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방학 때 상경 레슨까지…“이번 수상으로 내 꿈에 한 발 더”읽음

고희진 기자

제12회 경향실용음악콩쿠르 대상 수상자 3인 인터뷰

고등부 보컬 대상 김보경, “나만의 감성 담긴 노래로 좋은 영향주는 사람 될 것”

중·고등부 작곡·싱어송라이터 대상 김영소, 피아노 배우다 기타 독학 “자유롭게 음악 하고 싶어”

고등부 악기(건반) 대상 구예담, “가벼운 마음으로 경험 삼아 출전, 뜻밖 성과 얻었다”

제12회 경향실용음악콩쿠르 악기부문 고등부 대상 구예담양, 작곡·싱어송라이터 부문 중·고등부 대상 김영소군, 보컬부문 고등부 대상 김보경양(왼쪽부터)이 지난 14일 서울 중구 경향신문사에서 인터뷰를 마친 뒤 한자리에 모였다. 이상훈 선임기자 doolee@kyunghyang.com

제12회 경향실용음악콩쿠르 악기부문 고등부 대상 구예담양, 작곡·싱어송라이터 부문 중·고등부 대상 김영소군, 보컬부문 고등부 대상 김보경양(왼쪽부터)이 지난 14일 서울 중구 경향신문사에서 인터뷰를 마친 뒤 한자리에 모였다. 이상훈 선임기자 doolee@kyunghyang.com

경향신문사가 주최한 제12회 경향실용음악콩쿠르 수상자가 발표됐다. 고등부 대상은 보컬부문 김보경양, 악기부문 구예담양이 수상했다. 중등부 대상 보컬부문은 김수비양, 악기부문은 신원주군이 수상했다.

작곡·싱어송라이터 부문은 중·고등부와 대학·일반부로 나눠 진행했다. 중·고등부 대상은 김영소군이 수상했다. 대학·일반부 대상 입상자는 없었다. 이번 콩쿠르는 총 573명이 참가해 지난 7월26·27·31일, 8월1~3일 등 6일간 예선이 치러졌고 8월9~10일 양일간 본선이 진행됐다. 경향실용음악콩쿠르는 뮤지션이 되기 위한 가능성을 타진해보는 장으로, ‘장기하와얼굴들’의 드러머 전일준, 가수 손승연 등을 배출했다. 이번 콩쿠르 심사위원으로는 방현승·최우혁·정원영·송홍섭·신연아·장혜진·권진원 등 실용음악과 교수진, 아티스트들이 참여했다. 시상식과 수상자 연주회는 서울재즈아카데미의 도움으로 다음달 7일 서울 마포구 웨스트브릿지 라이브홀에서 열린다.

■ 고등부 보컬 대상 | 김보경

김보경양(18·부경고 3학년)은 고등부 보컬부문 수상자 중 유일한 일반계 고등학생이다. 처음엔 다른 입상자들처럼 예술고등학교에 진학했었다. 부모님의 반대를 무릅쓰고 들어간 학교였지만 생각만큼 성과가 없었다. 1년 만에 일반계 고등학교로 옮겨 공부에 집중했다.

“음악을 놓을 수가 없었다”는 김양은 결국 다시 제자리로 돌아왔다. 주말마다 기차를 타고 서울에 와 보컬 레슨을 받았다. 방학 때는 서울에서 하숙하며 살았다.

김양은 “부모님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기 위해 학업에 집중하려 했지만, 나는 무조건 노래를 해야 한다고 깨달았다”고 말했다.

김양은 “기술적으로 잘 부른다기보다는 저만의 감성을 보여 줄 수 있는 보컬리스트가 되고 싶다”고 했다. 예선 무대에서 부른 로렌 알레드의 ‘네버 이너프(Never Enough)’는 영화 <위대한 쇼맨>에 나오는 노래다. 꿈과 사랑을 말하는 이 노래는 풍부한 감성이 매력적이다.

