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집은 빌려 쓰는 것" 한국과 너무 다른 미국

함현일 美시비타스 애널리스트 2018. 8. 19. 0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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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현일의 미국&부동산] 임대 목적 주택 투자가 늘어나는 이유

“안될 겁니다”.

2013년 미국의 임대형 아파트 투자를 한국에 소개하려고 한 적이 있다. 그때 한국의 한 자산운용사에서 일하는 해외 투자 관계자가 한 말이다. 그도 한국 시장에 이런 미국 자산의 투자를 소개한 적이 있다. 하지만 한 발도 떼지 못했다. 이유는 뻔하다. 한국에서 아파트는 소유하는 부동산 자산이다. 소유한 후 임대를 할 수 있지만, 개발사나 운용사가 소유하고 임대만 하는 것에는 거부감이 있었다. 최근에는 한국도 인식이 많이 바뀌어 미국의 임대 아파 트에 투자한 사례가 있다고 한다.

주택을 소유하거나 임대하는 것은 미국의 대표적 주거 형태다. 특히 10여 년 전 경기 침체 이후 미국에서는 주택을 소유보단 임대하는 사람의 비율이 크게 늘었다. 임대료도 매년 4% 정도 꾸준히 상승했다. 이제는 기관 투자자들이 임대형 아파트뿐 아니라 주택에도 임대 사업을 목적으로 투자하기 시작했다. 임대 비율 상승이 부동산 투자 방향을 바꿔놓고 있다.

미국 LA 주택가에 세입자를 구하는 입간판과 팻말이 세워져 있다. /최순호 기자


■임대 비율 50년래 가장 높아

거주지를 임대하는 미국인 비율은 50년래 가장 높다. 2006년 31%였던 임대 비율은 현재 37%까지 높아졌다. 이는 주택 공급 비율이 상대적으로 낮았던 1965년과 비슷하다. NMHC(National Multifamily Housing Council)에 따르면 증가하는 임대 수요를 맞추려면 2030년까지 추가로 460만 가구의 아파트가 필요하다. 연간으로 환산하면 37만 가구에 이른다. 임대료도 계속 오르고 있다. 2012년 이후 매년 3~5%씩 성장하고 있다.

이런 추세에 발 빠르게 대응하는 개발회사들 덕에 아파트 건설은 20년 내 최대 수준이다. 지난해에만 34만 가구 이상이 새로 공급됐다. 이는 2016년보다 21% 늘어난 것이다. 아파트가 많이 늘어나는 도시를 보면, 도시의 성장세도 가늠할 수 있다. 지난해 미국 도시 중 아파트가 가장 많이 늘어난 도시는 뉴욕이다. 2만6739가구가 신규 공급됐다. 다음으로 댈러스-포트워스(2만4960가구), 휴스턴(1만7960가구), LA(1만4667가구), 마이애미(1만3466가구), 덴버(1만3142) 순이었다.

주택 임대료가 계속 오르면서 최근 아파트 공급이 급증하고 있는 미국 뉴욕. /조선DB


■주택에도 임대 목적 투자

주택도 소유보다는 임대를 위해 투자하는 시대가 됐다. 기관 투자자들까지 나서 주택 매입에 나서는 이유다. 가격이 사상 최고 수준으로 올랐지만 이에 굴하지 않고 쇼핑에 열을 올리고 있다. 부동산 투자회사인 앰헐스트 캐피탈 매지니먼트(Amherst Capital Management LLC)에 따르면 지난해 투자사들은 미국에 총 2만9000채의 주택을 샀다.

전년 대비 60% 늘어난 것이다. 투자자 종류도 다양하다. 이런 투자를 꺼렸던 국부펀드나 헤지펀드, 보험회사, 연기금, 자산운용사 등이 투자 목적으로 주택 구입에 나섰다. 전국부동산중개인협회(NAR)에 따르면 지난해 처음 임대 수익 목적의 투자용 주택 구매가 휴가용 주택 구매를 넘어섰다. 시장에 나와 있는 주택 재고 물량이 적어 임대형 주택 건설에 직접 나서거나 투자하는 회사도 늘고 있다.

미국 내 주택소유 비율이 큰 폭으로 떨어져 있다. /FRED


■“임대가 주택 소유보다 더 경제적”

이런 투자가 늘어나는 이유는 주택을 사는 것보다 임대하는 것이 더 경제적인 지역이 많기 때문이다. 널드월렛(Nerdwallet)에 따르면 미국 50개 주(州) 주택 소유자들은 임대 거주자들보다 주거비로 매달 33%에서 93%를 더 지불하고 있다. 가장 높은 비율인 93%를 더 지불하는 사람들은 뉴저지의 주택 소유자들이다. 물론 매달 나가는 주택담보대출 이자와 원금은 장기간에 걸쳐 주택을 온전히 자기 것으로 만들어 준다. 하지만 임대가 저축에는 더 유리하다. 아톰 데이터 솔루션(Attom Data Solution)에 따르면 64%의 미국인은 주택 소유 비용이 임대료보다 월급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곳에 살고 있다.

문제는 임대료가 계속 오르고 있다는 것. 주택 가격 상승률보다 높은 지역이 많다. 질로우닷컴(Zillow.com)에 따르면 미국인은 지난해 임대료로 486조 달러를 지불했다. 이는 GDP 비율로 역사상 가장 높다. 시카고와 LA를 비롯한 미국 대도시권의 60%에서는 임금보다 임대료 상승이 더 빠르다.

미국의 평균 주택 월세 변동 추이. /질로우


■임대 시장 열기 한풀 꺾이나

시장도 서서히 식고 있다. 미국의 임대료는 31분기 연속으로 올랐다. 하지만 상승세 하락이 뚜렷하다. 리얼 페이지(RealPage Inc)에 따르면 지난 2분기 미국 아파트 임대료는 전년 동기 대비 2.3% 올랐다. 이는 2010년 이후 가장 낮다. 뉴욕은 1.3% 오르는데 그쳤다. 임대 시장의 열기가 한풀 꺾인 것이다.

수요가 줄거나 수익이 줄면 일어나는 일은 바로 공급 감소다. 임대료 하락은 공급 대비 수요가 적다는 뜻이다. 이에 따라 공급이 줄면서 신규 투자도 감소할 가능성이 높다. 물론 아직은 아니다. 한풀 꺾이긴 했지만 아직 임대료 상승이 제자리걸음이나 마이너스(-)는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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