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내달 방북"..미국이냐 북한이냐 기로에 선 시진핑

신경진 2018. 8. 19.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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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 매체 "9·9절 방북"에 中 "최종 확정 안돼"
후진타오 이후 13년 만..4자 종전선언 협의 관측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다음 달 9일 평양을 방문해 북한 정권 수립 70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할 예정이라고 싱가포르 스트레이츠 타임스가 18일 보도했다.
(왼쪽부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연합뉴스]
시진핑 주석이 ‘9·9절’ 전후로 방북할 것이라는 관측은 여러 차례 나왔지만 북·중은 아직 공식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대신 스트레이츠 타임스는 “최후 1분에 바뀌지 않는다면”이란 전제를 달았고, 베이징 소식통은 중앙일보에 “(방북 일자가) 최종 확정되지는 않았다”며 방북 최종 일정의 변화 가능성을 시사했다. 중국 외교부는 해당 보도의 진위를 19일까지 답변하지 않고 있다.

시 주석이 ‘9·9절’에 평양을 찾는다면 1978년 덩샤오핑(鄧小平) 당시 부총리와 1988년 양상쿤(楊尙昆) 국가주석에 이어 북한 ‘건국절’에 방북한 세 번째 국가 지도자가 된다. ‘9·9절’ 택일 가능성을 낮게 보는 근거다. 2012년 시 주석 집권 이후로 국가급 지도자 방북으로는 리젠궈(李建國, 2012년 11월) 전인대 부위원장, 리위안차오(李源潮, 2013년 7월) 국가부주석, 류윈산(劉雲山, 2015년 10월) 상무위원, 왕이(王毅, 2018년 5월) 국무위원에 이은 네 번째다. 또 한·중 수교(1992년) 이후 중국 최고 지도자의 방북은 장쩌민(江澤民, 2001년 9월), 후진타오(胡錦濤, 2005년 10월) 주석 이후 세 번째로 13년 만에 처음이다. 중국 외교부는 이같은 북·중 양국 지도자 상호 방문 내용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중국을 세 번째 방문한 지난 6월 공식 사이트를 통해 갱신했다.

시 주석의 방북은 ‘9·9절’ 직후 이뤄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시 주석은 내달 초 베이징에서 열리는 53개국 정상급 지도자가 참석하는 중국-아프리카 협력포럼(FOCAC) 전후로 다수의 정상회담을 소화해야 한다. ‘9·9절’ 전으로 시 주석 방북이 어려운 이유다. 시 주석은 또 11~13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리는 제4차 동방경제포럼에 참석할 예정이다. 지난 15일 모스크바에서 열린 중·러 전략안보대화에서 양제츠(楊潔篪) 정치국 위원이 시 주석 방러 문제를 협의한 것으로 전해진다. 시 주석의 방북이 ‘9·9절’ 직후 러시아 방문과 함께 이어질 가능성이 큰 이유다. 북한은 이미 ‘9·9절’ 70주년 기념행사 취재를 위해 중국과 일본 등 외신 기자들을 9월 6일 평양으로 대거 초청한 상태다.

시 주석의 방북은 향후 북·중 관계 및 미·중 관계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시 주석은 2008년 6월 국가 부주석 취임 후에는 첫 순방국으로 전통에 따라 북한을 방문했으나 국가주석 취임 후에는 2014년 7월 중국 최고 지도자로는 처음으로 한국을 먼저 방문했다. 당시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로 양국 관계가 악화된 상황이었지만 시 주석의 방한이 북·중 관계를 더욱 악화시켰다는 중국 최고 지도부의 평가도 전해진다.

대신 미·중 양국이 무역 전쟁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방북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관측도 나온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16일 백악관 회의에서 “북·미 관계가 중국 때문에 다소 상처를 입은 것 같다”며 중국을 견제했다. 중국 최고 지도자로 13년 만에 방북하는 시 주석이 빈손으로 방북할 수 없는 상황에서 중국의 추가 대북 원조가 비핵화를 방해한다고 미국이 항의할 경우 미·중 관계는 더욱 악화될 가능성이 크다.

장예쑤이(張業遂) 중국 전인대 외사위 주임은 지난 16일 국회 외통위 의원단을 만난 자리에서 “중국이 미국에 남·북·미·중 4자 종전선언을 제안했다”고 말했다. 의원단은 현재 교착 상태인 북·미 핵 협상을 중국이 한국의 요청으로 중재에 나섰다는 장 주임의 발언을 전했다. 중국이 악화일로의 미·중 관계 타결을 위해 북·중 관계를 활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대목이다. 결국 시 주석의 방북 여부와 시점, 선물 규모가 시 주석이 북·중과 미·중 관계 중 어느 쪽을 선택할 지 드러낼 전망이다.

시 주석의 평양 답방은 이미 지난 3월 말 베이징 북·중 정상회담에서 합의된 사항이다. 당시 북한은 “편리한 시기에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을 공식방문하실 것을초청하시었으며 초청은 쾌히 수락되었다”고 공식 발표했지만, 중국은 “위원장 동지와 상호 방문, 특파 파견, 서한 등 여러 형식으로 연락을 유지하기 바란다”며 즉답을 회피한 바 있다.

베이징=신경진 특파원 shin.kyung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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