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중국 '일대일로', 곳곳에서 파열음 왜?

문예성 2018. 8. 19.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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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레이시아 등에서 일대일로 협력 폐기 또는 재검토
참여국들, 빚더미에 올라 앉으면서 반중정서 고조
무디스, 78개 참여국 평균 신용등급을 정크본드 수준으로 평가

【서울=뉴시스】 문예성 기자 =중국 시진핑 지도부가 실크로드의 영광을 재현하겠다며 국책 사업으로 야심차게 추진해 온 '일대일로 (一帶一路, 육상해상 실크로드)' 구상에 파열음이 그치지 않고 있다. 중국의 장밋빛 계획에 동조하던 파트너 국가들이 빚더미에 올라앉으면서 반중정서를 드러내는 등 '일대일로'의 한계점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일대일로'는 2014~2049년까지 중국 서부와 유럽, 동남아, 인도, 아프리카를 육상과 해상으로 연결하는 경제벨트를 조성하는 것을 목표한 프로젝트다. 지난 2013년 시 주석의 제안으로 시작된 사업으로 현재 100여 개 국가 및 국제기구가 참여하고 육상 3개, 해상 2개 등 총 5개의 노선으로 추진되고 있다.

중국은 향후 10년동안 '일대일로' 지역에 1조2000억 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다. 중국의 발전에 '편승'하려는 국가들이 너도나도 뛰어들었지만 최근들어선 과중한 부채 때문에 잇달아 위기를 맞고 있다.

▲파트너들의 하차 움직임

'일대일로'에 동참했던 동남아 국가들의 하차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말레이시아, 파키스탄, 미얀마, 스리랑카, 네팔 등 국가들이 '일대일로' 협력을 폐기하거나 재검토에 들어간 상태이다.

지난 5월 출범한 마하티르 모하마드 말레이시아 정부는 '불평등 계약'이라는 이유로 약 220억 달러 규모의 동부해안철도(ECRL) 사업 폐기를 추진 중이다. 마하티르 총리는 최근 언론과의 "중국과 계속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를 희망하고 말레이시아에 이익이 되는 한 중국의 투자를 환영하지만 나집 라작 전 총리가 중국과 체결한 수십억 달러 규모의 인프라 건설 계획은 폐기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일대일로' 최대 수혜국이자 친중 국가로 알려진 파키스탄의 경우 620억 달러 규모의 합작사업 가운데 라호르에서 벌이는 경전철 사업이 차질을 빚으면서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할 위기에 처해있다. 2015년부터 20억 달러를 투입해 최근 시험운행에 들어간 이 경전철 사업은 중국이 세계에 선보일 '일대일로'의 상징적 프로젝트로 지목돼왔다. 그러나 최근 공적자금 보조가 투입돼야 운행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파키스탄이 구제금융을 신청하게 되면 서방은 '일대일로'를 더욱 견제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일대일로'에 비판적인 파키스탄 야당이 지난 7월 총선에서 승리하면서 향후 사업에 차질이 불가피한 전망이다.

미얀마 정부 역시 '일대일로' 사업에 경고등을 켰다. 중국이 후원하는 90억 달러 규모의 차우퓨 심해항 건설 프로젝트를 재검토하고 있는 것. 막대한 건설 비용이 부담인 데다 만일 중국에서 빌린 건설 비용을 갚지 못하면 항만 운영권이 중국으로 넘어갈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스리랑카 정부는 '일대일로' 구상으로 항만 운영권을 중국에 내주고 빚더미에 올라 앉은 상황이다. 작년 12월 스리랑카는 중국에 진 11억2000만 달러의 빚 탕감 조건으로 함반토타 항구 운영권을 중국 자오상쥐그룹에 넘겨야 했다.

이밖에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최근 '일대일로'에 참여한 78개국의 평균 신용등급을 정크 본드 수준인 Ba2로 평가했다.

▲본질적 한계

'일대일로' 파트너 국가들이 빚더미에 앉게 되는 이유는 뭘까.

바로 일대일로 구상이 갖고 있는 본질적 한계점 때문이다. 즉 대부분 인프라 프로젝트는 완성 이후 수익을 통해 중국에 부채를 상환해야 하는 형태인데 참여국 중 상당수는 채산성 검토 노하우가 부족하다.

【 베이징=AP/뉴시스】중국 베이징에서 15일 일대일로 국제협력 정상포럼에 참석한 정상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 두번째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그 옆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다. 2017.05.15

절차상 참여국들은 대부분 중국 은행들의 손을 거쳐 대출계약을 해야 하기 때문에 투명성을 보장받기 어렵고, 중국 기업들이 시공책임을 지는 구조로 내몰린다. 이에 따라 중국에 갈수록 빚을 질 수밖에 없다.

시진핑 지도부는 개발도상국들의 경제 성장을 돕고 공동번영을 추구하며 '이익공동체', '운명공동체'를 실현하자고 주창해 왔지만 급속한 성장으로 부를 축적한 중국의 지역패권주의, 중화사상의 부활 및 ‘중국 우선주의’로 인해 구상은 본질적인 한계점을 가질 수밖에 없다.

지난 5년간 '일대일로' 사업은 과도한 부채로 인한 경제 주권 침해, 불공정 계약, 반중 감정 확산, 환경 문제 등 많은 문제들을 야기했다. 중국과 협력국 간 분쟁이 급증하고 있고, 중국 법원에 제기된 관련 소송 건수만도 지난해까지 무려 20만여 건에 달한다.

▲날로 격화되는 미국과의 갈등

날로 격화하는 미국과의 갈등도 향후 일대일로의 큰 걸림돌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달 7월 말 트럼프 행정부는 "기술, 에너지, 그리고 인프라를 중심으로 인도·태평양 지역에 1억1300만달러 규모의 투자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은 우선 1억1300만 달러를 조성하고 순차적으로 증액할 계획이다.

미국의 인도·태평양투자 계획은 '일대일로' 맞대응 조치가 분명한 것으로 평가됐다. 액수면에서 '일대일로'가 압도적으로 앞서지만 나머지 역량에선 인도·태평양 투자계획이 선전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일대일로'에 참여하는 국가들이 많지만 사실상 중국 중심의 프로젝트인 게 사실이다. 반면 미국이 최근 제시한 인도·태평양 경제구상에는 호주,인도,일본 등 주요국을 비롯해 여타 우방국들의 참여가 예상된다. 미중 무역전쟁으로 중국 국내 경제 여건이 나빠질 경우, 시진핑 지도부는 해외 투자가 아닌 국내 사안에 집중할 수 밖에 없다는 점도 '일대일로' 프로젝트에 대한 불안감의 원인으로 꼽힌다.

▲내부의 반발 목소리

중국내 반발 목소리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쑨원광 산둥대 퇴임 교수는 일대일로를 공개적으로 비난했다가 최근 미국의소리(VOA)와의 인터뷰 도중 공안 당국에 연행됐다. 쑨 전 교수는 현재 가택연금 중이다. 그는 "중국에는 학교에 못 가고 노후를 보살피기 힘들고 병으로 고통받는 빈곤층이 여전히 많은데 굳이 외국에 가서 돈을 뿌릴 이유가 있느냐"면서 "퍼주기식 투자는 중국에도 상대국에도 모두 불리하게 작용한다"고 주장했다.

량윈샹 베이징대 교수도 "중국이 투자하는 개도국은 너무 가난해서 밥도 못 먹을 상황이 아니며, 그들도 투자의 질을 추구한다"면서 "중국은 투자하면서 정치적인 조건을 내걸어서는 절대 안 된다"고 경고했다.

문예성 기자 sophis731@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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