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한 살에 본 딸은 나를 젊게 만드는 원동력.. 일과 육아 혼자 완벽히 하겠다는 욕심은 버려요"
"언니는 정말 철인 같아."
주말마다 초등학교 3학년 딸을 데리고 박물관, 동물원, 워터파크를 찾는 나에게 전업 주부인 동생이 종종 하는 말이다. 나와 비슷한 나이 또래의 친구나 직장 동료들은 이제 아이들을 어떻게 하면 좋은 대학에 보낼 수 있을까 고민하는데, 나는 '이번 주말엔 딸을 데리고 어디 갈까'를 고민한다. 동생처럼 "힘들지 않으냐"고 묻는 주변 사람들에게 늘 "내 나이에 원래 느낄 수 없는 행복을 맛보는 중"이라고 답한다.
◇"수퍼우먼 되려고 하지 말라"
마흔한 살이 되던 해인 2009년 아이를 낳았다. 몇 차례 유산 끝에 '아이 낳기가 힘들겠구나' 생각하고 있을 때 우연히 남편이 제부와 하는 이야기를 들었다. "아내와 대화가 줄어 외롭다. 아이가 있는 사람들이 부럽기도 하고…." 나 역시 아이가 있는 친지들과 모임이 불편하게 느껴지던 때였다.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해 병원을 찾았고, 간절함이 통했는지 귀여운 딸이 우리를 찾아왔다.
"수퍼우먼이 되려고 하지 말라." 나처럼 상대적으로 늦은 나이에 아이를 가진 예비 엄마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다. 주변에 알리고 도움을 구하는 데 망설이지 말라는 것이다. 나도 임신 기간 동안 나이 때문에, 맡은 직책에 대한 중압감 때문에 처음에는 임신 사실을 숨겼다. 인사·노무 담당이었던 나는 노사 협상이 한창일 때 몸 상태가 안 좋아져 병원 신세를 졌다. 이때 주변 반응은 내 예상과 달랐다. 동료 직원들의 축하가 이어졌고, 심지어 노조도 '고령 산모'를 배려해서인지 부드러운 협상 분위기를 이어갔다. '늦둥이가 만든 최고의 노사 협상 분위기'였을까.
출산 직후부터는 육아 일부분을 '아웃소싱'했다. 운 좋게 경험이 많은 입주 육아 도우미를 만날 수 있었다. 주말에는 아이와 함께 시간을 보내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겠지만 워킹맘은 주중에 육아 도우미나 양가 가족의 도움이 불가피하다. '조금 더 아이를 돌봐야 하는데'라는 부담감을 안고 지내는 것보다는 '나는 수퍼우먼이 아니야'라는 생각으로 부담을 털어내는 것이 더 행복해지는 길 아닐까 생각한다.
◇"아이는 날 젊게 만드는 원동력"
아이를 낳은 뒤 회사 후배들이 나에게는 '선배'가 됐다. 종종 회사 후배들과 육아 관련 고민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면 후배 직원들은 좋은 조언자가 되어 준다. 덕분에 '혹시 요즘 초등학교 엄마들이 잘 챙기는 부분을 내가 놓치는 것은 없나'라는 고민도 조금 덜 수 있었다.
나 또한 '회사 업무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생각 위주로 생활해 왔는데, 최근 입사한 직원들이 '워라밸(워크 앤드 라이프 밸런스·일과 삶의 균형)'을 중시한다는 점에 대해 많이 이해하게 됐다. 아이를 키우면서 가족과 보내는 시간이 소중해졌고, 내가 맡은 부서에서 최대한 야근과 주말 근무를 줄이기 위해 노력하게 됐다는 것도 '조금은 늦은 육아'의 장점이다.
'내 출산이 조금 늦은 것이 아닐까'라고 고민하는 30~40대 여성들에게 '아이는 행복'이라고 강요하고 싶지는 않다. 다만 내가 해외 출장지에서 사온 옷이나 장난감을 보고 함박웃음을 짓는 딸의 모습이나 엄마와 함께 찾아간 동물원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동물을 보러 가자고 내 손을 끄는 아이의 모습을 볼 때 나는 정말 행복하다고 말해주고 싶다.
지금은 여름방학 기간이다. 초등학생을 둔 워킹맘 대부분이 그렇듯 방학이 내겐 장기간의 숙제다. 요즘 우리 딸은 멸종 위기 동물들에 관심이 많다. 꿀벌부터 고래에 이르기까지 매일 밤 우리 부부에게 학습시키려 조잘조잘거린다. 올여름 휴가 기간엔 딸을 위해 멸종 위기 동물들을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곳을 찾아 떠나려 한다. 아이들의 대학 진학, 취업 등의 고민을 갖고 사는 내 친구들에 비하면 나는 아직 동화 속에 빠져 사는 기분이다. 딸아이는 나를 젊게 만드는 원동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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