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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박기자 어디가?] 일본에서 캠핑하기… 서규슈 여행 1편 온천과 올레길이 있는 사가현 여행

박찬은 기자
입력 : 
2018-08-20 17:54:41
수정 : 
2019-07-31 15:3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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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드폰 화면은 늘 달궈져 있고, 뒤통수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지끈거렸다. 몸 안에는 인스턴트로 대충 때운 탄수화물 찌꺼기와 해결되지 않은 잡생각이 오래된 퇴적층처럼 쌓여갔다. 그때 떠났다. 올레길과 온천이 있는 규슈 사가현으로. 조각보를 연상시키는 녹차밭 올레길을 걷다가 미인온천에 몸을 담그고, 바다를 바라보며 먹는 소라구이라니. 이게 웬 호사인가. 텐트에 몸을 구겨 넣는 캠핑 여행이면 어떤가. 결과적으로, 핸드폰도 터지지 않는 호숫가 캠핑장에서 밤하늘을 바라본 기억은 지친 심신을 위로하기 위한 최적의 선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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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슈의 서쪽, 서규슈 지역에는 지리적으로 한국과 가까워 일본 전통문화와 함께 한반도의 문화유산을 동시에 만끽할 수 있는 사가현이 있다. 사가현은 녹차와 온천으로 유명한 우레시노 시 외에도 바다로 둘러싸인 가라쓰 시(여기에도 규슈올레 코스가 있다), 사가현청이 있는 사가시 등으로 구성돼 있는 서규슈의 조용한 시골 도시다.

▶숲 속 요정이 나타날 것 같은 규슈올레길

사가현은 에도 시대와 메이지 시대 흔적들이 곳곳에 남아 있는, 전통적인 컬러가 많이 남은 일본의 소도시다. 그 사가현을 속속들이 들여다보는 방법으로 나는 규슈올레 걷기와 캠핑을 택했다. ‘녹차, 올레길, 온천’. 사가현 우레시노는 이 세 가지 빼놓고는 말할 수가 없다. 일단 올레길부터. 초록의 녹차밭과 하늘로 쭉쭉 뻗은 삼나무 군락을 따라 우리는 22세기아시아숲에서 시이바 산소까지 걷기로 했다. 제주올레의 자매길인 규슈올레에서도 제주올레의 길 표식을 발견할 수 있었다. 올레 정방향을 뜻하는 파란 리본과 역방향을 뜻하는 붉은 리본, 방향을 알려주는 말 모양 조각 ‘간세’까지. 사가현의 감춰진 보석 같은 명소를 두 발로 딛으며 만날 수 있는 규슈올레 우레시노 코스는 험하고 거친 코스가 없기 때문에 아무리 저질 체력이라고 해도, 적당히 걷고 쉬다 보면 목적지에 다다르게 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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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3월에 개장한 규슈올레 우레시노 코스
4년 전 개장한 규슈올레 우레시노 코스는 총 12.5km로, 녹차밭과 숲길, 메타세쿼이아가 끝없이 펼쳐진 길을 번갈아 가며 걸을 수 있다. 모두 걸으면 약 3시간 총 4~5km로 그리 부담스럽지 않은 코스 주행이 가능하다. 종횡으로 가로질러 우거진 녹차밭을 보는 것만으로도 안구가 정화된다. 한쪽엔 하늘로 쭉쭉 뻗은 삼나무 군이 지평선 앞 과녁처럼 떡하니 나타난다. 흙길과 계단 모두 피곤한 구간이 없었고 무엇보다 높이 뻗은 삼나무와 타래를 얽어 서로의 뿌리를 지키고 있는 용나무가 뿜어내는 피톤치드가 도시에선 맛볼 수 없는 ‘녹색 휴식’을 선사한다. 걸으면서 생각한다. ‘내가 마지막으로 흙을 밟은 건 언제였지? 마지막으로 아무 목적 없이 숲길을 걸은 적은?’ 가끔은 내 몸을 아스팔트 도시 밖으로 튕겨 보내 녹색에 잠기게 하는 숲은 다시 도시 안으로 들어와 견딜 힘을 만들어주는 도시인들의 방공호다.

