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컵 제대로 씻었겠나".. 머그잔에 빨대 꽂아 마시는 사람들

김병덕 2018. 8. 15.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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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그잔에는 립스틱 자국 환경보호 취지 공감하지만 매장직원들은 일늘어 부담
일회용컵 사용금지가 바꾼 커피매장 풍경

#.직장인 A씨(38)는 점심식사 후 커피전문점에서 커피를 마시려다 기분이 확 상했다. 커피를 담은 머그잔에서 비린내 같은 냄새가 났기 때문. 어릴 때 집에서 식당을 했다는 A씨는 "손님들이 밀려들면 제대로 세척을 못할 수밖에 없다"면서 "냄새를 맡지 않고 그냥 마셔버렸다"고 전했다.

이달부터 매장 내에서 일회용컵 사용 때 과태료가 부과되면서 스타벅스를 비롯한 주요 커피숍 매장에서 머그잔에 음료를 마시는 모습을 흔하게 발견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새로운 풍경도 나타났다. 머그잔에 그대로 마시는 게 아니라 일회용 컵에 쓰던 빨대로 음료를 마시는 모습이다. 세척이 제대로 됐겠느냐는 불신 때문에 생긴 진풍경이다.

광화문에 직장이 있는 B씨(30)는 "점심시간이면 커피 전문점마다 손님들로 꽉 차는데 결국 짧은 시간에 머그잔을 씻어서 재사용하지 않겠느냐"면서 "주문을 받고, 커피를 만드는 것만도 벅차 보이는데 머그잔을 얼마나 깨끗이 씻을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머그잔에서 립스틱 자국을 발견하기도 했다고. B씨는 "립스틱 자국을 발견한 뒤부터는 도저히 머그잔에 입을 대지 못했다"면서 "요즘에는 머그잔을 받더라도 빨대로 음료를 마신다"고 했다.

■머그컵에 빨대 꽂아 마셔

머그잔이 모자라 과일주스 병에 음료를 담아주는 경우도 있다. 여의도의 한 커피매장의 경우 준비된 머그잔을 다 사용하고 나면 과일주스 병에 커피를 담아 주는데 빨대를 꽂아서 제공한다. 과일주스 병에 음료를 받은 직장인 C씨(28)는 "과일주스 병은 그냥 봐도 세척하기에 어려울 것 같다"면서 "빨대가 없으면 남들이 입에 댄 부분을 재사용하는 느낌이 들 것 같았다"고 전했다.

C씨는 "머그컵을 재활용하더라도 자주 삶아야 냄새가 나지 않는데 일반 커피매장에서 그렇게 하겠느냐"면서 "커피 전문점에서 담아주는 머그컵에는 제대로 씻겨지지 않아 비린내가 종종 난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렇다 보니 일회용 컵 사용에 눈치를 보지 않고 가성비도 높은 편의점 커피로 갈아타는 커피 마니아들도 늘고 있다. 한 대기업 계열 편의점의 경우 1300만원에 달하는 스위스제 커피머신을 비치해 고급 커피숍 못지 않다는 평가다.

한편 머그컵에 빨대를 사용하는 모습에 대해 지나치게 예민한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50대 여의도 직장인 D씨는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자고 머그컵을 사용하도록 하는 것인데 일회용컵에 쓰는 빨대로 먹으면 의미가 퇴색되는 것 아니냐"면서 "지나치게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어 "집 밖의 식당에서 먹는 식기들도 모두 머그잔처럼 씻어서 식탁에 올라온다"면서 "음료매장에서도 달라진 환경에 적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직원도 설거지 늘어 힘겨워

커피전문점에서 일하는 이들도 혼란스럽긴 마찬가지다. 갑작스러운 변화에 늘어난 일거리, 특히 고객에게 일일이 설명하고 대응하느라 혼이 나갈 것 같다는 하소연도 있다. 광화문의 한 프랜차이즈 커피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E씨(25)는 "환경 보호를 위해 일회용을 줄여야 한다는 취지에는 적극 공감한다"면서도 "하는 일이 몇 배가 힘들어진 것은 사실"이라고 털어놨다.

일회용을 요구하는 고객들의 화풀이는 고역이다. E씨는 "매장 내에 일회용컵 사용 금지 정책이 시행된 지 열흘 정도 되면서 많이 나아졌지만 그래도 막무가내로 요구하는 고객이 제법 있다"며 "그럴 경우 어쩔 수 없이 일회용 컵을 내어드렸다가 매장 매니저에게 혼난 경험도 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특히 점심 시간 등 손님이 몰리면 설거지를 해야할 컵들이 순식간에 산더미 같이 쌓인다. 또 다른 프랜차이즈 커피점의 매니저는 "점심 시간은 원래 눈코 뜰새 없이 바빴는데 설거지까지 더해지면서 말 그대로 매장 조리실은 아비규환"이라고 말했다. "정신없는 와중에 '컵이 제대로 안 씻겼다' '냄새난다'는 불평에 심지어 개인용 텀블러를 씻어달라는 주문까지 더해지면 솔직히 너무한다는 생각도 든다"고 토로했다.

cynical73@fnnews.com 김병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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