본선에서 부른 ‘울려 퍼져라’를 준비하면서는 많이 울었다. ‘지금 이 노래, 오랜 내 꿈에 숨결을 담는 기적, 만만찮은 삶의 현실 앞에 해지고 바래져 닳아진 맘 지쳐만 갈 때, 나를 어루만져 일으킨 이 노래, 그대의 가슴에도 울려 퍼지길’이라는 가사에는 뮤지션을 꿈꾸는 김양의 소망이 담긴 듯 보인다. 무대에서는 좋아하는 가수 박효신의 창법을 참조해 불렀다.

김양은 “노래로써 좋은 영향력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며 “아직 부모님에게 음악인으로서의 삶을 인정받지는 못했지만, 이번 수상으로 보컬리스트라는 꿈에 한 걸음 더 다가섰다”고 말했다.

■ 중·고등부 작곡·싱어송라이터 대상 | 김영소

김영소군(17·한림연예예술고 2학년)은 다수의 콩쿠르에서 입상 경험이 있다. 2014년 기타를 처음 손에 잡은 뒤 여러 대회를 거치며 실력을 입증했다.

자작곡 ‘메모리즈(Memories)’는 그때의 기억을 담았다. 즐거운 추억만 담긴 곡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아니다. 김군은 “위축되고 주눅 들었던 시간이었다. 오랫동안 클래식 피아노를 연주해오다 중학교 2학년 때 기타로 바꿨다. 대회를 통해서 실력을 입증하고 싶었지만, 모든 것이 낯설었다”며 “굉장히 힘들었지만 결국 해냈다는 느낌을 곡에 담았다”고 말했다.

이번 대회에서 ‘메모리즈’와 함께 선보인 ‘라이크 어 스타(Like A Star)’는 애니메이션 <너의 이름은>을 본 뒤 썼다. 그는 “시간을 오가며 소중한 사람을 만나는 영화다. 감성을 이어받아 노래도 아련하고 닿을 듯 말 듯한 분위기로 썼다”며 “곡의 두 번째 하이라이트에 퍼포먼스를 준비했는데 심사위원분들이 중간에 끊어 다 보여드리지 못했다”고 아쉬워했다.

세 살 때부터 드럼, 팀파니, 마림바 같은 악기를 배웠다. 피아노는 개인 레슨을 받아가며 실력을 키웠지만, 답답함을 느꼈다. 좀 더 대중과 호흡할 수 있는 음악을 하고 싶었다.

그는 “클래식을 듣는 건 좋아하지만, 엄격한 문화 같은 것이 성격에 맞지 않았다. 피아노를 한다고 해도 이루마나 막심 므라비차 같은 크로스오버적인 느낌을 원했다”고 말했다.

부모님도 이제는 ‘기타 레슨을 받아보겠냐’고 권유하신다. 김군은 “혼자 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레슨받는 것이 트라우마처럼 남아있다”며 “이제는 좀 더 자유롭게 음악을 하고 싶다”고 했다.

■ 고등부 악기(건반) 대상 | 구예담

“뮤지션 ‘아노말리(Anomalie)’와 함께 연주하는 게 꿈이에요.” 구예담양(18·서울실용음악고 3학년)은 생애 두 번째 콩쿠르에서 대상을 받았다. 첫 콩쿠르도 경향실용음악콩쿠르였다. 중학교 3학년 시절 참가한 대회에선 예선 탈락했다. 이번에도 기대는 크지 않았다. “경험 삼아 가벼운 마음으로 출전했는데” 뜻밖의 좋은 기회를 얻었다며 “드럼과 베이스를 연주하기 위해 함께 무대에 올라준 동욱이와 예진이에게 고맙다”고 말했다.

처음 피아노 연주를 접한 건 교회에서였다. “성가대의 반주를 하는 연주자들이 괜히 신기했다”는 그는 “아이들이 다 피아노 학원에 다니길래 나도 부모님을 졸라 학원을 다니게 됐다”고 말했다. 클래식 위주의, 자로 잰 듯 가르치는 방식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교회에서 연주자들의 손을 관찰했다. 학원에선 담았던 연주자들의 손 모양을 참고해 연주했다.

중학교에 들어가며 음악과 멀어졌다. 부모님은 공부에 충실하기를 원했다. 그나마 교회에서 피아노 반주를 계속해 음악의 끈을 놓지 않을 수 있었다. 그 무렵 재즈 피아노 연주에 빠졌다. 부모님과 상담한 후 예고로 진학했다. 이제 부모님은 든든한 지원자다.

