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24시간·세계 72시간내 배달"..세계 넘보는 '대륙 굴기'

입력 2018. 8. 19. 12:06 수정 2018. 8. 19. 2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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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중 인터넷·첨단기술 기업을 가다

알리바바, 디지털 자유무역지대 구축 프로젝트
글로벌 물류허브 구축에 5년간 156억달러 투자

텐센트, 모바일 결제 박차 "현금 없는 사회로"
바이트댄스, 앱 다운로드 벌써 유튜브 제쳐
화웨이, 8만여명 연구개발..5G 기술 선두주자

[한겨레]

중국 남송의 고도 항저우에 위치한 알리바바 본부 캠퍼스 내에서 직원들이 자건거를 이용해 이동하고 있다.

‘중국 24시간 내, 세계 72시간 내 배달.’ 지난달 25일 방문한 중국 남송의 고도 항저우에 위치한 알리바바의 본사 전시관에는 이런 문구가 내걸려 있었다. 처음엔 허황된 목표려니 했는데, 안내인의 설명이 심상치 않았다. 알리바바의 정광밍 홍보담당자는 “마윈 알리바바 회장이 지난해 이런 목표 달성을 위해 5년간 156억달러 투자계획을 발표했으며, 아시아에선 쿠알라룸푸르와 홍콩, 유럽에선 벨기에 리에주와 모스크바, 그리고 중동의 두바이를 글로벌 물류 허브로 선정했다”고 소개했다. 신속한 배달을 위해 로봇과 드론, 자율주행차 등도 개발한다고 했다. 지난해 전세계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한 광군제 행사에서만 253억달러(약 28조원)의 매출을 달성하면서 미국 아마존을 제치고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로 발돋움한 알리바바 본사는 공사가 한창 진행중이었다. 현재 건물 8개가 모자라 8개를 더 짓는다고 했다.

알리바바의 야오야오 국제정부사무 이사(왼쪽)가 ‘세계 전자무역 플랫폼’(eWTP) 프로젝트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는 국경간 전자상거래를 알리바바가 구축한 최첨단 플랫폼을 통해 이뤄지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알리바바의 야심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이 회사는 ‘세계 전자무역 플랫폼’(eWTP)을 구축해 전세계 시장을 무대로 한 ‘디지털 자유무역지대(FTA)’를 만들겠다는 프로젝트를 추진중이다. 이는 국경간 전자상거래를 알리바바가 구축한 최첨단 플랫폼을 통해 이뤄지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알리바바의 야오야오 국제정부사무 이사는 “우리는 물류 혁신과 신속한 통관, 저렴한 결제, 빅데이터를 이용한 고객 연결 등을 지원함으로써 여기에 참여한 중소기업들이 혜택을 보도록 할 계획”이라며 “이미 말레이시아가 여기에 가입키로 하고 내년에 플랫폼을 열 예정”이라고 밝혔다. 최근 벨기에도 참여를 선언했다. 일각에선 급증하고 있는 세계 전자상거래 시장을 장악하려는 알리바바의 의도가 개입돼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달 중국의 개혁개방 선도 도시들인 항저우와 베이징, 선전에 흩어져 있는 알리바바·텐센트·바이트댄스·화웨이 등 첨단 기업들을 현지 취재한 결과, 중국의 인터넷·정보통신(IT) 기업들은 13억 인구를 가진 중국 시장을 장악한 데 이어 아시아와 유럽, 미주 시장까지 넘보는 프로젝트에 박차를 가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중국이 전세계를 무대로 인터넷·첨단기술 굴기에 나서고 있는 형국인 셈이다. 이미 시가총액으로는 알리바바와 텐센트가 미국 페이스북을 제치고 1위 아마존과 2위 알파벳(구글 모회사)에 이어 3·4위에 등극한 상태다. 미국 정부가 중국 통신장비업체 중싱(ZTE)과 화웨이 등의 미국 진출을 제한하고, 8년 전 검열에 반대하며 중국을 떠났던 구글이 자존심을 버리고 중국 정부의 검열을 수용하는 검색엔진을 준비해 재진출을 모색하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중국 경제를 연구하는 이왕휘 아주대 교수는 “공급측 개혁, 중국제조 2025, 인터넷 플러스 등 혁신주도형 발전전략은 경제구조의 틀을 제조업에서 서비스업, 수출에서 내수, 국유에서 민간으로 전환시키고 있다. 중국의 알리바바·텐센트·바이두·화웨이 등은 미국의 페이스북·아마존·애플·넷플릭스·구글 등의 경쟁자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개혁개방 1번지’ 선전에 위치한 텐센트 본부 건물 모습.

