한 금연 식당 내에서 한국인 가이드 세 명이 담배를 피우는 것을 목격했다. 최씨는 "그 식당엔 분명히 'No smoking zone(금연 구역)'이라는 큰 문구가 여럿 붙어 있었다"며 "가이드들에게 따졌더니 '여기서는 담배를 피워도 된다. 베트남은 원래 이런 곳'이라고 했다"고 말했다.

대기 시간을 줄인다며 관광지나 면세점에서 새치기하는 경우도 있다. 직장인 최모(30)씨는 지난 2월 일본 규슈 여행을 갔다가 '쇼핑백 새치기' 장면을 목격했다. 한 한국인 가이드가 오전 이른 시각 구마모토공항 보안 검색대 앞에 쇼핑백 수십 개를 일렬로 세워놓았다. 최씨는 "보안 검색대 문이 열리자 가이드가 면세점에서 쇼핑하고 있던 관광객 20여명을 불러 쇼핑백 놓아둔 자리로 새치기를 시켰다"며 "그 뒤에 있던 일본인과 다른 나라 관광객 수십 명이 흥분해 화를 냈고 욕하는 이도 있었다"고 했다.

한 여행업계 관계자는 "가이드는 여행객이 남기는 평가와 팁에 굉장히 민감한 직업"이라며 "금연 장소에서 흡연토록 편의를 봐주거나 새치기를 권해서라도 여행 일정을 딱 맞춰 소화해야 여행객들로부터 '노련한 가이드'라는 얘기를 들을 수 있다 보니 여행 에티켓은 뒷전인 경우가 많다"고 했다.

이연택 한양대 관광학부 교수는 "해외여행 붐과 함께 가이드의 서비스 의식에 대한 소비자 눈높이는 올라갔지만, 현지 가이드 수준은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며 "국내 여행사가 소비자의 피드백을 적극 반영해 현지 가이드의 서비스 의식과 수준을 점검하고 교육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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