▶반짝이는 호숫가에서 즐기는 캠핑, 히로코우라 캠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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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은 핸드폰이 터지지 않는 장소로 피신하고 싶다가도, 서둘러 전화기를 확인하는 조급증을 가진 환자들에게 히로코우라 캠핑장은 최고의 명약이다. 우레시노 규슈올레길 중간지점에 석촌호수 절반 만한 큰 저수지를 낀 캠핑장, 물가의 메타세쿼이아 나무와 어우러진 그 아름다운 풍광도 풍광이지만, 데이터가 터지지 않을 만큼 깊은 산중에 있어 강제 디지털 디톡스를 하게 만든다는 점이 가장 만족스러웠다. 히로코우라는 우레시노 시에서 운영하는 캠핑장으로, 많이 알려져 있지 않은 자연친화적 캠핑장이다. 도보가 아닌 차로 올 경우 녹차밭이 펼쳐진 길을 20여 분 오르다 보면 나타난다. 호수 가장자리의 수심이 얕아 아이들은 민물새우나 개구리를 잡거나, 어른들은 잉어 낚시를 즐길 수도 있는 곳이다. 수면에 햇살이 부서진다. 새소리가 평화롭다. 영화 <흐르는 강물처럼> 인트로 화면으로 생각이 잠수를 할 무렵, 그때 갑자기 호숫가 발 밑에서 전쟁이 일어났다. 물로 들어가려는 까만 올챙이들이 마치 영화 <월드워Z>의 좀비들 못지 않은 속도로 까맣게 무리를 지어 발 밑으로 밀려들고 있었던 것. 얼마만큼 청정 수질을 지키고 있는 캠핑장인 건가. 놀란 가슴을 쓸어 내린다. 날이 저물기 전에 서둘러 텐트를 치고 야채 전골을 불에 올렸다. 넓은 개수대와 사이트 사이의 충분한 공간이 있어 조리과정도 즐겁다. 밤하늘의 별을 보며 모닥불 멍때리기(불멍)도 해본다. 다음날 아침, 물안개가 내린 호숫가에 쭉 이어진 산책로를 따라 커피잔을 들고 걸어본다. 나무의 녹색, 물안개의 어스름한 흰 색, 그리고 호수. 아무렇게도 카메라를 들이대도 작품 사진이 연출된다. 정말이지, 오길 잘했다. ▷Info 텐트 사이트, 방갈로 5인용 4동, 10인용 3동, 30인용 1동, 50인용 1동, 텐트 500엔, 방갈로 3500엔(5인용), 샤워 100엔(10분 온수). 오토캠핑 사이트 있음, 전기 사용 가능. 바비큐 시설, 유료 샤워장, 벽돌 화로 있음. 4월 하순~10월 하순 주말, 휴일만 개장하며 7월 중순~8월 중순 무휴(4월1일부터 예약 접수)



