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엄마의 자살과 아빠의 돌연사.. 아이들에게 남은 돈 4만원

송경동 2018. 8. 15. 2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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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쌍용차 문제 '결자해지'를 위한 범국민대회 열려

[오마이뉴스 송경동 기자]

 쌍용자동차 희생자추모및 해고자복직 범국민대책위원회 관계자들이 10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쌍용차 노조와해 비밀문건 관련 철저한 조사를 요구하고 있다.
ⓒ 연합뉴스
쌍용차 해고자들은 지난 10년 동안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2009년 6월 2646명이 하루아침에 해고통보를 받았습니다. 기술 '먹튀'와 회계장부 조작으로 경영상 위기를 만든 상하이차의 부도 신청을 대한민국 법원이 받아주면서였습니다. 지난 10년 동안 아빠와 여름 야유회 한번 못 가봤다고 어느덧 스무 살이 된 해고자의 딸이 말을 잇지 못했습니다.

지난 10년 동안 그들은 살아 있는 목숨이 아니었습니다. 서른 명의 해고자와 가족들이 죽어갔습니다. 해고자들과 시민사회는 10년 동안 상을 치르는 비통한 상주여야 했습니다. 아내의 투신자살 후 아빠마저 돌연사한 해고자 가족은 어린 아이 둘만 덩그러니 남기도 했습니다. 통장 잔고는 4만 원이었습니다.

그렇게 서른 명이 목을 매고, 연탄불을 피우고, 투신했습니다. 살아남은 이들은 블랙리스트로 찍혀 취업도 할 수 없었고, 2009년 진압 당시 국가폭력에 의한 외상 후 장애를 달고 살아야 했습니다. 스트레스 증후군 비율은 50.5%로 이라크전 당시 포로로 잡혀갔던 쿠웨이트 군인들에게서 나타난 48%보다 더 높았습니다. 세 번의 고공농성과 네 번의 단식과 내일이 없는 길거리 농성을 해야 했습니다.

지난 10년 동안 그들은 국민이 아니었습니다. 사측만 그들을 벼랑으로 밀어낸 게 아닙니다. 국가가 그들을 지옥으로 밀어뜨렸습니다. 헌법에 보장된 단체행동권은 이명박 공권력에 의해 무참히 짓밟혔습니다. 물도 식사도 금지당한 채, 하늘에 뜬 전투헬기에서 무차별로 뿌려지는 최루액을 삼켜야 했습니다. 테이저건과 테러 진압무기가 동원되었습니다. 90여 명이 감옥살이를 해야 했습니다. 2015년 박근혜 대법원은 '해고무효'라는 고법 판결을 뒤집는 부당 재판거래 사법농단으로 그들을 다시 확인 사살했습니다.

'살아남겠다는 강력한 의지와 노력을 보여야 정부가 지원할 수 있다'며 대규모 구조조정을 지시한 이명박 정부와 사측이 '기획'하고, 청와대와 검찰, 경찰, 노동부, 산자부 등이 공모한 것임이 얼마 전 언론을 통해 밝혀지기도 했습니다. 공권력 투입 명분을 위해 직장폐쇄 계획이 파업 전부터 짜여 있었습니다. 직장폐쇄로 공장 점거를 유도하고 난 후엔 방패와 가스총과 삼단봉으로 중무장한 300명의 사설용역깡패들을 투입해 충돌을 일으켜 공권력 투입의 명분을 만든다는 것도 계획에 나와 있습니다.

추후 사법처리와 손배가압류를 위한 채증조도 파업 전부터 계획되어 있었습니다. 조현오 당시 경기경찰청장은 파업이 계획되기도 전인 그해 2월에 '조만간 쌍용차 노조가 공장을 불법점거 하리라는 판단을' 하고, '경비과에 경찰력 진입계획을 세우도록 지시'했습니다. '노사분규 현장에 전국 최초로' 특별수사본부를 발족하고, 여론조작을 위한 50여 명의 경찰로 쌍용차 사이버대응팀을 불법운용하기도 했습니다. 모든 탄압이 계획대로 성공한 후 국가는 1300억 원의 자금을 회사에 지원했습니다.

국가, 해고자의 현재와 미래에 수갑을 채우다

국가는 중재자도 방관자도 아닌 주 실행자였습니다. 정리해고를 신청한 건 회사지만, 허락한 건 국가였습니다. 정리해고가 합법이라는 두번째 부당재판거래도 국가가 했습니다. 헌법에 보장된 단체행동권을 무력으로 진압하고, 해고자들을 구속시킨 것도 국가였습니다. 47억의 손배가압류로 해고자들의 현재와 미래에 견고한 수갑을 채운 것도 국가였습니다.

지난 10년 동안 어떤 약속도 지켜지지 않았습니다. 심지어 박근혜도 집권하면 맨 먼저 쌍용차 국정조사를 약속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도 2012년 대한문분향소와 2013년 공장 앞 철탑 농성장에 올라 쌍차 문제 해결과 국정조사 등을 약속했습니다. 사측은 2015년에 2017년 상반기까지 전원복직을 약속했지만 해고자 48명만 돌아갈 수 있었습니다. 쌍용차는 현재 흑자 상태이며, 대주주인 마힌드라사는 다국적 재벌입니다.

이제 그만 '희망고문'을 멈추고 정의를 바로 세우며, 약속이 지켜져야 합니다. 2009년 쌍용차 회계조작 의혹에 대한 국정조사와, 2009년 사측과 정부가 공모해 파업을 유도하고 살인진압 등 국가폭력을 자행한 점에 대한 국정조사와·특검 도입이 필요합니다. 쌍용차 관련 사법피해자들에 대한 사면복권과 아직도 국가가 원고가 되어 진행 중인 손해배상가압류가 즉각 철회되어야 합니다. 대법원의 재판거래 진실규명과 책임자 처벌 및 사법농단 특별법 제정과 재심이 있어야 합니다.

무엇보다 더 늦기 전에 해고자 전원 복직의 약속이 즉시 이루어져야 합니다. 이젠 국가가 나서야 합니다. 사측을 포함해 10년 동안 서른 명의 무고한 생명들을 절망 속에 숨져가게 했던 모든 불법의 책임자들이 처벌받아야 합니다. 근원인 정리해고제와 비정규직 악법이 폐지되어야 합니다.

8월 14일 서른번째 희생자인 고 김주중님의 49재를 지내고 오는 18일에는 쌍용차 문제의 '결자해지'를 위한 범국민대회가 서울에서 열립니다. 이제는 끝내야 합니다. 진실은 바로 잡혀야 합니다. 밝혀질 만큼 밝혀졌습니다. 국가와 사측이 또 다시 책임을 방기한다면 더 이상 한국사회는 가만있지 않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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