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대 안 와서 아쉽다”…관중석 꽉 채운 인도네시아 셔틀콕 열기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8월 20일 20시 41분


코멘트
“이용대가 오지 않아서 아쉽다.”

기자 일행이 한국에서 온 걸 확인한 현지 택시기사는 한국 남자 배드민턴의 간판으로 활약했던 이용대의 이름을 꺼냈다. 그는 손완호 성지현 이소희 등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아경기에 출전한 한국 배드민턴 국가대표 선수들의 이름을 줄줄이 꿰고 있었다.

축구를 잘 모르는 한국 사람들이라도 호날두나 메시를 아는 것처럼 인도네시아 사람들은 누구나 이용대를 잘 아는 듯했다. 20일 배드민턴이 열리는 자카르타 겔로나 붕 카르노 이스토라 경기장에서 만난 여성 자원봉사자 부디와티 위워호 씨는 “이용대는 모든 인도네시아 사람이 좋아하는 선수다. 잘생긴 데다 실력도 뛰어나다”고 말했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이용대는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직후 대표팀에서 잠정 은퇴해 이번 대회에는 출전하지 않았다.

현지 시간으로 이날 오전 9시에 시작된 한국과 인도네시아의 여자 단체전 2라운드(8강)는 관중의 열기로 가득했다. 월요일 이른 시간이었음에도 전체 관중석(6100석)의 절반 정도가 인도네시아 팬들로 들어찼다. 일요일인 전날은 만석이었다.

인도네시아 팬들은 자국 선수가 스매싱을 한 번 할 때마다 함께 함성을 지르는 특유의 응원을 펼쳤다. 상대국 선수들로서는 일방적인 응원에 기가 질릴 만했다. 성지현 등이 출전한 한국 여자 대표팀은 인도네시아에 1-3으로 패하며 1978년 방콕 대회 이후 40년 만에 아시아경기 여자 단체전 노메달에 그쳤다. 4년 전 인천 아시아경기에서 금메달을 딴 남자 대표팀 역시 단체전 8강에서 일본에 0-3으로 완패해 타이틀 방어에 실패했다.

전날 남자 단식 16강전에서 태국 선수를 이긴 손완호는 “옆 코트 인도네시아 선수를 응원하는 함성이 너무 커서 벤치의 작전이 잘 들리지 않을 정도였다”며 “한국에서보다 인도네시아 길거리에서 사인이나 사진 촬영을 요청받는 경우가 더 많다”고 말했다.

18일 열린 개회식의 성화 최종 점화자도 배드민턴 선수 출신 수시 수산티였다. 수산티는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에서 인도네시아 선수로는 처음으로 금메달을 땄다.

자카르타=이헌재 기자 uni@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