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방, 실검까지 집어삼키는 '맛있는 공감'

김경은 기자 2018. 8. 17. 0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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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먹방'(먹는방송) 전성시대다. 인터넷방송에는 2만개에 달하는 먹방 채널이 생겼고 스타 못지않은 인기를 누리는 먹방 크리에이터(제작자)도 등장했다. 공중파에서도 먹방이 빠진 방송을 찾아보기 어렵다. 이러한 먹방의 인기는 최근 불거진 '먹방 규제' 논란을 심화시키기도 했다. 하나의 트렌드가 된 먹방, 그 의미에 대해 들여다봤다. <편집자주>

[먹방시대] ② 매출 좌우하는 '어마무시'한 먹방의 영향력

#직장인 석유진씨(27)는 주말마다 먹방 투어에 나선다. 그 주에 가장 이슈가 된 먹방을 보고 곧바로 실행에 옮기는 것이다. 2주 전에는 마마무 화사가 출연한 ‘나혼자산다’를 보고 간장게장을 먹었고 지난주엔 배우 한고은이 나온 ‘동상이몽2’를 보고 비빔국수를 찾아 나섰다. 석씨는 “언제부턴가 먹방을 따라 먹는 습관이 생겼다”며 “집에서도 인터넷 방송 BJ의 먹방을 보며 식사를 한다”고 말했다.
먹방이 대중문화를 점령했다. 음식 프로그램을 포함해 각종 방송과 영화에는 먹는 장면이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인터넷 방송에서도 먹방은 10년 전부터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 해외에서도 인기다. 먹방을 영어로 쓴 ‘Mukbang’이 고유명사처럼 쓰인다. 

먹방의 영향력은 사회 전반으로 확대되는 모양새다. 먹방에 등장한 음식이나 식당은 곧바로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에 올라 대중들의 소비로 이어진다.  

화사의 곱창 먹방(왼쪽)과 한고은의 국수 먹방. /사진=MBC '나혼자산다', SBS '동상이몽2' 방송화면 캡처 @머니S MNB, 식품 외식 유통 · 프랜차이즈 가맹 & 유망 창업 아이템의 모든 것

◆관련업계 매출 신장 견인

먹방의 광고효과는 이미 방송을 통해 입증됐다. 2013년 MBC ‘아빠 어디가’에 소개된 짜파구리가 대표적이다. 당시 방송인 김성주가 짜파게티와 너구리를 함께 요리하는 모습이 방영되면서 두 제품은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농심에 따르면 방송 이후 두 달간 너구리의 월 판매량은 기존보다 50%, 짜파게티는 60%가량 판매량이 증가했다.

최근에는 그룹 마마무의 화사가 MBC ‘나혼자 산다’에 출연해 곱창과 간장게장, 김부각 등을 먹는 모습을 보이자 전국에 '품절 대란'이 빚어진 바 있다. 곱창 먹방이 방영된 지난 6월에는 전국 곱창집이 물량 소진으로 휴업상태에 빠졌다. 이에 축산부산물협회에서가 화사에게 감사패를 전달하기도 했다. 또 지난 7월 김부각 먹방을 선보이자 방송 이후 일주일간(19일~25일) G마켓과 옥션에서 김부각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471%, 3092% 증가했다.

방송인 이영자가 언급하는 곳은 연일 화제가 된다. 지난 3월 이영자는 MBC ‘전지적 참견 시점’에서 휴게소 먹거리를 소개한 바 있다. 한국도로공사는 방송 이후 전국 휴게소 음식 판매율이 200% 급증했다고 밝혔다. 특히 소시지와 떡으로 만든 꼬치 ‘소떡소떡’은 방송 직후 주말 판매량이 전주 대비 6배 이상 상승했다.

