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특파원리포트] 프로메테우스와 에피메테우스

관련이슈 특파원 리포트

입력 : 2018-08-15 23:42:05 수정 : 2018-08-15 23:42:05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남·북·미·중 현명한 판단… ‘비핵화’ 희망 키워야 인간이 불을 소유하면서 과학·기술의 걸음마를 떼기 시작했다. 그리스신화에 따르면 신전에서 제우스와 같은 신이 사용하던 불을 프로메테우스(Prometheus)가 훔쳐서 인간에게 건넸다고 한다. 우리 인간은 그 덕분에 어둠을 떨치고, 문명의 세계로 나갈 수 있었다.

제우스는 화가 잔뜩 났다. 제우스가 불을 도둑질한 프로메테우스를 혼내주려고 아름다운 여인 판도라를 시켜 상자 하나를 보낸다. 판도라는 이 상자를 프로메테우스의 동생 에피메테우스(Epimetheus)에게 가져갔다. 이 판도라의 상자를 연 순간에 인간 세상에는 슬픔과 질병, 가난과 전쟁, 증오와 시기 등 온갖 악이 가득하게 된다. 그리스어에서 프로메테우스는 앞을 내다보는 예지력을 뜻한다. 그 반대로 에피메테우스는 앞을 내다보지 못하고 자기 이익만을 추구하는 어리석음을 의미한다.
국기연 워싱턴 특파원

로버트 오펜하이머는 유대계 미국인으로 ‘원자폭탄의 아버지’로 불린다. 그는 미국에서 원자폭탄을 만들었던 로스앨러모스 연구소의 소장으로 근무하면서 원자폭탄을 만든 맨해튼 프로젝트를 총괄했다.

오펜하이머는 흔히 현대의 프로메테우스로 불린다. 오펜하이머는 원자폭탄을 개발해 이것을 일본에 떨어뜨림으로써 미국이 일본의 항복을 받아내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그러나 그가 개발했던 핵무기가 이제 전 인류를 몰살할 수도 있어 국제사회의 최대 골칫거리가 됐다. 북한이 사실상 세계에서 아홉번 째 핵무기 보유국이 됐고, 한반도에서 핵 공포는 아직 시작 단계에 불과하다.

21세기 최대 안보 위협으로 꼽히는 북한 핵 문제의 전개 과정에서 4명의 핵심 인물이 부상했다. 문재인 대통령,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그들이다. 북핵 문제는 이 네 사람의 4각 게임에 달려 있다. 김 위원장이나 시 주석과는 달리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임기가 있어 시간과의 싸움에서 절대적으로 불리하다.

이 4인의 지도자가 예지력을 지닌 프로메테우스가 되는지, 아니면 눈앞의 자기 이익만을 좇는 에피메테우스가 되는지에 따라 한반도와 세계의 운명이 판가름난다. 특히 북핵 문제 해결의 열쇠를 쥐고 있는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이 에피메테우스로 판명 나면 북한 핵 문제 해결을 기대하기 어렵게 된다. 지난 6·12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은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이 어쩌면 프로메테우스가 될지 모른다는 희망의 불씨를 키우는 계기가 됐다. 그러나 그 이후 전개되는 상황을 보면 두 사람이 역시 에피메테우스가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들게 한다.

김 위원장은 ‘핵 보유’와 ‘경제 발전’이라는 양립할 수 없는 신기루를 좇고 있다. 그가 핵을 움켜쥐고 있는 한 북한 주민은 비참한 굶주림에서 벗어날 수 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우며 한반도뿐 아니라 전 세계를 혼란의 소용돌이 속으로 몰아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과연 북한 핵 문제라는 난제를 풀어나갈 프로메테우스 같은 지혜의 소유자인지 의심스러운 게 현실이다. 게다가 트럼프가 에피메테우스처럼 자기의 단기적인 정치적 이익에 사로잡혀 있으면 북핵을 용인했던 결정적인 인물로 역사에 낙인 찍힐 가능성이 크다.

4인의 지도자 중에서 문 대통령이 유일하게 프로메테우스로 남는다 해도 나머지 3인이 에피메테우스일 수 있다. 그렇지만 문 대통령은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체제 정착의 불씨가 꺼지지 않도록 끝까지 지켜야 하는 숙명을 안고 있다. 아직 비핵화의 희망이 사라진 것은 아니고, 김 위원장이 전략적 결단을 내릴 기회는 남아 있다.

국기연 워싱턴 특파원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한지민 '우아하게'
  • 한지민 '우아하게'
  • 아일릿 원희 '시크한 볼하트'
  • 뉴진스 민지 '반가운 손인사'
  • 최지우 '여신 미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