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0명이 사흘간 못찾은 두살배기, 78세 노인이 30분만에 찾아내
[동아일보]
15일 아침 일본 야마구치(山口)현 스오오시마(周防大島)정의 야산 골짜기에서 두 살배기 후지모토 요시키 군이 실종 68시간 만에 기적적으로 발견됐다.
아이는 가족과 함께 할아버지 집에 놀러왔다가 12일 오전 10시 반경 집 주변에서 실종됐다. 할아버지, 형과 함께 바닷가로 가다가 집에 돌아가겠다고 칭얼대자 할아버지가 아이를 혼자 돌려보낸 것. 할아버지는 아이가 집이 보이는 지점까지 가는 것을 지켜본 뒤 가던 길을 갔는데 아이는 집에 돌아가지 않았다. 뒤쫓아 온 엄마도 아이를 보지 못했다고 했다.
온 마을 사람이 총동원된 수색전이 펼쳐졌다. 경찰과 소방대원 550여 명이 마을과 인근 야산을 샅샅이 뒤졌지만 허사였다. 14일에는 엄마가 나서 마을의 비상용 확성기를 이용해 “요시키, 어딨니? 엄마가 보고 싶다”고 종일 외쳤다. 두 살배기가 만 3일 밤낮을 혼자 무사히 보냈을 거라고 보기는 힘든 상황. 시간이 흐를수록 희망의 불씨는 꺼져가는 듯했다.
“머릿속이 하얘지는 느낌이었습니다. 아이에게 다가가 ‘애썼다’며 배낭에서 사탕을 꺼냈더니 아이가 봉지째 채 가더군요. 사탕을 까서 입에 넣어주니 와삭와삭 씹어 먹었어요. ‘아, 괜찮구나’라고 생각했죠.”
골든타임 72시간의 코앞에서 기적의 생환을 한 아이는 약간의 탈수 증세를 빼면 대체로 건강했다. 모두가 하루만 늦었으면 어떻게 됐을지 모른다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기자들에게 당시 상황을 설명하던 오바타 씨는 “사람의 생명만큼 무거운 건 없다. 작은 생명이 구해졌다고 생각하니 그저 기쁠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2016년 오이타에서 행방불명된 2세 여자아이를 수색하는 데 참가한 경험이 도움이 됐다고 설명했다. ‘아이들은 산을 올라가는 습성이 있다’고 보고 집 주변 산길로 올라간 그의 ‘감(感)’이 주효했다.
오바타 씨는 도움이 필요한 곳을 찾아다니며 땀 흘리는 자원봉사자다. 규슈 벳푸(別府)에서 생선가게를 하다가 “은퇴 후에는 세상에 대한 고마움을 갚으며 살겠다”면서 65세가 된 생일날 가게를 접고 자원봉사의 길로 나섰다. 전국 각지의 활동에 참가해 매스컴에도 여러 차례 오르내렸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땐 피해 현장에서 사람들이 소중히 여기던 앨범 등을 찾아 모으는 ‘추억 찾기 부대’의 대장을 맡아 500여 일간 자원봉사를 했다. 2016년 구마모토(熊本) 대지진, 최근의 서일본 폭우피해 현장에도 달려갔다. 이번에도 후지모토 군 실종 소식을 매일 확인하며 안절부절못하다가 14일 차를 끌고 출발했다.
낡은 경차에 침낭과 식량을 싣고 다니며 절대 남에게 폐를 끼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후지모토 군 가족이 비에 푹 젖은 그에게 집에 들어가 목욕과 식사를 할 것을 권했지만 손을 내저으며 “물만 얻어 마시겠다”고 했다. “비가 오니 이거라도 가져가시라”며 비닐우산을 내밀었지만 “비 맞는 걸 좋아한다”며 등을 돌렸다. “이 고마움을 어떻게 표현하느냐”는 아이 할아버지에게 그는 “건강하게 잘 키워 달라. 아이들에겐 그저 칭찬이 제일”이란 말을 남겼다.
이날 야마구치현 경찰은 그에게 “헌신적인 노력에 감사드린다”며 급히 감사장을 만들어 전달했다. 오후 6시 반에야 15시간 만에 식사할 겨를이 생긴 그는 제방에 앉아 물에 만 즉석밥에 채소절임을 얹어 먹은 뒤 곧바로 차를 몰고 오이타로 돌아갔다.
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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