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이어 넷플릭스도 '공짜 망' 사용?

이선희,이석희 입력 2018. 8. 19.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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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LG유플과 협상서 망사용료·콘텐츠수익 배분 등 사실상 차별적 특혜 요구
공짜망 '유튜브' 지배력 확대
연 수백억 부담 네이버·카카오 "비용경쟁 뒤져 사업어려워"
유튜브가 공짜에 가까운 망 사용료를 발판으로 한국 점유율을 급속도로 확장하는 가운데 미국 동영상 플랫폼 넷플릭스도 망 사용료나 콘텐츠 배분율 등에 대해 자사에 유리한 조건을 요구하며 IPTV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국내 정보기술(IT)기업들은 "외국 기업들이 특혜에 가까운 환경을 누리는 데 비해 국내 기업은 급증하는 망 사용료 때문에 경쟁에서 뒤처지고 있다"며 볼멘소리를 내고 있다.

19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LG유플러스는 지난 4월부터 넷플릭스 서비스를 자사 IPTV에 넣은 것을 두고 협상을 벌이고 있다. 특히 넷플릭스는 콘텐츠 수익을 놓고 LG유플러스와 9대1로 나누자고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콘텐츠 제공 업체(CP)가 통신사와 나누는 비율이 7대3임을 감안하면 넷플릭스는 사실상 차별적 특혜를 요구한 셈이다. 이와 함께 넷플릭스는 IPTV 서비스를 위한 망 사용료도 무상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넷플릭스와 논의하고 있는 망 사용료나 콘텐츠 수익 배분 등에 대해 구체적으로 밝힐 수 없다"며 "양사가 최선의 결과를 도출하기 위해 신중하게 논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IT업계에서는 넷플릭스가 국내 업체들에 비해 좋은 조건으로 IPTV 서비스를 시작한다면 국내 동영상·콘텐츠 기업의 경쟁력은 더욱 악화할 것이라고 우려한다. 유튜브가 통신사에 망 사용료를 내지 않고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동영상 시장을 장악했듯이, 또 다른 외국계 '공룡'이 탄생한다는 우려다.

유튜브는 2011년 국내 통신사에 무상으로 캐시서버를 설치하고 공짜 망을 발판 삼아 동영상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다. 캐시서버는 자주 쓰는 데이터를 모아놓은 서버다. 국내에 캐시서버를 설치하면 데이터를 외국에서 불러올 때에 비해 빠른 속도로 전송할 수 있다. 당시 국내에는 유튜브 서버가 홍콩과 일본에 있어 국내 통신사들은 홍콩·일본 통신사 네트워크에 접속해 콘텐츠를 제공받았다. 한국에서 외국 네트워크로 접속할 때 통신사는 국제 구간 중계 접속 비용을 내야 하는데, 국제 회선 비용에 부담을 느낀 통신사가 자사 인터넷데이터센터(IDC)에 유튜브 캐시서버를 설치하고 망 비용을 받지 않기로 한 것이다.

망 비용을 줄인 유튜브는 이후 국내에서 승승장구했다. 트래픽 사용료에 대한 걱정 없이 화질을 업그레이드하고 콘텐츠를 계속 늘렸다. 전송 화질이 높아지고 콘텐츠가 늘어나니 이용자가 몰렸고 광고 수입이 늘었다. 애플리케이션(앱) 분석 업체인 와이즈앱이 지난 5월 '한국 모바일 동영상 플레이어 및 편집기 앱 점유율'을 조사한 결과, 유튜브는 85.6%로 2위 아프리카TV(3.3%), 3위 네이버TV(2%)에 비해 압도적이었다. 유튜브는 1년 전에 비해 점유율이 7%포인트 증가했지만 국내 업체들은 쪼그라들었다.

국내 기업들은 "유튜브는 망 비용 없이 서비스를 확장하고 있지만 국내 기업은 동영상 트래픽이 늘어날수록 망 비용이 증가해 투자가 어렵다"고 호소한다. IT업계에 따르면 네이버는 2016년 기준 망 비용으로만 734억원, 카카오는 200억~300억원, 아프리카TV는 150억원을 쓴 것으로 알려졌다. 망 비용이 동영상 사업 부문 수익을 좌지우지하는 큰 요소다.

문제는 2016년 트래픽 사용량에 따라 망 비용을 부담하는 상호접속 고시 개정이 발효되면서 국내 기업들의 망 비용료가 치솟고 있다는 점이다. 원래는 접속통신료를 용량 단위로 정산(정액제)했지만 고시 개정 이후 트래픽 사용량을 기반으로 정산하는 방식(종량제)으로 바뀌었다. 국내 동영상 기업들은 고시 개정 이후 사용한 만큼 그대로 접속료를 내야 하기 때문에 트래픽이 증가할수록 비용이 늘게 됐다고 주장한다.

또 개정된 고시는 통신 3사 상호접속 요금도 '무정산'에서 '상호 정산' 방식으로 바꿨는데 이 또한 망 비용을 증가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

국내 IT기업 관계자는 "고시 개정 이후 망 비용이 2배가량 늘었다"며 "국내 기업은 망 비용을 감당하느라 다른 투자는 엄두도 못 내는데 유튜브는 망 비용이 부담이 안 되니 경쟁이 안 된다"고 말했다.

고화질 경쟁에서 외국 기업은 국내 기업을 멀찌감치 앞서나가고 있다. 유튜브는 해상도 2160p를 제공하지만 네이버는 최대 화질이 1080p 정도다.

한 국내 기업 관계자는 "동영상 서비스 화질을 높이려면 트래픽 사용료도 2배로 뛴다"며 "트래픽 사용료 증가에 대한 부담 때문에 화질을 높일 엄두조차 못 내고 있다"고 했다.

향후 동영상 트래픽은 더욱 증가할 것으로 예견되는 가운데 국내 기업들은 망 비용을 감당하지 못해 고사할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까지 나온다.

이경전 경희대 경영학과 교수는 "외국 동영상 서비스 사업자가 망 사용료 무임승차로 앞서가는 가운데 국내 기업들은 이러한 비용 구조에서는 동영상 시대에 살아남을 수 없다"면서 "국내 기업들의 역차별 문제가 하루빨리 해소돼야 한다"고 했다.

[이선희 기자 / 이석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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