먹방 특수는 빅데이터 분석 결과로도 증명된다. 먹방이 관련 음식업 매출에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가 나온 것이다. 2016년 박재홍 경희대 경영학부 교수팀이 배달음식 주문 통화량을 분석한 결과 먹방이 나간 뒤 관련 배달음식 주문량이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마케팅 수단' 된 먹방

먹방의 영향력이 커지자 유통업계는 이를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먹방에 소개되는 제품이 매출상승에 도움이 될 거란 기대감에서다. 특히 먹방 BJ를 활용한 마케팅이 눈에 띄게 증가했다. 먹방 BJ는 탄탄한 팬층을 보유해 파급효과가 뛰어나고 젊은층의 이목을 끌기에 적합하다는 점에서 업계 화두로 떠올랐다.

홈쇼핑업계는 먹방 마케팅에 가장 적극적이다. 홈쇼핑업체들은 이미 2~3년 전부터 먹방 BJ를 활용한 판매방송을 진행했다. 모바일이 홈쇼핑의 핵심 판매채널로 부상함에 따라 모바일에 익숙한 젊은 세대를 끌어들이기 위해서다. 2030에게 친숙한 BJ를 통해 소비자에게 보다 가까이 다가선다는 전략이다.

CJ오쇼핑은 지난 5월 먹방 유튜버 에드머를 활용해 ‘굽네 치밥볶음밥’ 판매를 진행했다. 당시 에드머는 1시간 동안 1000세트를 판매하는 기록을 세웠다. 같은 달 ‘이광기의 몬스터 떡볶이’ 판매 방송에서도 먹방 유튜버 이설이 출연해 2500세트를 넘게 팔며 영향력을 과시했다. 

롯데홈쇼핑은 유명 BJ를 쇼호스트로 내세우는 모바일 생방송 ‘쇼킹호스트’를 선보이기도 했다. 지난 6월 러시아월드컵 기간에는 에드머와 손을 잡고 피자, 치킨 등 야식을 판매했다. 그 결과 해당 방송일의 실시간 시청자 수와 톡 참여 수가 평소 대비 4배 이상 증가했다. 

롯데홈쇼핑 '쇼킹호스트'에 출연한 먹방 BJ 에드머. /사진=롯데홈쇼핑 제공

식품업계에서도 먹방 BJ에게 러브콜을 보낸다. BJ에게 협찬을 제공하고 바이럴 효과를 얻는 것이다. 특히 인터넷 방송은 해외까지 빠르게 전파될 수 있어 비용 대비 효율이 크다.

실제로 유튜브에서는 협찬임을 밝힌 먹방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BJ는 “기업에서 신제품이 나오면 보내주는 경우가 많고 일반 식당에서 협찬 제의를 하는 경우도 있다”며 “협찬으로 식비를 충당한다”고 밝혔다.

◆원초적 본능 자극, '맛있는 공감'

먹방이 이토록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비결은 무엇일까. 우선 먹방의 중심엔 식욕이 있다. 인간의 원초적 본능인 식욕을 자극하는 만큼 중독성도 강하다. 또 다이어트에 대한 강박이 있는 현대인에게 먹방은 식욕을 무장해제시킴으로써 일종의 해방감과 대리만족을 선사하기도 한다. 

먹방의 또 다른 인기 이유는 외로움 때문이다. 1인 가구가 늘어나면서 생긴 소통의 결핍을 먹방을 통해 메우는 것이다. 실제로 인터넷 먹방의 주요 시청자들이 많이 몰리는 시간을 보면 저녁 시간대와 겹친다. 이들은 먹방을 켜둔 채 밥을 먹으며 누군가와 함께 식사하는 위안을 얻는다. 

김경호 방송문화비평가는 “개인주의 가치가 확산되는 상황에서 먹방은 원자화된 개인의 상실감을 채우는 콘텐츠”라며 “먹방에 소개된 음식점을 찾아가는 행위 역시 일상적 이벤트를 만든다는 점에서 만족감을 높이는 한편 타인과의 공감대를 쉽게 형성하는 효과를 준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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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은 기자 silver@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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