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4 인천아시안게임 우슈 금메달리스트 이하성(24)은 18일 “이번에는 준비 과정에서 연기의 난이도를 높였다”고 말했다. 그가 참가하는 우슈의 종목은 투로 장권이다. 마치 마루운동을 하는 것처럼 사각의 경기장을 종횡으로 가로지르며 화려한 발차기와 공중 무예 동작을 선보이는 종목이다. 4년 전에 힘과 우아함이 동시에 느껴지는 동작으로 금메달을 따냈던 그는 “그땐 첫 국제대회라서 정신이 없었다. 우슈는 배움의 끝이 없다”고 말했다.
이런 이하성은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대한민국 선수단의 첫 금메달을 선사할 것이란 기대감을 한몸에 받고 있다. 투로 장권의 결선은 개회식 다음날인 19일 오전(한국시간) 열린다. 지난 17일 새벽 자카르타 현지에 도착한 이하성은 컨디션 조절 차원에서 오전 훈련을 오후로 미뤘다. 그는 경기가 펼쳐질 자카르타 지엑스포홀을 오후에 찾아 컨디션을 점검했다. “훈련 연습장 카페트와 시합장의 코트를 밟아 봤다. 이동이 힘들었지만, 생각했던 것보다 괜찮은 상황이다”라고 이하성은 말했다.
“연기의 난이도를 높였다”는 말은 구체적으로 공중동작을 더욱 어렵게 구성했다는 뜻이다. 이하성은 “공중에서 도는 바퀴 수를 한 바퀴 추가해서, 이제는 2회전”이라고 했다. 인천아시안게임에서도 한국에 첫 금메달을 선사하면서, 이하성은 공중에서 옆으로 뒤로 1바퀴를 돌았다. 몸은 새처럼 가벼웠고 착지하는 발끝에는 흔들림이 없었다. 지금 시도하는 공중 2회전의 완성도는 이하성 스스로가 평가하길 ‘90%’ 수준이다. 이하성은 “거의 완벽하게 잘 되고 있다. 멘털 관리만 잘 되면 문제 없다”고 말했다.
그가 우슈에 빠져든 계기는 생각보다 거창하지 않다. 어렸을 때 침대에서 덤블링을 많이 하는 장난꾸러기 이하성을 보고, 이하성의 어머니는 자신의 지인이 사범으로 있는 우슈 체육관에 아들을 보냈다. 이하성은 “어렸을 때 너무 뛰어다녀서, 그렇게 우슈를 처음 접했다”며 웃었다. 그는 “아버지께서 성룡이나 이연걸이 나오는 중국 영화를 좋아하셨는데,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우슈를 접하지 않았나 싶기도 하다”고 말했다.

모두가 첫 금메달을 기대하는 상황, 이하성의 주변 사람들은 그의 부담감을 잘 안다. 이하성을 우슈 선수로 키운 부모님은 아들을 자카르타에 보내며 “연습한 대로만 하라”고 말했다고 한다. 이하성의 감독, 코치가 한 말도 “여유 있게, 하던 대로만 하자”는 것이었다.
이하성 역시 이미지 트레이닝에 한창이다. 그는 “훈련 뒤에 시간이 나면, 정신을 집중하는 이미지 트레이닝을 한다. 머릿속으로 경기를 뛰어 본다”고 말했다. 이미지 트레이닝을 많이 하면 마음이 편해지고 자신감이 붙는다고 한다. 그는 4년 전과 지금의 자신이 다르다고 강조했다. 얘길 들어 보니 그럴 수밖에 없다. 이하성은 “우슈에는 배움의 끝이 없다. 배워도 배워도 끝이 없다. 그게 우슈의 매력이다”고 말했다.
이런 이하성은 금메달이라는 결과에 얽매이지 않고 있다. 그저 하던 대로만 하면 좋은 일이 있을 것이라고 믿을 뿐이다. 그에게 금메달을 딴 뒤에는 무엇을 가장 하고 싶으냐고 물었다. 우슈의 깊이와 매력을 말하던 1인자가 갑자기 소박해졌다. 이하성은 “경기가 끝났으니까 그간 먹지 못했던 야식을 먹고 싶다”고 말했다. 이하성은 “평소에는 라면도 좋아하고 치킨도 자주 시켜 먹는데, 아무래도 밀가루 음식을 피해야 했다”고 말했다.
자카르타=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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