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시멘트업계 인수·합병(M&A) 움직임에서 한발 비켜나 있던 성신양회가 한라그룹 계열사인 레미콘 제조·판매업체 한라엔컴 인수를 추진하며 재도약에 나선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성신양회와 BCH페레그린인베스트먼트 컨소시엄이 한라엔컴 지분 85%를 556억원에 인수하는 주식매매 계약 체결이 임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한라는 이날 공시를 통해 재무 안정성 개선과 신규 사업 투자 재원 확보를 위한 매각이라고 처분 목적을 밝혔다.
업계에서는 성신양회가 이번 인수를 통해 시멘트에서 레미콘까지 수직계열화를 달성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성신양회는 세종시와 충북 단양에 공장이 있으며 한라엔컴은 레미콘 생산설비 절반 이상이 충청 지역에 자리 잡고 있다. 따라서 충청권을 기반으로 시너지 효과를 누릴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라엔컴과 성신양회는 작년 기준 업체별 레미콘 출하량에서 각각 7위(344만㎥)와 8위(191만㎥)를 기록했다. 성신양회는 한라엔컴 인수를 통해 레미콘 출하량 535만㎥를 달성할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되면 삼표(759만㎥), 유진기업(750만㎥)에 이어 업계 3위로 치고 올라가게 되며 쌍용레미콘(534만㎥)을 근소하게 앞지를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연이은 M&A로 경쟁사와 비교해 시장점유율 면에서 입지가 좁아진 성신양회가 이번 인수로 재도약 발판을 마련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시멘트업계는 지난해 M&A로 큰 지각변동을 겪었다. 6월 쌍용양회가 대한시멘트를 인수한 것을 시작으로 한일시멘트가 현대시멘트를 인수했다. 이어 아세아시멘트가 한라시멘트 인수 계약을 체결했다. 몸집 불리기에 나선 경쟁사와 달리 성신양회는 M&A에서 좀처럼 나서지 못했다.
성신양회는 1986년 진성레미콘 부천 공장을 인수하며 레미콘 사업을 시작해 1998년 아예 진성레미콘을 M&A하고 레미콘 사업을 크게 키웠다. 성신양회가 레미콘 사업을 본격 육성하면서 2006년 한 해에만 충남 아산, 충북 양성·주덕·충주, 경기 용인 등 레미콘 공장 5곳을 인수했다. 2009년 매출이 2000억원에 육박할 정도로 레미콘 사업을 키웠다. 그러나 탄탄대로를 달리던 사업은 정부의 부동산 규제 강화, 유연탄 가격 상승 등으로 점차 내리막길을 걸었다. 여기에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등 대외 악재가 겹쳤다. 레미콘 부문 실적이 악화됐고 성신양회는 10곳에 달하던 생산공장을 경기 구리, 파주, 용인, 세종만 남기고 모두 정리했다. 이후 다시 반등에 성공했지만 경쟁사에 비해 큰 이익을 내지 못한다는 점이 항상 부담으로 작용했고 이번 M&A 추진으로 '승부수'를 던졌다는 해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