▶녹차와 온천의 고장, 사가현 우레시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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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레시노 강
올레 걷기를 마친 뒤 료칸에 짐을 풀고, 동네 산책에 나섰다. 일본 고문헌에 ‘동쪽 변방에 온천이 있는데 사람의 병을 치유하는 데 효험이 있다’고 묘사된 우레시노는 온천마을로 유명하다. 1800년 전, 전쟁을 마치고 돌아가는 길에 우레시노에 들른 진구 황후(200~270년 재위)는 상처 입은 백조가 우레시노 강변에 몸을 담근 후 다시 힘차게 날아오르는 걸 본다. 이를 본 부상병들이 너도나도 강물에 뛰어들고 상처가 낫자, 황후가 “우레시이(うれしい 기쁘다)~”라고 외친 것에서 지명이 유래했단다. 우레시노는 사가현에 위치한 작고 아담한 온천마을이지만 일본에서 최고 수질을 자랑한다. 130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일본 3대 미인온천’으로 꼽힌다. 한번 몸을 담궈 볼까? 온천수에 탄산나트륨이 다량 함유돼 피부를 부드럽게 해주고, 피지와 분비물을 유화시켜줘 피부 미인을 만들어준다니 ‘미인온천’이 영 틀린 말은 아니겠다. 우레시노 강을 따라 오랜 역사를 지닌 료칸들이 늘어서 있는 우레시노는 마을 전체에 무료 족욕탕과 온천장이 많다. 올레길 종착점에 도착하니, 아주머니들이 목욕 주머니를 들고 어디론가 들어간다. 바로 온천 공중 목욕탕 ‘시볼트노유’다. 가정에 목욕 시설이 없었던 시절부터 지금까지 지역 주민이 꾸준히 이용해온 온천탕이다. 요금은 고작 4000원. 좀 더 걷다 보니 올레 우레시노 코스 끝에 24시간 무료로 운영되는 ‘시볼트 족탕’이 나타난다. 일본에 서양의학을 알린 독일인 의사 시볼트가 우레시노 온천에 들린 것을 기념해 만든 노천 족탕이다. 족탕 가장자리에 앉아 지역 주민에게 여행 정보를 얻어본다. 기다리는 뒷사람을 위해 너무 오래 앉아 있지는 말자.

짧은 시간이었건만 발이 부들부들해졌다. 미끌함이 오래 갈까 걱정했지만 물기를 다 닦아내면 전혀 미끄럽지가 않다. 수건은 건너편 상점에서 살 수 있지만 간단히 말리고 신발을 신는다. 족욕을 마친 후에는 족탕 앞에서 파는 원유 아이스크림을 맛볼 것. 족욕을 하고 있으면 근처 녹차 상점에서 녹차를 가져다 주기도 한다.

우레시노 시내는 넓지 않아서 금방 둘러볼 수 있다. 다리가 놓여진 실 개천 너머로 도도로키 폭포공원을 만나게 된다. 작고 아담한 도심 폭포로, 다리 아래 놓여진 징검다리를 건너볼 수 있다. 시내 한복판에 폭포라니? ‘굉음폭포’라는 뜻을 지닌 ‘도도로키 폭포’는 우레시노 강 상류에 위치한 도심 폭포로 시내에서 약 15분 정도 걸으면 도착한다. 삼단으로 된 폭포의 높이는 약 11m. 폭포에서 흘러내려오는 물이 얇은 빨래판 모양의 바위 주름을 만들어 연인들이나 아이들의 물놀이 장소가 되기도 한다. 폭포 사진은 꼭 강을 가로지르는 다리인 타키미교 위에서 찍자.



