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거인들에 맞아 죽은 군산 20대 여성, 성폭행도 당했나

김준희 입력 2018. 8. 15. 15:28 수정 2018. 8. 15. 1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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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아직까지 확인된 사실 없어"
사인 두고 동거인간 책임 떠넘기기
성폭력 이미지. [사진 픽사베이]
원룸에 함께 살던 동거인들에게 집단 폭행을 당해 숨진 20대 여성이 "생전에 성폭행을 당했다"는 주장이 나와 경찰이 사실 여부를 확인 중이다.

전북 군산경찰서는 15일 "사건 당시 남녀가 한 방에 살았기 때문에 피해 여성에 대한 성폭행 여부도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참고인 진술 중 비슷한 내용이 있지만, 아직 확인된 사실은 아무것도 없다"고 했다.

경찰은 지난 13일 원룸에 같이 살던 20대 여성을 폭행해 숨지게 한 뒤 시신을 암매장한 혐의(살인)로 A씨(23) 등 20대 남녀 5명을 구속했다. A씨 등은 지난 5월 12일 오전 9시쯤 군산시 소룡동 한 원룸에서 B씨(23·여)를 손과 발로 5~10분간 수차례 때려 살해하고 시신을 야산에 묻은 혐의다.

황인택 군산경찰서 형사과장이 지난 13일 전북경찰청 브리핑룸에서 '원룸 여성 살해·암매장 사건'에 대해 브리핑하고 있다. 김준희 기자
A씨 등은 B씨가 숨지자 범행 당일 원룸에서 20㎞ 떨어진 나포면 야산에 시신을 묻었다. 그리고 지난달 말 다시 시신을 최초 암매장지에서 20㎞ 떨어진 옥산면 들판에 옮겨 묻었다. 비 때문에 암매장지가 드러날 것을 우려해서다. 경찰은 사건 발생 석 달 만인 지난 10일 여행용 가방 안에 김장용 비닐에 싸인 B씨 시신을 수습했다. B씨 부모는 지난 3월과 4월 두 차례 경찰에 가출 신고를 했지만, 딸은 끝내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경찰은 숨진 B씨가 군산에 살던 석 달 동안 구속된 A씨 등 5명 말고도 10여 명이 원룸을 드나든 정황을 확인했다. A씨 등은 애초 군산시 지곡동 원룸에 살다 소룡동으로 이사했다. 경찰은 원룸에 드나들던 이들 중 일부도 B씨를 폭행한 것으로 보고 있다. 황인택 군산경찰서 형사과장은 "수사 상황에 따라 피의자는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애초 1차 경찰 조사에서 폭행과 살인은 동갑내기 남성인 A씨와 C씨만 가담하고, 범행 현장인 작은방에 있던 A씨 여자 친구 D씨(23·여)는 방관한 것으로 파악됐다. 원룸은 방 2개, 거실 1개가 있는 '투룸 구조'로 당시 실제 임차인인 E씨(26)와 F씨(여·23) 부부는 안방에서 자고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B씨 사망 원인에 대한 직접적 책임을 두고 동거인끼리 서로 책임을 떠넘기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학대 이미지. [중앙포토]
A씨 등은 경찰에서 "B씨가 생활비를 안 내는 대신 집안일을 하기로 했는데 청소와 설거지 등을 제대로 안 해 서로 말다툼 끝에 살해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경찰은 B씨가 범행 당일 폭행으로 숨졌는지, 아니면 동거인들의 지속적인 폭행과 가혹 행위 때문에 숨졌는지 조사하고 있다. 사인을 밝힐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부검 결과는 아직 안 나왔다.

B씨는 지난 3월 고향(정읍) 친구 F씨의 권유로 원룸에 함께 살기 시작했다. A씨 등 나머지 동거인들도 "동거인을 구한다"는 F씨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글을 보고 비슷한 시기 원룸에 합류했다. 경찰은 이들이 인터넷에서 중고 물품 사기를 도모할 목적으로 원룸에 모여 산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무직인 B씨를 제외한 나머지 동거인들은 대부분 노래방 웨이터나 도우미로 일했다. 경찰 안팎에선 "이들이 유흥업소에 도우미를 공급하는 속칭 '보도방'을 운영했다"는 의혹도 나왔다. 하지만 경찰은 "전혀 확인되지 않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B씨가 지적장애를 앓았다" "시신에 황산을 뿌렸다"는 주장도 사실 여부를 확인 중이다.

군산=김준희 기자 kim.ju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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