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박원순 "안희정에 무죄 내린 판사, 비판받을 대목 있어"

손병관 2018. 8. 18.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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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②] '옥탑방 생활 한 달' 정리하는 서울시장

[오마이뉴스 글:손병관, 편집:김지현]

 박원순 서울시장이 17일 오후 오마이TV '박정호의 핫스팟'에 출연해 인터뷰를 했다.
ⓒ 오마이TV
박원순 서울시장이 지난 14일 비서에 대한 성폭력 1심 재판에서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무죄 판결을 받은 것에 대해 "판사가 비판받을 대목이 있다"라고 지적했다.

서울 강북구 삼양동의 한 옥탑방에 머물고 있는 박 시장은 17일 오후 오마이TV <박정호의 핫스팟>에 출연해 이 사건에 대한 견해를 밝혔다. 박 시장은 판결이 나온 14일 오후 다른 매체와의 인터뷰에서는 "판결 내용을 정확히 잘 모른다"라면서 답을 피해갔다.

판결 이후 야당들은 일제히 판사를 비판하는 입장을 내놨지만, 지도부 경선이 진행 중인 여당(더불어민주당)에서는 금태섭·정춘숙·권미혁 의원 정도만이 페이스북을 통해 판결에 유감을 표시했다.

3일이 지난 시점에서 <오마이뉴스>가 박 시장에게 '안희정 무죄'에 대해 다시 물었다.

박 시장은 "사안 전체를 자세히 알지는 못하기 때문에 명확하게 얘기할 수는 없지만, 내 느낌을 얘기하겠다"라면서 "이런 사건(성범죄)을 판단할 때는 감수성이 굉장히 중요하고, 피해자를 기준으로 해야 한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그러면서 박 시장은 자신이 변호사 시절 맡았던 서울대 화학과 신정휴 교수 사건의 기억을 떠올렸다.

신 교수의 조교였던 우아무개씨는 1992년 5월부터 이듬해 8월까지 신 교수로부터 원하지 않는 신체 접촉과 성적 요구를 강요당했다면서 신 교수와 서울대 총장, 국가를 상대로 5000만 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당시 신문 기사로 우씨의 사연을 접하고 무료 변론을 자청한 사람이 '변호사 박원순'이었다.

'한국 최초의 성희롱' 사건에서 피해자 변호 맡았던 박 시장

1993년 11월 23일 시작된 재판은 대법원 파기환송을 포함해 6년간 네 차례의 선고를 거친 후에야 결론이 났다. 특히 항소심 판사는 신 교수가 우씨에게 '둘 만의 입방식'을 제의하는 등 대여섯 차례에 걸쳐 성적 괴롭힘을 가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신 교수의 행위가 '무의식적이거나 경미한 실수'였다고 판시했다.

"신 교수 사건에서 1심은 이겼는데 항소심은 졌다. 우리를 지게 만든 고등법원 판사가 '수인한도(타인으로부터 피해를 입었을 때 참을 수 있는 정도)'를 언급하더라. '여성이 참아야 하고, 그것이 우리 사회의 보편적 문화'라는 논리를 세운 거다."

박 시장은 1995년 8월 17일 대법원에 낸 상고장에서 다음과 같이 항소심 판결을 반박했다.

"어떤 소년이 연못을 지나다가 장난으로 던진 돌에 개구리가 맞았다고 치자. 아이에겐 장난이지만, 개구리는 죽음에 이를 수 있는 문제 아니냐? 그런 관점에서 봐야 한다. 피해자가 성희롱으로 성적 모독감을 느꼈다면 피해자의 관점에서 보는 게 요즘의 보편적 이론이다."

1998년 2월 10일 최종영 대법관이 유죄 취지의 파기환송으로 박 시장의 손을 들어주자 신 교수는 같은 해 4월 14일 자신의 입장에서 사건을 재구성한 책 '나는 성희롱 교수인가' 출간 기자회견을 하며 대법원 판결에 저항했다. 같은 해 6월 25일 서울고법 홍일표 판사(현 자유한국당 의원)가 '신 교수는 우씨에게 500만 원을 지급하라'는 배상 판결을 내리며 긴 법정 공방은 막을 내렸다.

'한국 최초의 성희롱 재판'에서 피해자를 변론했던 박 시장으로서는 안희정 사건에 대한 입장 표명을 피해가가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사법부 감수성 뒤떨어진 거냐" 물음에 박 시장 "그래서 대법원이 중요"

▲ 1심 선고공판 출석하는 안희정 정무비서에 대한 성폭력 혐의로 기소된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가 지난 14일 오전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 선고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 유성호
박 시장은 "안희정 사건의 경우에도 '업무상 위력'의 객관적인 기준이 분명히 있지만, 주관적 상황에 따라서는 (판사가) 얼마든지 다르게 판단할 수 있다. 그런 측면에서는 (판사가) 비판받을 대목이 있지 않나?"라고 덧붙였다.

박 시장은 "이번 판결이 사법부의 젠더 감수성이 여전히 뒤떨어져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보느냐"는 물음에 이렇게 답했다.

"그래서 대법원의 구성이 굉장히 중요하다. 미국 유학 시절에 보니 대법관 한 명 임명하는 미 의회 청문회가 전쟁을 방불케 하더라. 어떤 성향의 법관이 대법관으로 임용되느냐, 판사의 신념과 가치관에 따라서 낙태 같은 사건에 대한 대법원의 판단이 바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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