▶‘일본 3대 미인온천’ 우레시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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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차온천으로 유명한 료칸, 와라쿠엔
좀 더 걸으니 우레시노의 유명 사케를 만드는 아즈마이치 양조장이 나온다. 다이긴조 한 병을 사서 다시 숙소로 향한다. 온천에서 술 마시는 것은 금지되어 있으니, 충분히 온천을 즐긴 후 저 사케병을 열 참이다. 도도로키 폭포공원과 시볼트 족탕 모두 규슈올레 우레시노 코스에 포함돼 있다. 올레길을 걸으며 쌓인 피로를 료칸에서 하루 머물며 푸는 것도 좋고, 시간이 여의치 않다면 당일 온천욕을 즐기기에도 좋다. 단언컨대, 온천욕 후에 유카타를 입고 즐기는 가이세키 요리는 천국 그 자체다. 가이세키 요리는 제철재료를 이용한 일본의 전통적인 코스 요리. 하지만 아뿔싸! 너무 여유롭게 온천욕을 하는 바람에, 유카타를 묶어주는 직원이 퇴근을 해버릴 줄이야. 어쩔 수 없이 아무렇게나 ‘여기쯤이겠거니’ 하는 곳에 심을 넣고, 대충 천을 접어 묶었다. 모양은 나오는데, 이게 맞나? 콧노래를 부르며 식당으로 향했다. 사가현에서는 모든 다이어트 계획을 포기해야 한다. 일단 온천 후 즐기는 가이세키 요리의 제맛을 즐기자면 본토 사케를 맛볼 수 밖에 없고, 비옥한 들과 깨끗한 물로 키운 소의 부드러우면서 단맛이 살아 있는 사가현의 최고급 소고기 ‘사가규’도 맛봐야 하기 때문이다. 사가규 전문식당 외에도 료칸에서 온천을 즐긴 후 구이나 전골로 먹을 수 있다. 소고기 카레, 시시리안 라이스 등에도 사가규가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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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통 료칸 체험을 해보고 싶다면 한국인 직원이 상주하는 ‘와라쿠엔’을 찾아가도 좋다. 이곳의 장점은 숙박을 하지 않아도 노천 녹차 온천을 이용할 수 있다는 점. 노천탕의 돌 주전자 입구를 통해 떨어진 녹차 진액이 김이 모락모락 피어 오르는 탕으로 스며든다. 수면 위에서 피어 오르는 녹차 향을 맡으니, 몸이 노곤해지면서 마치 조건반사처럼 입에서 ‘햐아~’라는 소리가 자연스럽게 나온다. 과연, 시음하는 사람의 심신을 안정에 들게 하는, ‘차의 마음’이 느껴지는 온천이다. 객실에는 따로 히노키 욕조가 있다. 녹차온천으로 유명한 와라쿠엔에서 놓칠 수 없는 곳은 바로 개별 온천 뒷마당에 있는 삼나무 숲 군락. 십여 미터씩 하늘로 쭉쭉 뻗은 나무 군락이 내 방 창문을 열면 보인다. 노천 온천을 나와 하늘 끝까지 뻗은 삼나무 숲을 한참 올려다 보니, 잡생각의 타래가 풀리며 여행지에서도 풀리지 않던 생각의 실마리가 찾아졌다. 료칸에 묵는다면 가이세키 요리를 먹기 전, 하루치의 피로를 식전 온천으로 풀고, 잠들기 전 한 차례 온천욕을 더하는 것이 좋다. 온천을 마친 후 전국 차 품평회에서 5년 연속 최우수상을 받았다는 우레시노 녹차를 마셨다. 녹찻잎을 가마에 볶는 옛날 방식이 남아 있는 우레시노 시의 녹차는 분지 지형과 새벽의 짙은 안개 덕분에 단맛의 차맛을 만들어낸다. 차광막을 덮어 씌워 키운 어린 싹을 저온으로 추출해 만드는 우레시노 녹차 가운데서도, 400도로 달궈진 가마솥에서 볶은 우레시노 녹차를 추천한다. 미인온천과 최고급 사가규, 그리고 심신을 쉬게 하는 차의 마음. 채 3만 명도 살지 않는 시골 도시를 연간 200만 명이 찾는 이유를 알 것만 같다.

