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단독] "한국 '5개월 여름' 시간문제..폭염만큼 센 한파 올 수도"

류영욱 2018. 8. 15.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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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남부 이미 아열대기후, 올해 수준 폭염 일상이 될것
100년간 1.4도 오른 한반도..금세기말엔 4.7도 상승전망, 폭염일수도 10일 → 35일로
지구촌 날씨 양극화 가속화..여름 더운만큼 겨울 추워져
폭염, 재난지정해 관리해야..이상기후 취약계층 고려한 영향예보 6월부터 시범운용

■ 남재철 기상청장 단독인터뷰

"앞으로 9월과 10월 평균기온도 크게 오를 것입니다. 5월 기온도 6월에 준할 정도로 오른다는 점을 감안하면 머지않아 5개월짜리 여름을 준비해야 할 수 있습니다."

40도가 넘는 메가톤급 폭염이 한반도를 휩쓰는 올여름 국민의 삶에서 생존 문제로까지 중요도가 커져버린 기상 정보를 총괄하는 남재철 기상청장(59)을 지난 14일 만났다. '올해 같은 더위가 계속될까' 가장 궁금했던 질문부터 던졌다.

남 청장은 "기존에는 여름 개념이 6~8월이었지만, 이제부터는 5월과 9월, 10월의 평균기온이 대폭 오를 것"이라며 "특히 5월 기온은 6월에 준할 정도로 올라 봄꽃이 한창일 때부터 여름 준비를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올해 5월의 평균기온은 17.8도로 평년(17.0~17.4도)보다 조금 높았지만 앞으로 그렇지 않을 거란 설명이다. 그는 "폭염 일수도 지금까지는 평균 10일이지만 21세기 말에는 35일 정도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며 "역대 최고 더위보다 심한 날들이 매년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기록적인 무더위가 덮친 올해 폭염 일수는 지난 12일까지 26.1일로 같은 기간 1위였던 1994년(25.5일)을 이미 넘었다. 이 추세라면 연간으로도 1994년(31.1일)을 가볍게 넘을 가능성이 높다.

기온이 변하는 속도도 빨라지고 있다. 남 청장은 "한반도의 평균기온은 과거 100년간 1.4도 올랐는데 기온이 올라가는 속도가 더 빨라지고 있다"며 "21세기 후반에는 현재와 비교해 4.7도 높은 한반도를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기온 변화에 맞춰 한반도 전체의 기후변화도 예상된다. 이미 아열대기후에 들어간 제주와 한반도 남부지역은 물론 중부를 비롯한 북쪽 지역도 곧 아열대가 진행될 것이라는 게 그의 예상이다. 실제로 농촌진흥청은 지난해 우리나라 환경에 맞는 아열대 작물 연구 결과 발표를 통해 2020년께 남한 지역 경지 면적의 10.1%가 아열대기후로 바뀌고 2060년에는 26.6%, 2080년에는 60%가 넘을 것이라고 한 바 있다.

남 청장이 '여름 장기화'의 주범으로 지목한 건 역시 지구온난화다. 온실가스 배출량이 늘어나면서 지구 전체 온도가 높아지고 한반도 역시 이 흐름을 거스를 수 없기 때문이다. 남 청장은 "온실가스 배출에 의한 기후변화는 전 세계적으로 진행되고 있고 이로 인한 극한 현상의 변화 등 영향이 우려되는 상황"이라며 "미래의 인류를 위한 온실가스 감축 노력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폭염이 아직 끝나지 않았지만 다가오는 겨울도 평균기온 회귀에 따라 만만치 않은 한파가 불어닥칠 가능성이 높다. 남 청장은 "시기를 단정할 수 없지만 과학적으로 예측해보면 올해는 여름 폭염이 있었던 만큼 겨울에 매서운 강추위가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은 지구 곳곳에서 날씨 양극화가 나타나고 있다. 10년 전에 비해 평균기온은 크게 변동이 없는데 가장 더운 날과 가장 추운 날이 반복되는 이상 현상이 빈번하게 나타난다"고 말했다.

폭염의 일상화가 예견되는 만큼 대비책도 중요하다. 국가 차원에서 폭염을 재난으로 지정해 관리해야 한다는 게 남 청장의 시각이다. 남 청장은 "올해 폭염으로 온열질환자만 3800명이 발생하는 등 폭염도 이제 재난의 영역에 돌입했다"며 "재난안전법에 폭염을 포함해 피해를 줄이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폭염이 법률상 재난에 들어가면 지진 매뉴얼과 같은 행동요령을 도출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기상청 차원의 예보 강화도 진행 중이다. 기상청은 올해 6월부터 폭염을 포함한 기상 영향예보시스템(영향예보)을 시범운용하고 있다. 영향예보는 이전까지 일괄적인 통보식 예보에서 한발 나아가 이상 기상 현상이 부르는 위험에 취약한 시민들에게 기상 정보와 함께 구체적인 행동요령 등을 제공하는 서비스다. 동일한 폭염이라도 발생 지역별·계층별 위험 노출 정도가 다르기 때문이다. 남 청장은 "올여름에도 피해가 가장 큰 사람들은 쪽방촌 노인들이나 농민들이었다"며 "피해가 예상될 때 이들을 돌보는 공무원이나 농촌 이장 등 지자체 5만6000여 명에게 피해 대비 행동요령 등을 전달하는 서비스를 제공했다"고 밝혔다. 이어 "2020년 정식 서비스를 목표로 다양한 부처와 협력해 관련 연구를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기상청 특별운영팀도 예보 정확성을 높이기 위한 자구책이다. 남 청장은 부임 이후 전국 지방 기상청의 젊고 우수한 예보관 7명을 본청으로 불러 특이 기상에 대비하는 '예보생산체계 전문화 태스크포스(TF)'를 만들었다.

남 청장은 기상청의 예보 능력 향상을 위한 장기 계획도 밝혔다. 남 청장은 "기상 예측력은 관측망, 수치 모델, 예보관의 능력 삼박자가 두루 갖춰져야 상승한다"며 "현재 기상청은 서해상 해상 관측망 확충, 내년까지 한국형 수치 모델 개발 완료, 인센티브 등 예보관 상벌제 도입 등을 추진 중"이라고 청사진을 설명했다. 취임 1년을 평가해달라는 요청에 남 청장은 "취임 후 지금까지 청주 물난리, 북한 핵실험 인공지진, 포항 지진, 올해 폭염까지 다사다난했다"며 "그만큼 국민의 칭찬과 질책을 받은 적도 많았다"고 말했다. 이어 "기상청은 국민의 입에 오르내리지 않으면 역할을 잘하고 있는 것이니만큼 묵묵히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노력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했다.

■ 남재철 청장은…

1983년 서울대 농학과 졸업 후 서울대 기상학 석사와 영국 레딩대 기상학 박사, 서울대 대기과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90년 남극 세종과학기지 연구원으로 기상청에 들어와 기상연구소 예보연구실장과 기상산업정보화국장, 수도권기상청장 등을 거쳤다. 2017년부터 12대 기상청장으로 재임하고 있다.

[류영욱 기자 / 사진 = 이승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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