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촌 '궁중족발' 건물주 "나는 인민재판 받고 있다"
건물주 이씨는 중앙일보와 수차례 전화 통화를 통해 “피해자인 내가 인민재판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이 정한 계약갱신 5년 만료 후 “합법적으로 (임차인에게) 나가라”고 했는데, 여론은 자신을 ‘악덕 임대업자’로 취급한다고 항변했다. 명도소송에서 승소한 이후 법적 절차에 따라 강제집행을 했을 뿐이라는 것이다.
이씨는 “그쪽(임차인)에서 국민참여재판을 신청했다는데 잘 됐다. 검사가 제사한 증거들을 보고 일반국민 배심원이 어떻게 판단할 지 (나도) 궁금하다”고 말했다. 이어 ‘궁중족발사건’은 “법을 지키지 않는 임차인의 불법 점유에서 시작됐다”며 “경찰이 (김씨를) 중간에 잡아갔으면 벌금형으로 끝났을 일”이라고 주장했다.
Q : 태성빌딩(궁중족발이 있던 3층 건물)을 48억원에 매입해 최근 70억원에 내놓았다는 게 맞나.
A : “얼마에 샀는지 기억이 안 난다. 근데 그게 왜 궁금하나. 내가 건물을 얼마에 사든, 얼마에 내놓든 그게 무슨 상관인가. 20년 동안 임대업을 하면서 한 번도 건물을 되팔 목적으로 사지 않았다. 그 건물도 개축후 세를 놓으려고 매입한 것이다.”
Q : 매입 후 월세를 4배 올렸다는 얘기가 있다
A : “임대료는 훨씬 뒤에 나온 얘기고, 처음엔 ‘나가라’고 했다. 그 이후에 월 700만~800만원 주고 들어온다는 사람이 나타나서 1000만원 얘기는 한 적이 있다. 사람들이 잘 모르면서 이러쿵저러쿵 하는데, 월세 1200만원은 있지도 않은 얘기다. 지금 문제의 핵심은 그게 아니다.”
Q : 그렇다면 ‘궁중족발사건’ 문제의 핵심은
A : “임차인을 포함해 맘상모(맘 편히 장사하고픈 상인모임)가 법을 지키지 않고 무력시위를 한 것이다. 지난해 10월 명도소송 승소 후 11월 집행에 성공했다. 하지만 (임차인) 김씨와 맘상모가 다시 뚫고 들어왔다. 사인 간의 분쟁을 해결하는 법원의 판결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억지를 펴고 무력을 쓰는 게 맞나. 법을 인정했으면 벌써 해결됐을 일이다. 대한민국은 3심제를 거치고도 인민재판을 한 번 더 받아야 하는 나라인가.”
Q : 임대차 계약에서 아무래도 임차인이 약자라고 보기 때문 아니겠나. 그래서 상가임대차보호법 개정이 논의되고 있는 것 아닌가.
A : “누가 약자인가. 임차인을 일방적으로 약자라고 볼 수 있나. 상가임대차보호법도 계약을 5년에서 10년으로 연장한다고 하는데, 결국 부담은 임차인에게 돌아가게 돼 있다. 10년 동안 임차인을 내보내지 못한다고 하면 건물주는 계약 기간 10년을 고려한 임대차 계약을 맺으려 할 것이다. 또 임대인이 임차인에게 권리금을 보상해줘야 한다고 하는데, 임대인이 바보가 아닌 이상 애초 임차인에게 내줄 권리금을 계산해서 받아내려고 할 것이다. 결국 임대료 인상만 부추길 뿐이다.”
지난 2016년 1월 건물 매입 이후 2년 넘게 이 씨를 지켜본 주변 서촌 상인들은 이 씨를 “프로 임대업자”라고 말했다. 인근 부동산에 따르면 이 씨는 태성빌딩을 48억원에 매입했는데 최근 70억원에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매매가 이뤄진다면 2년 만에 수십억 원의 시세차익을 거두는 셈이다. 또 상인들은 이씨에 대해 “독특한 건물주”라고 평했다. 인근 상인 곽모씨는 “중재를 하러 간 한 지인이 (건물주에게) 욕만 먹고 왔다고 하더라”고 했다. 또 다른 상인 유모씨는 “이전에 서촌에서 보던 건물주는 아니다”고 말했다.
이씨는 궁중족발이 있던 태성빌딩 말고도 빌딩을 여러 개 소유한 수백억원대 자산가로 알려져 있다. 또 임대업을 하기 전엔 가구 수입업자로 일했다.
김영주 기자 humanes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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