▶350년 전통의 비밀의 도자기마을, 이마리 오카와치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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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도공의 넋이 깃든 우레시노 이마리 도자기마을
아침에 일어나 뽀얗게 우러난 우레시노 온천의 두부 국물로 해장을 하고 길을 나섰다. 개인적으로, 온천 두부에 비해 두부의 뽀얀 국물 맛은 제 가치를 제대로 평가받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깔끔하고 담백한 국물이 지친 간을 위로한다. 그러니 슴슴한 그 맛을 버리지 말고 꼭 한번 맛볼 것. 달콤한 양갱과 6월에 갓 채취한 우레시노 녹차로 후식을 마무리한다. 오늘은 비밀의 도자기마을, 이마리 시의 오카와치야마에 가는 날이다. 비가 살짝 내려서인지, 마치 산수화에서 금방 튀어나온 듯한 비밀의 도자기 마을 ‘오카와치야마’는 몽환적인 느낌을 뿜어낸다. 깎아지른 듯한 절벽이 마을을 감싸고 있고, 검은 기와를 올린 전통 가옥들이 즐비하게 늘어선 이곳을 ‘비밀의 마을’로 부르는 이유는 백자 제조 기술 유출을 막기 위해 삼면이 산으로 둘러싸인 위치에 만들어졌기 때문. 이마리마을은 일본에서 ‘도조(도자기의 시조)’로 불리는 이삼평이라는 도공이 임진왜란 때 철수하던 일본에게 끌려 아리타로 내려온 것이 그 시작이다. 이 백자가 유럽에서 인기를 끌자, 전국에서 아리타의 도자기 제작 기술을 알아내려 모여든다. 이에 에도막부의 번주가 기술 유출을 막기 위해 1675년, 깎아지른 절벽과 산으로 막힌 험준한 이마리에 비밀의 도자기 마을을 만들게 된 것이다. 당시 도공들은 이 깊은 산중에 갇힌 채 도자기를 구워냈다. 아직도 30개의 가마에서는 전통 기술로 도자를 빚고 있다. 마을을 둘러보다 고려인을 비롯한 도공들의 무연고 탑을 우연히 만났다. 먼 타국으로 끌려가 아름다운 그릇에 미학을 담아내야 했던 그들의 평생은 어땠을까. 한번 들어오면 빠져나가지 못하는 산골짜기 마을에서 그들은 고향을 얼마나 그리워했을까. 그런 상처 따위 알 턱이 없는 고양이가 나른한 기지개를 켠다. 거리엔 분주히 오가는 사람들도 없다. 살짝 열린 가게 문 사이로 도자기를 사려는 손님들이 드나드는 풍경 소리만 유일하다. 손님이 방해받지 않고 도자기를 살펴보도록 놓아두고, 일본 애니메이션 주인공이 가방을 메고 마을 비탈길을 달려 올라갈 것 같은 비밀의 도자기 마을, 이마리 오카와치야마를 나와 식당으로 향한다. 이마리에서 키운 소라는 뜻의 ‘이마리우’ 마블링이 살아 있는 햄버그 스테이크를 먹기 위해서다. 레트로한 인테리어와 목조 인테리어의 ‘치무니’는 이마리우 햄버그 스테이크 전문점. 육즙이 살아 있는 햄버그 스테이크는 치즈가 속에 든 스테이크, 데미그라스 소스 스테이크 등 종류가 많으며, 수프와 빵(또는 밥), 커피가 포함된 세트가 있다. 입에서 살살 녹는 고기 맛이 어떤 것인지를 알 수 있는 식당이다.



▶일본에서 만난 제주도, 가라쓰

연인들의 성지와 소라 포차 ‘하도미사키’ 캠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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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오카에서 차로 1시간 달리면 사가현의 대표적인 항구도시인 가라쓰에 당도한다. 규슈 최서남단의 규슈올레 종착점이기도 한 가라쓰 해변의 하도미사키 캠핑장은 바다 위 석양을 바라보며 하루를 마무리할 수 있는 곳이다. 얼마 전(2018년 7월) 하도미사키 캠핑장이 리뉴얼을 거쳐 재개장했기 때문에 쾌적한 상태에서 캠핑을 즐길 수 있다. 2013년 12월에 개장한 규슈 올레 가라쓰 코스는 약 11.2km로 4~5시간 정도 소요된다. 가라쓰 올레 코스 대부분이 해안선을 따라 걷게 되어 있어, 울창한 해송과 주상절리를 눈에 담는 것은 올레꾼들에게만 허락되는 행복이다. 하도곶 산책길은 화산 폭발로 생긴 주상절리와 대한해협 최고의 전망을 자랑하는 숲길, 푸른 바다가 하모니를 이룬다. 이곳에는 규슈올레 가라쓰 코스의 종착지점이 있다. 숲을 좋아한다면 녹차밭과 우거진 삼림이 있는 우레시노 코스를, 바다를 좋아한다면 해변을 따라 대한해협의 푸른 바다를 볼 수 있는 가라쓰 코스를 추천하고 싶다. 서귀포시와 결연을 맺은 지 20주년을 기념, 가라쓰 올레길이 지나는 하도미사키 해변에 세운 돌하르방이 ‘어, 왔어?’라고 날 부르는 듯 하다. 제주에서 가져온 돌하르방이 있는 모래해변에서부터, 제주도 같은 주상절리 해안선을 따라 난 산책로까지 곳곳이 제주도를 연상시킨다. 사가현이 지은 하도곶 소년자연의집은 올레코스를 다 걸은 뒤 쉬어갈 수 있는 휴식처이자 숙소다.

