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들도 나왔다..'안희정 무죄 규탄' 주말 대규모 집회

글·사진 전현진 기자 2018. 8. 19. 2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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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ㆍ주최 측 추산 2만명 모여
ㆍ“여성에게 국가는 없다”…“사법부도 공범이다” 도심 행진 벌이며 구호

‘제5차 성차별·성폭력 끝장집회’ 참가자들이 18일 서울역사박물관 앞에서 안희정 전 충남지사에 대한 무죄판결을 규탄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안희정 전 충남지사에 대한 무죄 선고 후 첫 주말 도심 집회가 열렸다. 법원 판결에 공감하지 못한 시민들은 서울 광화문 일대 거리를 행진하며 사법부를 비판했다. 재판부 판단에 분노하는 남성들도 집회에 참가했다.

340여개 여성·노동·시민단체가 참여한 ‘#미투 운동과 함께하는 시민행동’은 지난 18일 오후 종로구 서울역사박물관 앞에서 ‘제5차 성차별·성폭력 끝장집회’를 열었다. 집회는 25일 열릴 예정이었지만 14일 서울서부지법이 수행비서에 대한 성폭력 혐의로 기소된 안 전 지사에게 무죄를 선고하자 앞당겨졌다. 주최 측은 이날 집회 참가자가 2만명을 넘어섰다고 19일 밝혔다. 지난 5월 제4차 집회에선 2000여명(주최 측 추산)이 나왔다.

김혜정 한국성폭력상담소 부소장은 대규모 집회를 두고 “여성들을 상대로 한 직장 성폭력 빈도가 굉장히 높다. 여성들의 분노가 이번 판결을 계기로 폭발한 것으로 보인다. 많은 여성들은 자신의 경험과 현실에 이번 사건을 비춰볼 때 이 같은 무죄 판결이 앞으로 계속된다면 너무 절망적일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자유발언 등으로 이뤄진 1부 집회를 마친 뒤 참가자들은 서울역사박물관에서 광화문~인사동~종로2가를 지나 되돌아오는 거리행진에 나섰다. 참가자들은 경복궁 앞 광화문 교차로에 잠시 멈춰 청와대를 향해 “여성에게 국가는 없다” “성범죄자 비호하는 사법부도 공범이다” 등 구호를 외쳤다. 2부 집회에선 재판부 판결에 분노하는 의미를 담은 횃불 퍼포먼스를 벌였다.

허민숙 국회 입법조사관은 이날 집회를 두고 “한국에서 성폭력 신고율이 낮은 이유 중 하나는 고발을 해도 처벌이 이뤄지지 않고 당사자만 모든 것을 잃고 만다는 인식 때문”이라며 “재판부는 피해자의 행동을 이해하지 못했지만, 참가자들은 ‘나는 저게 뭔지 알겠다’ ‘나도 저런 경험이 있다’는 공감을 집회를 통해 적극적으로 표현한 것 같다”고 말했다.

남성 참가도 두드러졌다. 집회에 참석한 남성들은 여성 참가자들과 함께 ‘안희정은 유죄다’ ‘사법부도 유죄다’라고 적힌 팻말을 들고 무죄 판결을 비판하는 구호를 외쳤다. 직장인 남성 ㄱ씨(40)는 “판결을 보고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아 세상에 소리라도 치려고 나왔다. 이번 사안은 (남녀) 모두에게 적용될 중요한 문제”라고 말했다.

윤김지영 건국대 몸문화연구소 교수는 “이 사회의 뿌리 깊은 성폭력 문화를 바꾸려면 결국 남자들이 스스로 변해야 하고, 집합적인 남성 연대·문화도 바뀌어야 한다는 점에 공감하는 남성들이 적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많은 남성들이 여성을 성상품화하고 열외시키는 조직 문화에 대한 반감을 이번 사건을 계기로 드러낸 것”이라고 말했다.

<글·사진 전현진 기자 jjin23@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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