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빨간날]"나보다 어리니까 말 편하게 할게"

박가영 기자 2018. 8. 19.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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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왜 '반말' 이세요?-②]나이 많다는 이유로 다짜고짜 반말.."불쾌합니다"

[편집자주] 월 화 수 목 금…. 바쁜 일상이 지나고 한가로운 오늘, 쉬는 날입니다. 편안하면서 유쾌하고, 여유롭지만 생각해볼 만한 이야기를 전합니다. 오늘은 쉬는 날, 쉬는 날엔 '빨간날'


“나이가 어떻게 돼요?”.한국에 사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들어봤을 법한 질문이다. 한국 사람들은 대개 첫 만남에서 통성명을 한 다음 나이를 따진다. 띠를 묻거나 몇 년생이냐고 질문하기도 한다. 나이를 확인해 호칭과 어투를 정하기 위해서다. 서로의 나이를 파악한 후엔 통보인지 질문인지 모를 말이 또 한 차례 따라붙는다. “나보다 어리네. 말 편하게 해도 되지?”.

나이 어린 사람에게 자연스레 말을 낮추는 한국의 언어문화에 불쾌함을 느끼는 이들이 적지 않다. 반말이 ‘친근감’의 표현이 아닌 ‘무례한’ 표현이 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구인구직 포털 알바몬이 아르바이트생 1277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아르바이트생이 가장 질색하는 손님 1위로 ‘어리다고 반말하는 손님’(26.2%)이 꼽혔다. 이 설문에 참여한 한 응답자는 “손님이 왕이라지만 왕도 성군과 폭군이 있다. 손님도 마땅한 예의를 갖춰야 한다”고 덧붙였다.

사회 통념상 반말은 나이, 지위 등 우월한 위치에 있는 사람이 사용한다. 물론 유대감을 형성하기 위한 목적으로도 쓰이지만 문제는 반말 사용을 허용하는 것이 늘 사회적 지위가 높은 사람의 몫이라는 점이다. 이 메커니즘에 의해 반말을 편하게 하는 사람은 갑의 위치에, 존댓말을 사용하는 사람은 을의 위치에 놓이게 된다.

직장인 최수연(37)씨는 “존댓말을 쓰면 거리감이 느껴진다며 대뜸 말을 놓는 사람들이 더러 있는데 오히려 나를 하대하는 것처럼 느껴져 불편하다”며 “친밀한 관계에선 반말이 거리를 좁혀주지만 본인보다 어린 사람이라고 반말부터 하고 보는 건 무례한 행동”이라고 말했다.

‘대화의 비밀’ 저자 천성림은 “처음 보는 사람에게 만나자마자 반말을 하는 사람들은 상대가 본인보다 약자이거나 어리다고 판단한 것”이라며 “나와 상대를 구별하고 우위를 점하고자 하는 심리에서 비롯된 행동이다”고 풀이했다.

◇어리니까 당연하다고?…“예의 좀 지키세요”

/사진=이미지투데이


한국인이라면 존댓말과 반말이 이처럼 상하관계를 설정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터라 이 때문에 분개하는 일도 많다. 특히 낯선 이에게 어리다는 이유만으로 반말을 듣는 경우엔 불쾌함이 더욱 극대화된다.

직장인 박모씨(26)도 최근 기분 나쁜 경험을 했다. 한 노년 남성이 지나가는 박씨를 붙들고 다짜고짜 “여기로 가면 지하철 나와?”라고 물었기 때문. 박씨는 “낯선 사람의 반말에 당황했다”며 “왜 반말하시냐고 되물었는데 어이없다는 듯 웃으며 ‘나이 어린 사람에게 일일이 존댓말 써야 되냐’고 맞받아치더라”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군 복무 중인 오모씨(21)는 “군복을 입고 식당에 가면 40~50대 종업원분들이 당연하다는 듯 반말로 응대한다”며 “본인보다 확실히 어려 보인다 해도 초면에 반말을 사용하는 건 좀 아닌 것 같다. 나이 어린 사람이 초면에 반말을 쓰면 ‘예의 없다’고 하는데 반대의 경우도 똑같이 예의 없는 거 아니냐”고 꼬집었다.

연장자가 연소자에게 반말을 사용하는 것은 나이에 따라 역할을 규정하는 ‘나이주의’가 만들어 낸 특권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사람간 관계에서 수직적인 위계를 형성하는 나이주의의 특성이 언어에 반영된 결과라는 것이다. 연소자가 반말로 인해 불쾌함을 느끼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단순히 나이로만 상하관계를 가르기 때문. 나이에 따른 호칭과 어투 구분이 명확한 한국 사회에서 한 나이주의는 좀처럼 사라지지 않는 고질병으로 지목되기도 한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나이의 적고 많음을 기준으로 관계의 높낮이를 설정해선 안 된다고 당부한다. 김지은 스피치 컨설턴트는 “존중받고 싶은 만큼 남을 존중해야 하는 게 대화의 기본자세”라며 “상대가 어떤 사람이라도 존중하는 태도가 우선돼야 의사소통 과정의 불필요한 오해나 갈등을 피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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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가영 기자 park080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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