하도미사키 곶은 겐카이 국정공원으로 지정될 만큼 풍광이 빼어난 장소로, 곶의 지형이 하트(heart)를 닮아 ‘하도’로 불린다. ‘하트♥미사키’ 또는 ‘연인들의 성지’로 불리는 이유다. 국립공원 안에 있으므로 깨끗한 자연환경이야 말해 무엇하랴. 하도미사키 산책로 끝의 하트 모양 조형물을 따라 걷다 보면 규슈올레 가라쓰 코스와 만난다. 뭍에서 86m 떨어진 바다 위에 세워진 겐카이 해중전망탑에서는 감성돔, 광어, 볼락 등을 수심 7m에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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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선가 고소한 냄새가 풍겨온다. 응? 이 냄새는? 신선한 해산물이 불 위에 올려졌을 때 나는 구수하고 감칠맛 나는 냄새다. 바로 하도미사키의 명물 소라포차다. 마치 노량진 수산시장의 야외버전처럼 바닷바람을 맞으며 서 있는 두 동의 포장마차에서는 바다와 함께 자라온 토박이 할머니들이 즉석에서 소라와 반건조 오징어를 구워준다. 오징어 한 마리와 뿔소라 한 접시가 각각 500엔. 수조에서 손님상까지 불과 1분30초 만에 오징어 한 마리를 투명한 모양 그대로 회 뜨는 활 오징어회 역시 가라쓰의 명물이지만 서너 명이 다닥다닥 밀착해 앉아 속이 꽉 찬 뿔소라를 먹는 이 포차 역시 명물이다. 주문과 동시에 숯불로 달궈진 돌 위에 오징어와 소라를 올리는데, 간장을 바른 오징어 익는 냄새가 맥주를 부른다. 사케와 맥주 한잔에 뿔소라 구이가 끝도 없이 넘어간다. 포장마차 건물 한 동 당 8~10개의 가게가 다닥다닥 붙어 있는데 대부분 예전부터 가족이 운영하던 것을 물려받는 경우가 대부분으로, 비교적 이른 오후 5시에 문을 닫는다는 사실이 안타까울 만큼 싱싱한 해산물을 먹을 수 있다. 소라구이 500엔, 오징어 소금구이(or 양념구이) 대 600엔, 소 500엔, 전복소금구이(or 양념구이) 700엔, 맥주 250엔, 우롱차 100엔. 이 정도면 완벽한 힐링 여행이다.

일본에서 캠핑해봤니? 캠핑장 이용 시 주의사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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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일본에서는 캠핑 전문점에 가야 이소가스를 살 수 있다. 대형 마트에서도 캠핑용 나사식 가스(이소가스)를 파는 곳이 거의 없고 캠핑 용품 판매점을 가야 살 수 있으므로, 미리 준비를 해야 한다. 휴대용 가스레인지에 쓰는 기다란 부탄가스는 살 수 있지만 대부분 캠핑장은 물론 대형 마트에서도 스토브용 납작한 가스는 판매하지 않으므로 유의하자.

▶2. 주말 or 데이캠핑만 운영되는 곳이 많다.