‘개혁개방 1번지’라 할 수 있는 선전에 위치한 텐센트는 중국 인터넷 시장 1위 자리를 놓고 알리바바와 자웅을 겨루고 있었다. 1998년 설립된 텐센트는 ‘중국판 카카오톡’인 위챗을 통해 확보한 이용자를 토대로 전자상거래·게임·핀테크 등까지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텐센트의 알리스 예 투자 및 국제 홍보 책임자는 “위챗 이용자는 최근 10억명을 넘어섰다”고 소개했다.

알리바바와 텐센트가 가장 치열하게 격돌하고 있는 영역은 바로 모바일 결제 시장이다. 중국은 신용카드 시장이 발달하기 전에 모바일 결제라는 더 편리한 결제수단이 등장하면서 온라인은 물론 오프라인까지 대부분 결제가 모바일로 이뤄진다. 대표적인 수단이 바로 알리바바의 알리페이와 텐센트의 위챗페이다. 고객이 상점에서 물건을 구매하고 휴대폰으로 큐알(QR)코드를 찍으면 곧바로 고객의 계좌에서 돈이 빠져 나가는 방식이다. 고객의 수수료는 0원(1000위안 이상 구매시 0.1%), 상인들의 수수료는 0.5~0.6% 수준에 불과하다. 버스·택시 등 교통수단부터 음식점, 영화티켓, 상품 구매 등 거의 모든 거래가 이렇게 이뤄진다. 중국 내 모바일을 통한 결제 거래액은 지난해 15조4천억달러에 달하며, 이는 비자·마스타카드 두곳의 전세계 거래액을 합한 금액인 12조5천억달러를 추월했다고 데이터 제공업체인 아이리서치가 밝혔다. 알리페이와 위챗페이 이용자는 각각 6억2천만명, 6억명에 달한다. 두 회사는 현재 인터넷전문은행으로까지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중국사회과학원 미시경제연구실의 두추앙 교수는 “특히 젊은이들이 현금을 갖고 다니지 않는다. 나도 최근 몇년간 현금을 가지고 다닌 적이 별로 없다”며 “중국은 지금 ‘현금 없는 사회’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개혁개방 1번지’ 선전에는 인터넷·첨단기술 기업들이 대거 들어서 미국의 실리콘밸리를 방불케 한다.

두 회사는 여세를 모아 해외 모바일 결제 시장에도 진출하고 있다. 주 대상은 연 1억3천명에 달하는 중국인 해외 관광객들이다. 알리페이는 이미 40개국에서 사용이 가능하며, 그 뒤를 위챗페이가 따르고 있다. 세계적 의류업체인 게스는 지난달 24일부터 뉴욕·캘리포니아 등의 미국 50개 점포에서 위챗페이를 통한 결제가 가능하다고 발표했다. 위챗페이는 홍콩·말레이시아에 진출한 데 이어 한국·마카오·일본·타이 등 중국인들의 인기 관광지로도 진출을 추진중이다.

