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가 하루에 -0.3점, 동료도 감점"..이런 회사 보셨나요?
[앵커]
직장생활을 하다 보면 몸이 아파서 병가를 내는 경우가 종종 있죠.
그런데 병가를 내면 본인은 물론이고 같은 팀원들까지 인사상 불이익을 주는 회사들이 있었습니다.
노동자들을 사람이 아니라 일하는 기계쯤으로 여기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최유경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승무원 정 모 씨는 지난 2015년 병가를 냈습니다.
피부 알레르기가 심해 항공 근무가 어려웠기 때문입니다.
[피해 승무원 정○○/음성변조 : "몸에서부터 시작되더니 나중에 얼굴까지 올라오게 돼 버린 거죠. 맨 처음에는 한 3개월 정도 (병가를) 냈죠."]
증상이 계속됐지만 업무에 복귀했다 병이 덧나, 다섯 달 병가를 또 내야 했습니다.
해당 항공사 인사규정입니다.
병가 1일마다 0.3점씩 감점, 10일을 넘으면 3점이 감점됩니다.
0.1점 차이로 순위가 뒤바뀌는 근무평정에선 치명적입니다.
[피해 승무원 정○○/음성변조 : "인사평가가 하위 5%가 돼 버린 거죠. 몇 년 동안은 진급을 할 수도 없는 거고."]
KBS 취재 결과, 국내 항공사 8곳 중 대한항공, 아시아나, 이스타, 에어서울이 병가 감점 규정을 적용했습니다.
장기 병가 중에도 2~3주에 한 번꼴로 회사에 나와 치료 상태를 점검받아야 합니다.
[피해 승무원 B/음성변조 : "기계가 아니라 사람인데, 승무원을 사람으로 보지 않는 게 아닌가 약간 그런 생각이 들어요."]
병가 실적을 그룹 점수에 반영한다고도 합니다.
[피해 승무원 정○○/음성변조 : "나와 같이 묶여 있는 그룹이 다 나 때문에 점수가 내려가 버리니까 그 사람들한테 너무 미안하게 되고..."]
[김영관/변호사 : "근로기준법은 사용자로 하여금 근로자의 정신상 자유를 억압하는 자유의사에 반하는 근로를 시키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항공업계는 병가를 안 쓴 직원과의 형평성을 위한 규정이라고 밝혔습니다.
또, 병가 실적을 그룹 점수에 반영하는 일은 없다고 부인했습니다.
논란이 일자 대한항공은 지난달 병가를 안 쓰는 직원에게 가점을 더 주는 방식으로 바꿨고, 아시아나 항공은 KBS 취재 이후 규정 개정을 검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KBS 뉴스 최유경입니다.
최유경기자 (60@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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