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이 피자 배달..생활 속에 스며드는 푸드테크

이재은 기자 2018. 8. 15.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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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문하신 음식을 가져왔어요!”

서빙 로봇 ‘딜리’가 주문한 피자를 5번 테이블로 가져온 모습. 딜리는 본체 상단의 쟁반을 통해 한 번에 최대 22kg 중량의 음식을 나를 수 있다. / 이재은 기자

지난 13일 저녁 먹으러 온 중고생으로 붐비던 피자헛 목동중앙점. 종업원이 피자를 들고 나타났다. 그런데 이 종업원은 사람이 아니다. 이날 분주하게 테이블을 오가며 음식을 나른 종업원은 서빙 전용 자율주행 로봇 ‘딜리 플레이트(이하 딜리)’다. 딜리는 19일까지 피자헛 목동중앙점에서 종업원 대신 서빙을 담당한다.

이날 계산대에서 피자를 주문한 뒤 5번이라고 적힌 테이블에 자리잡고 앉았다. 딜리는 주문이 들어가면 사전에 입력된 위치로 최적의 경로를 찾아 음식을 배송한다. 목동중앙점에는 테이블이 12개 있는데, 각 테이블의 위치가 딜리의 시스템에 사전 입력된 것이다.

주문한지 15분 정도 지나자 종업원이 갓 구운 피자를 딜리 본체 상단의 쟁반 위해 얹었다. 딜리는 바퀴로 천천히 이동해 5번 테이블 앞에 멈춰서서 “주문하신 음식을 가져왔어요”라고 알렸다. 음식을 가져가지 않고 뜸을 들이자 딜리는 “음식을 받아주세요”라고 재차 안내했다. 피자를 테이블로 옮기자 딜리는 “맛있게 드세요”라는 인사와 함께 처음에 서 있던 자리로 돌아갔다.

오후 6시부터 1시간 동안 딜리가 서빙하는 모습을 지켜본 결과, 딜리는 실수 없이 음식을 테이블마다 배달했다. 서빙 도중 사람을 마주치면 잠깐 멈추거나 피하기도 했다. 이따금 피자를 먹던 10대 학생들이 “딜리 접시를 가져다줘” 같은 명령을 내리기도 했지만, 딜리는 충실히 음식을 나르는 일만 수행했다. 딜리를 개발한 우아한형제들 관계자는 “아직 음성인식이 가능한 단계는 아니다”면서 “딜리는 공간 데이터 수집 센서와 3D 카메라를 사용해 정교한 주행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딜리는 1시간 동안 한 번 오작동했는데, 직원이 테이블 번호를 잘못 입력한 탓이었다. 10번 테이블에 샐러드를 배송하는 과정에서 딜리가 갑자기 2번 테이블 앞에 서는 바람에 종업원이 음식을 대신 전달했다. 피자헛 종업원은 “직원이 테이블 번호를 잘못 입력해서 생긴 실수”라고 설명했다.

미국 햄버거 체인 캘리버거 매장에 배치된 로봇 '플리피'. / 미소 로보틱스 제공

지난 6일 시범 운영을 시작한 이후 딜리의 하루 평균 서빙 건수는 80~100건에 달했다. 우아한형제들 측은 “딜리 시범 운영에 따른 결과를 분석하고 개선점을 찾아 반영한 뒤 패밀리 레스토랑, 음식점 등에 딜리를 상용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로봇이 햄버거 굽고 커피 내리고…식품업계 푸드테크 투자 활발

배달의 민족과 피자헛처럼 식품업계가 ‘푸드테크(food tech)’에 투자하고 있다. 푸드테크란 식품 제조와 유통, 서비스에 기술을 접목한 것으로, 세계 곳곳에서 신산업으로 주목받고 있다. 스스로 커피를 타는 인공지능(AI) 바리스타, 로봇 요리사, 첨단 기술로 만든 대체음식, 3D 프린팅 기술을 활용한 식자재 생산 등 다양하다. 미국에서는 햄버거 체인점 캘리버거가 피자 굽는 로봇 ‘플리피’를 도입하고 푸드테크 스타트업 ‘임파서블 푸드’가 식물에서 추출한 단백질 원료로 고기를 만드는 등 변화를 이끌고 있다.

국내에선 푸드테크가 배달의 민족 등 스타트업을 중심으로 성장해왔으나, 최근에는 대기업부터 프랜차이즈 업계까지 참여하는 추세다. 최저임금 인상 등에 따른 비용을 절감하고, 경쟁이 치열한 식품업계에서 새로운 트렌드를 빨리 파악하기 위한 전략으로 보인다.

지난 3월 SK증권 6층 카페테리아에 들어선 비트 / 달콤커피 제공

달콤커피는 올해 초 로봇카페 ‘비트’ 선보였다. 이 카페에는 주문을 받는 직원도, 커피를 만드는 바리스타도 없다. 앱으로 주문을 하면 아메리카노를 포함한 14가지 음료를 로봇이 직접 제조한다.

로봇 바리스타는 하루에 300여잔의 커피를 내리며, 커피 한 잔을 만드는 데 1분이 채 걸리지 않는다. 현재 인천공항 제2여객터미널 동관과 서관, 서울 여의도 SK증권 본사 등에 입점한 상태다. 달콤커피 관계자는 “고정비를 절감하고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면서 “올해 100여곳에 입점하는 게 목표”라고 했다.

롯데제과(280360)는 식품 트렌드를 미리 예측할 수 있는 AI 시스템 ‘엘시아’를 개발했다. 엘시아는 수천만 건의 소셜 데이터, 결제용단말기(POS) 판매 정보, 날씨, 연령, 지역별 소비 흐름 등 정보를 취합해 미래 트렌드를 분석한다.

민명기 롯데제과 대표이사는 “식품 시장에서 유행 확산 속도는 빨라지는 한편 지속 기간은 점차 짧아지는 추세다”라면서 “50년 후에도 시장을 주도할 수 있도록 AI를 업무에 활용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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