텐센트의 경우, 대규모 현금 동원능력을 기반으로 기술 벤처들을 왕성한 식욕으로 사들이고 있는 점이 눈에 띈다. 중국 내는 물론이고 아시아와 미국 등 전세계 기술기업들이 대상이다. 2013년 이후 무려 277개 벤처에 투자했다. 투자금액은 공식적으로 공개하지 않고 있으나 벤처업계에서는 상장회사에 대한 투자금액만 330억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한다. 한국의 카카오와 넷마블 지분도 갖고 있다. 두추앙 교수는 “삼성과 현대차가 한국을 대표하는 그룹이라면, 중국 개혁개방 40년의 역사에서 삼성·현대차에 비견할 만한 중국 기업이 바로 텐센트와 알리바바 같은 인터넷 그룹”이라며 “지난해 열린 제19차 당대회에서도 중국은 인터넷 강국으로 부상한다는 구호가 나왔다”고 말했다.

중국 베이징 정보기술 단지인 중관촌 인근에 위치한 ‘중국판 유튜브’ 바이트댄스의 전경 모습. 이 회사는 비행기 격납고를 개조해서 건물을 지었다.

베이징의 정보기술 산업단지인 중관촌에 위치한 바이트댄스는 ‘중국판 유튜브’라 할 수 있다. 바이트댄스는 최근 전세계 비게임 분야 앱 다운로드 순위에서 유튜브를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15초짜리 짧은 동영상을 올릴 수 있는 이 회사의 앱 틱톡은 인공지능(AI)에 기반해 동영상에 다양한 영상효과를 제공한다. 현재 월 사용자가 5억명에 이른다. 이 회사의 진룽화 국제전략합작부 이사는 “아시아 시장 전체를 대상으로 사업을 하고 있다”며 “한국은 댄스, 타이는 코미디 영상이 인기가 있어 나라별로 다른 현지화 전략을 펴고 있다”고 말했다.

‘개혁개방 1번지’ 선전에 위치한 화웨이 본사 내 모습.

알리바바와 텐센트가 중국의 인터넷 굴기를 대표한다면, 화웨이는 중국이 정보기술 하드웨어 분야에서도 세계적 경쟁력을 갖췄음을 드러내주는 사례다. 화웨이는 지난해 매출이 925억달러(약 103조원)로 모바일 통신장비 분야에서 세계 1위다. 직원 수가 18만여명에 달하며 170개국에서 사업을 하고 있다. 화웨이는 올해 2분기 스마트폰 출하대수에서 애플을 추월해 삼성전자에 이어 세계 2위에 등극했다. 내년에는 삼성전자마저 따라잡겠다는 야심을 드러냈다.

화웨이의 이런 저력은 막대한 연구개발 능력으로 뒷받침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조이 탄 글로벌 미디어 및 커뮤니케이션 총괄사장은 “지난해 연구개발 예산은 138억달러로 전년보다 25%나 늘었으며, 앞으로도 연간 100억~200억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다. 연구개발 인력은 8만여명이다”고 말했다. 이는 에릭슨(46억달러)과 노키아(60억달러)의 투자비를 합한 금액보다 많은 것이다. 최근 세계 통신업계 최대의 관심사는 내년에 상용화될 것으로 보이는 5세대(5G) 통신망을 어느 나라가 주도할 것이냐다. 3세대와 4세대는 미국·유럽이 주도했지만 5세대는 중국이 앞설 것이라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물론 날로 격화하고 있는 미-중 사이 무역전쟁이 변수가 될 수 있다. 이왕휘 교수는 “화웨이는 세계시장에서 점유율은 물론 5G 기술에서도 선두주자로 인정받고 있다. 그렇지만 통신장비에 백도어를 설치해서 정보를 빼돌린다는 사이버 보안 문제 때문에 해외 시장 확대에 한계가 있다”며 “올해 미국 정부가 중싱(ZTE)에 부과한 제재 조치를 볼 때, 화웨이는 미-중 무역전쟁의 희생양이 될 가능성도 배제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베이징 선전 항저우/글·사진 박현 기자 hyu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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