예선과 본선 무대에서는 각각 ‘스나키퍼피’와 ‘코리 헨리’의 곡을 연주했다. 무대에는 건반을 잡은 구양과 그를 도와줄 드럼, 베이스 연주자가 함께했다. 그는 “피아노 부문에서는 출전자의 90%가 혼자 연주하는 재즈 장르를 들고나오는데 나는 반대로 생각해서 협주 무대를 꾸몄다”며 “드럼 소리가 잘 들리지 않아 어려움이 있었지만 다행히 잘 마무리했다”고 말했다.

■ 심사평 - 개성은 없이 음악 표현의 도식화 우려

보컬부문 방현승 동덕여대 교수

주말·방학 때 상경 레슨까지…“이번 수상으로 내 꿈에 한 발 더”

올해 12회를 맞이한 경향실용음악콩쿠르를 진심으로 축하한다. 경연을 통해 보컬, 기악, 작곡, 싱어송라이터 등 모든 분야에서 성숙한 기량과 재능을 갖춘 참가자들을 만날 수 있었다. 특히 중·고등부의 경우 매해 참가자들의 수준과 기량이 발전해 즐거운 마음으로 심사했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보면 적지 않은 참가자들이 경연 곡에 대한 이해 및 해석 부족으로 보다 좋은 연주를 보여주지 못한 점 또한 사실이다. 보컬에선 강약 조절, 다이내믹표현, 리듬표현 등에 호흡을 적절하게 사용하지 못해 아쉬웠다.

심사를 하며 ‘음악을 화려하고 눈에 띄게 표현하기 위해 자신의 개성을 배제한 채 도식화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우려도 들었다. 음악의 중요한 가치인 창의성과 심미성을 강조하기보다는 주입식과 암기식으로 진행되는 입시교육의 병폐가 아닌가 싶다. 부디 경향실용음악콩쿠르의 참가자들은 보다 유연하고 폭넓은 사고를 바탕으로 기능인이 아닌 음악인으로 성장하기를 바란다.

내년엔 좀 더 많은 참가자들이 자신의 색깔을 마음껏 펼치는 경연의 장이 되기를 희망한다. 어려운 환경에도 매년 콩쿠르 개최를 위해 애써 주시는 관계자들께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 심사평 - 이야기·감정·영혼 전달되는 연주라야

악기부문 최우혁 백석대 교수

주말·방학 때 상경 레슨까지…“이번 수상으로 내 꿈에 한 발 더”

해마다 뛰어난 학생들이 참가해 기쁘고 놀랍다. 특히 중등부 참가자 중에서 몇 명은 이미 원숙한 맛이 느껴지는 연주를 들려줘 감탄을 자아내기도 했다. 고등부에선 우열을 가리기 어려울 정도로 수준 높은 참가자가 많았다. 즉흥연주 요구에 멋지게 대응하는 탄탄한 기본기를 보여줬고 화성진행에 대한 수준 높은 이해도를 유감없이 드러내기도 했다.

악기부문 심사를 하며 느낀 점은 첫째로 연주 스킬에 있어서는 많은 참가자들이 평균 이상의 수준을 보였다. 다만 경연이라는 부담감으로 박자감(Time feel)이 조금씩 흔들리는 경우가 있었다. 결국 많은 연주 경험을 통해 해결되는 부분이라 생각한다. 두번째는 음악적 표현력에 관한 것이다. 아쉽게도 음악적으로 이야기와 감정이 전달되는 연주를 들려준 학생은 많지 않았다. 이야기와 감정, 솔이 전달되지 않는다면 그건 음악이라고 말하기 어렵다. 선곡에 있어서도 다양한 스킬을 보여줄 수 있는 곡만이 아니라 음악을 공부하는 학생으로서 익혀야 할 ‘고전’ 등을 충분히 듣고 카피하고 연습한 결과가 느껴지는 곡들이 많았으면 한다. 이번 콩쿠르에서 뛰어난 열정과 집중력을 보여준 참가자들이 한국 음악계를 이끄는 위대한 뮤지션이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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