일본 캠핑장은 7~8월을 제외하면 주말에만 운영되는 곳이 많다. 또 낮에 잠깐 바비큐 파티를 즐기다 저녁에 돌아가는 데이캠핑만 진행하는 곳이 많으므로 유의하자. 캠핑의 느낌은 살리고 싶은데, 텐트에서의 잠은 자신이 없다면 로그하우스, 롯지, 코티지를 이용하면 된다. 간단한 콘센트와 전등 정도가 구비된 방갈로부터 화장실, 세면장, 냉장고, 에어컨, 침대, 싱크대, TV 등 모든 것이 완비된 펜션형 숙박시설도 존재한다.

▶3. 일본에서의 좌회전은 무조건 파란 불일 때만!

렌터카로 일본을 여행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한국과 운전 방향이 반대인 일본에서는 무조건 파란 불일 때 좌회전이 가능하다. 적신호에도 우회전할 수 있는 한국과 다르니 유의하자. 좌회전 시는 작게, 우회전 시는 크게 돌면 된다. 빨간색 삼각형 모양의 표지판 ‘토마레(とまれ)’는 일단 정지라는 뜻이므로, 일단정지선 앞에 토마레라고 적혀 있다면 반드시 정지해야 한다. 벌금도 엄청나므로 조심하자. 와이퍼가 왼쪽, 깜빡이는 우측 레버다. 차 오른쪽에 중앙선이 있는 일본에서 렌터카를 이용해 캠핑장으로 갈 경우, 가끔 중앙선이 없는 도로가 나오므로 조심할 것. 왼쪽으로 붙어서 운전하되, 도로 폭이 좁고 급커브길이 많기 때문에 서행이 기본이다. 주유 시 가득 채우고 싶다면 ‘만땅~’이라고 외쳐도 된다.

▶4. 온수 샤워를 원한다면 코인 샤워장을 이용하자.

캠핑과 트레킹으로 지친 몸을 시원하게 씻고 싶은데 캠핑장을 벗어날 수 없다면? 3~5분에 100~200엔 정도면 캠핑장에서 샤워를 할 수 있다. 유료인 대신에 온수가 나온다는 것이 장점. 5~6시경 관리인이 퇴근하면 샤워실 문이 잠기는 곳도 많으니 미리 알아볼 것.

▶5. 주로 전화예약을 받으며, 현금만 통용되는 곳이 많다.

일본 대부분의 캠핑장들은 온라인 예약 대신 대부분 전화로 예약을 받고 있다. 캠핑장과 마트를 포함해 일본의 많은 상점들이 아직 카드를 받지 않는 곳이 많이 있으니 현금은 충분히 환전해 가지고 다니는 것이 좋다. 데이터가 터지지 않는 곳이 많다.

▷Info 티웨이 항공이 사가와 서울을 매일 1회 왕복 운항한다. 사가공항과 나가사키공항, 후쿠오카공항 이용 가능, 인천에서 1시간 20분 소요.

-우레시노 가기: 사가공항에서 우레시노까지 공항택시를 탄다. 리무진 택시로 2000엔이면 우레시노 온천마을까지 40~50분 만에 당도할 수 있다. 후쿠오카공항에서 우레시노 IC로 가는 버스가 30분마다 있다. IC에서 택시로 우레시노 온천마을까지 약 2km.

-가라쓰 가기: 사가공항에서 공항 셔틀버스로 JR사가역까지 이동하면 가라쓰행 기차를 탈 수 있다. 자가용으로는 공항에서 가라쓰까지 1시간 20분 정도.

-이마리 가기: 후쿠오카공항에서 가라쓰행 JR지쿠히선을 타면 이마리까지 2시간 소요. 버스를 타면 도자기마을 오카와치야마까지 갈 수 있다.

[글 박찬은 기자 기자 사진 박찬은, 김민수, 정태겸, 규슈관광추진기구, 사가현관광연맹 / 취재협조 엔타비]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643호 (18.08.28)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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