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만% 인플레 베네수엘라, 새 돈 찍고 최저임금 60배 인상

홍주희 2018. 8. 19. 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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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접기 공예 재료가 된 베네수엘라 지폐 볼리바르화. [AP=연합뉴스]

최악의 경제난에 시달리는 베네수엘라가 자국 통화를 95% 이상 평가절하는 긴급 대책을 마련했다. 최저임금은 60배 인상하기로 했다.

AFP 통신 등에 따르면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은 17일(현지시간) 국영TV로 중계된 대국민 연설을 통해 이같은 내용이 포함된 90일 경제회복 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베네수엘라는 오는 20일부터 ‘볼리바르 소베라노(최고 볼리바르)'라는 이름의 새 통화를 도입한다. 새 통화는 기존 볼리바르를 10만 대 1로 액면 절하해 10만 볼리바르는 1볼리바르 소베라노가 된다. 이를 통해 통화 가치는 약 95% 절하된다.

또 새 통화는 베네수엘라가 자국산 석유에 토대를 두고 만든 디지털 가상화폐 ‘페트로(Petro)’와 연동된다. 마두로 대통령은 지난해 말 “국가 경제와 사회 발전을 위한 새로운 형태의 국제 금융으로 나아갈 수 있게 됐다”며 천연자원을 토대로 하는 암호화폐 도입을 발표한 바 있다. 이번 대책에 따라 1페트로(약 60달러)는 3600볼리바르 소베라노가 된다.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중앙포토]

베네수엘라 정부는 월 최저임금도 300만 볼리바르에서 1800볼리바르 소베라노 또는 0.5 페트로로 전격 인상하기로 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액면가를 기준으로 최저임금이 60배 오른 셈이다. 그러나 AFP가 암시장 달러 환율을 적용한 데 따르면 약 34배 인상이다.

이번 조치는 국제통화기금(IMF)이 올해 베네수엘라의 물가 상승률을 100만%로 전망하는 등 인플레이션이 더 심화할 것이라는 우려 속에서 단행됐다.

그러나 효과를 나타낼 것이라고 보는 이들은 거의 없다. 이미 베네수엘라가 수 차례 극단의 대책을 마련했음에도 무위로 돌아갔기 때문이다.

베네수엘라는 지난해 11월 초고액권인 10만 볼리바르 지폐 발행을 발표했다. 2016년 말까지만 해도 베네수엘라의 최고액권은 100볼리바르 지폐였다. 500·1000·2000·5000·1만·2만 볼리바르 지폐를 새로 발행했지만 이마저 효과를 내지 못하자 1년 만에 10만 볼리바르권을 발행한 것이다. 그러나 당시 베네수엘라 암시장에서 10만 볼리바르는 단돈 2.5달러에 거래됐다.

최저임금 인상 역시 이번이 5번째다. 지난 1월에도 베네수엘라 정부는 올해 최저임금 40% 인상을 발표했다. 하지만 당시에도 이런 조치가 오히려 수많은 사람을 더욱 가난하게 만들 것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물가상승률이 1000%를 훨씬 웃돌고 있는 상황에서 최저임금이 인상된다 해도 대부분 사람은 여전히 기초생활을 유지하기 힘들 것이란 지적이다.

극심한 경제난에 식량난까지 더해지면서 불안이 갈수록 커지는 가운데, 지난 4일엔 마두로 대통령을 노린 무인항공기(드론) 암살 시도까지 발생했다. 걷잡을 수 없는 정치·경제·사회적 혼란으로 베네수엘라는 더욱 수렁으로 빠져들고 있다.

홍주희 기자 honghong@joogn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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