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황정민이야?" 피로감 호소하는 관객들, 그럼에도
[오마이뉴스 김종성 기자]
▲ 영화 <공작> 포스터. |
ⓒ CJ엔터테인먼트 |
<공작>이 흥행에 시동을 걸면서 '한국영화에는 황정민밖에 없냐?'는 말이 다시 나오기 시작했다. 언뜻 칭찬처럼 들린다. 그만큼의 지분을 가지고 있거나 대표성을 지니고 있다는 말이니까. 그러나 저 말에는 노골적인 불만이 섞여 있다. '왜 이렇게 자주 나오느냐?'라는 불평, 실상 야유에 가깝다. 사실일까? 절반은 그렇다. 황정민의 필모그래피를 보면, 그가 쉼없이 일을 해왔다는 걸 알 수 있다. 2000년대 들어 황정민은 한 해도 쉬지 않았다.
▲ 영화 <공작> 스틸 컷. |
ⓒ CJ엔터테인먼트 |
황정민은 2014년 겨울 개봉한 <국제시장>으로 천만 관객(14,262,766명)을 돌파하면서 명실공히 최고의 흥행배우로 확고히 자리잡았다. 그 후 찬란한 '황정민 전성시대'가 펼쳐지는데, 그는 2015년에 <베테랑>으로 또 한번 천만 관객(13,414,200명)을 돌파하는 기염을 토했다. 그리고 같은 해 <히말라야>(7,759,761명)도 흥행에 성공하며 관객들에게 황정민이라는 이름을 확실히 각인시켰다.
주마가편이라고 했던가. 공교롭게도 2016년에는 그가 출연한 영화가 무려 3편이나 개봉했다. <검사외전>(9,707,581명)부터 <곡성>(6,879,989명), <아수라>(2,594,420명)까지 영화 관객의 입장에선 '또, 황정민이야?'라는 말이 나올 법 했다. 세 영화 중 가장 성적이 저조했던 게 250만 명의 <아수라>였던 점을 고려하면 2014년부터 2016년까지 영화관에서 황정민을 피해가는 건 불가능한 일이었다.
단순히 출연 빈도 때문이었을까? (솔직히 좀 심하긴 했다.) 그렇지만 '또, 황정민이야?'라는 볼멘소리의 원인이 단지 그것뿐일까? 어쩌면 트레이드 마크처럼 굳어진 '황정민표 연기(휴머니즘 혹은 눈물을 짜내는 신파)'에 대한 식상함이 존재했던 건 아닐까? 실제로 황정민에게는 연기톤이 매번 반복된다는 지적이 꼬리표처럼 따라다닌다. 익숙해지면 당연히 식상해지기 마련이다.
▲ 영화 <공작>의 한 장면. |
ⓒ CJ 엔터테인먼트 |
문제가 아닐 뿐더러 이른바 '황정민표 연기'도 <국제시장>과 <히말라야>를 제외하면 그다지 두드러지지 않았다. <군함도>의 경우, 부성애가 강조되는 신파적 요소가 있었으나 그가 연기한 이강옥은 일제에 의해 강제징용 당한 후 살아남기 위해 무슨 짓이든 하는 간사한 캐릭터로 입체적인 인물이었다.
<아수라>에서는 정경유착의 끝판왕인 악덕 시장인 박성배를 통해 악역의 진수를 선보였다. 소름이 돋는 살벌한 연기였다. 외지인인 무속인 일광을 연기했던 <곡성>에서 황정민은 실제로 접신을 한 듯한 놀라운 연기를 펼쳐 보였다. 황정민만이 할 수 있는 몰입도 높은 연기였다. 이처럼 황정민은 다양한 작품과 캐릭터를 통해 꾸준히 변신을 꾀했다. 그 작품들이 죄다 흥행했던 건 관객들의 인정이 있었기에 가능하지 않았을까?
<공작>의 황정민도 마찬가지다. 그는 실존인물인 북파 공작원 흑금성 박채서(극중 배역 이름은 박석영)를 연기했는데, 특유의 생동감 있는 인물 묘사를 통해 관객들에게 캐릭터(뿐만 아니라 이야기)를 빠르게 인지시킨다. <공작>은 정치적인 요소가 짙어 다소 복잡하게 느껴질 수 있는 영화이지만, 황정민이라는 '익숙함'이 관객과 영화의 거리감을 대폭 줄여 놓는다. 관객들은 무리없이 <공작>의 '공작' 속에 빠져들게 된다.
이상하게도 그가 연기하는 배역들은 놀라울 정도로 사실적으로 와닿는다. 그 현실감이야말로 황정민이라는 배우의 힘이라는 생각이 든다.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인가. 우리가 황정민이라는 배우를 가졌다는 사실 말이다. 씁쓸한 역사의 한 페이지를 짊어지고 1년 만에 돌아온 황정민, '한국영화에는 황정민밖에 없냐?'는 비난은 온당할까? 오히려 꾸준히 관객들을 찾아오는 그의 성실함을 칭찬해야 하지 않을까.
본업인 연기에 집중하기보다 광고를 찍는 데 급급한 'CF 배우'들에 비해 황정민의 행보는 얼마나 칭찬할 만한가? 오히려 연기에 대한 그의 열정을 격려하고 북돋아줘야 하지 않을까? 황정민이 앞으로도 계속해서 지금의 열정을 잃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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