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억 총감시사회'로 가는 중국.. 이젠 휴대폰까지 불심검문

베이징/이길성 특파원 입력 2018. 8. 16.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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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캐너로 이메일·메모 등 훑어.. 생각·사상까지 감시하겠다는 것
얼굴인식 CCTV 2000만대도 깔려, 2020년까지 2억대 CCTV망 구축

베이징의 한 IT기업에서 일하는 중국인 필립 류(31)씨는 최근 신장위구르 지역에 갔다가 불심검문을 당했다. 버스에서 내린 그를 길 한쪽으로 데려간 공안들은 "스마트폰을 달라"고 했다. 그들은 노트북만 한 휴대용 기기에 류씨의 휴대폰을 연결하고는 "불법정보가 있는지 체크하는 것"이라고 했다. 휴대폰을 곧 돌려받고 풀려난 그는 "그들이 불법으로 볼 만한 정보는 없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전국 곳곳에 2억대의 CCTV 단일망을 구축해 주민들을 감시하는 중국이 이번에는 개인정보로 가득 찬 휴대폰까지 불심검문하는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이 15일 보도했다. CCTV는 사람들의 행동을 감시한다. 휴대폰 검문은 그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휴대폰 안에는 사용자가 어떤 정보를 찾아봤고 어떤 대화를 나눴는지 등 민감한 개인 정보가 다 담겨 있다. 이것을 불심검문으로 들여다보겠다는 것은 생각·사상까지 감시하겠다는 것이다. 그야말로 중국이 '14억 총감시 사회'로 치닫고 있는 것이다.

중국 공안이 류씨의 휴대폰 검사에 사용한 것은 소형 노트북처럼 생긴 휴대용 스캐너다. 즉석에서 휴대폰에 담긴 각종 연락처, 사진과 동영상, 소셜미디어(SNS)와 메신저를 통해 보낸 메시지와 게시물, 이메일, 스케줄, 메모들, 사용 중인 앱 관련 내용까지 모든 정보를 들여다보는 기기라고 로이터는 전했다. 인맥과 기호, 평소 생각까지 한 개인의 내면을 모조리 스캔해내는 것이다.

당초 이 휴대폰 스캐너는 분리·독립주의 테러가 빈발하는 중국 서부의 신장위구르 지역에만 도입된 것이었다. 그러나 2016년 이후 베이징과 상하이 등 중국 전역의 일선 파출소에도 보급되고 있다. 베이징과 상하이 등지의 길거리에는 아직 등장하지는 않았지만, 베이징의 한 경찰관은 "우리가 필요하면 언제든 휴대폰 스캔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첨단기술을 이용한 감시시스템, 이른바 '블랙테크(black tech)'는 이미 중국을 유례없는 감시사회로 만들고 있다. 휴대폰 스캐너뿐만 아니라 안면인식 기능을 장착해 범죄 여부를 바로 감별해주는 이른바 '터미네이터 안경'이 경찰에 보급되고 있고, 길거리 행인과 차량의 정보를 일목요연하게 보여주는 인공지능 안면인식 CCTV 2000만대로 구성된 톈왕(天網·하늘그물)이 대도시에 쫙 깔렸다.

블랙테크의 특징은 신장위구르부터 테스트한 뒤 전국으로 확산한다는 점이다. 예컨대 신장위구르의 모위(墨玉)현에는 전체 967개 모스크(이슬람사원) 입구 전역에 안면인식 카메라가 설치될 예정이다. 카메라에 찍힌 사람들을 HD 화질로 구별할 수 있고 높은 기온에도 고장이 나지 않는 최신 기종이다. 이슬람사원을 드나드는 반정부 인사를 가려내기 위해서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오는 2020년까지 전국에 설치된 2억대의 CCTV를 단일망으로 묶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도시 지역의 톈왕공정에다 농촌 지역 CCTV망인 쉐량(雪亮·흰 눈처럼 반짝이다)공정을 통합한다는 것이다. 카메라에 찍힌 사람의 신원을 3초 만에 알아내는 게 톈왕·쉐량공정의 목표다.

중국 관영매체들은 "중국이 더 안전한 사회가 돼 간다"며 각종 긍정적 활용 사례를 부각하고 있다. 지난 5월 중국 저장성 자싱시에서 홍콩 인기 가수 장쉐유(張學友)의 콘서트장에서 3년이나 도피 중이던 사기범이 콘서트장 출입구 안면인식 카메라에 걸려 몇 분 만에 꼬리를 잡혔다는 식이다. 하지만 국제인권단체와 중국 지식인들은 '빅 브러더' 감시 사회로 가는 수단으로 악용된다고 비판한다. 시진핑 주석의 장기 독재체제를 뒷받침하기 위해 시민과 비판세력을 일상적으로 감시하는 시스템을 강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5월 중국 광둥성 광저우시 기차역에서는 인권운동가 예치유엔이 체포됐다. 그는 공안에 연행되기 전 친구들에게 "아무래도 안면인식 카메라에 포착된 것 같다"는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쉐쥔 베이징대학 법학원 부원장은 중국신문망 인터뷰에서 "정부가 공공장소에서 수집하는 정보들이 범죄 해결이 아닌 목적에 악용될 여지가 있다"고 했다. 호주의 파이낸셜리뷰는 "빅 브러더는 이미 살아 있다. 그는 시진핑이 통치하는 중국에서 사람들을 감시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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