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정 무죄' 들끓는 분노 "온 국가가 가만히 있으라 한다"

2018. 8. 14.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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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보한 판결" "사법기관이 가해자 편" 비판 목소리 거세
SNS 통해 '#우리는김지은을지지합니다' 해시태그 운동도
오늘 저녁 7시, 서울서부지방법원 앞에서 규탄행동 예정

[한겨레]

비서에 대한 성폭력 혐의로 기소된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14일 오전 서울서부지법에서 1심 무죄를 선고받은 뒤 법정을 나오고 있다.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14일 정무비서를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된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가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자 여성계와 누리꾼들을 중심으로 거센 반발이 제기되고 있다. (▶관련 기사 : 안희정 ‘비서 성폭행 혐의’ 무죄…법원 “업무상 위력 없어”) 일부 시민들은 이날 저녁 7시 서울 서부지방법원 앞에서 재판부를 규탄하는 항의 행동을 벌일 예정이다.

서울서부지법 형사 11부(재판장 조병구)는 이날 오전 10시30분부터 진행된 선고공판에서 “피고인이 위력을 행사하여 피해자의 자유의사를 제압한 후 간음 및 추행행위를 저질렀다고 볼만한 증거가 부족하다”며 안 전 지사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누리꾼들은 “(이번 판결로) 앞으로 (성폭력) 피해 여성들이 더 입을 닫게 됐다”며 재판부의 선고를 거세게 비판했다. 특히 재판부가 선고문에서 “현재 우리 성폭력 범죄의 처벌 체계 하에서 이러한 사정만으로 피고인의 행위가 처벌의 대상이 되는 성폭력 범죄라고 볼 수도 없다”, “상대방이 부동의 의사를 표명했는데 성관계로 나아간 경우에 이를 강간으로 처벌하는 체계, 혹은 상대방의 명시적이고 적극적인 성관계 동의 의사가 있어야 하고 그렇지 않은 경우 성관계로 나아가면 이를 강간으로 처벌하는 체계를 도입할 것인지 여부는 입법 정책적 문제”라고 명시한 것을 거론하며 재판부가 성폭력 판단에 대한 책임을 사회에 떠넘겼다는 비판도 나왔다.

한 누리꾼(@Man**********)은 이같은 선고문을 인용하며 “현재 우리나라 성폭력 범죄 처벌 체계가 얼마나 편향적인지를 단적으로 나타내는 판결 이유”라며 “미투로 인해 각 사회와 직장 등에서 성감수성에 대해 재교육하고 조심하게 하는 등의 분위기가 형성됐었는데 판결이 이렇게 나오면 사회가 변하겠나. 예전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지적했다. 녹색당의 신지예 전 서울시장 후보도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사법기관이 가해자 편이고 가해자가 당당한 나라, 한국”이라며 “(재판부는) 위계에 의한 성폭력 자체를 인정하지 않았다. 사법기관과 국회가 적폐”라고 비판했다.

또 재판부가 “피고인이 유력 정치인이고 차기 유력 대권주자로 거명되고 있는 지위 및 도지사로서 별정직 공무원인 피해자의 임면 등 권한을 가지고 있는 점을 본다면 이는 위력에 의한 간음, 추행죄에서 위력에 해당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면서도 “피해자의 자유의사를 제압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위력’의 의미를 좁게 해석한 점에 대해서도 항의가 이어졌다. 누리꾼들은 “피해자가 저항하다가 목숨 정도는 잃어야 위력이라고 판단하는 건가”(@ima******), “위력이 법원에서 얼마나 자의적으로 해석되는지 오늘 아주 적나라하게 나와버렸다”(@gn****), “위력이 총칼과 완력을 앞세운 물리적 폭력만을 의미한다는 질 낮은 해석”(@dre***********)이라고 지적했다.

이밖에도 “안희정의 무죄 판결은, 곧 대한민국에서 간신히 비명을 내지른 피해자들에게 ‘너희는 결국 사람으로서 살지 못한단다’라고 비웃듯 던지는 선전포고와 같다. 억장이 무너진다”(@dob************) 등 재판부를 규탄하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안희정 무죄 판결은 이 나라에서 돈도 없고 빽도 없는 여자는 그냥 기득권 남성에게 얌전히 성추행, 성폭행이나 당하고 입 닥치고 살라는 이 사회와 남성들의 암묵적인 협박”(@Bad*******)

“국가, 사법부, 경찰, 조직 모두가 공범이다”(@cyn*****)

“안희정 덕분에 위계에 의한 성범죄는 무죄라는 좋은 선례를 남겼고 앞으로 더 많은 피해 여성들이 입을 닫게 되겠다. 피해자의 입을 막아버리는 아름다운 대한민국”(@hol**********)

“여성인권이 사법권력에 의해 사망하다. 비참하다”(@yyi******)

“여성 가해자를 향한 법의 엄격한 단죄는 여성들의 운신을 제한할 것이고 법이 남성 가해자에게 베푸는 아량은 남성들에게 더 많은 용기와 자유를 허락할 것”(@tae*****)

“사회생활하면서 성추행, 성희롱 안 당해본 여성이 몇이나 될까. 이제야 목소리 내서 기준선 좀 제대로 올리자는데 이렇게 온 국가가 나서서 가만히 있으라 한다”(@ope**********)

김지은 전 정무비서를 지지하는 목소리도 꾸준히 올라오고 있다. 트위터에는 “끝없는 지지를 보낼 것”이라며 “#우리는김지은을지지합니다”, “#김지은씨를_지지합니다”, “#위력에_의한_성폭력”, “#피해자는_일상으로”, “#가해자는_감옥으로” 등의 해시태그 운동도 함께 일어나고 있다. 이번 판결에 분노한 시민들은 이날 저녁 7시 서울서부지방법원 앞에선 긴급규탄행동을 벌일 예정이다.

트위터 갈무리

한편, 안희정성폭력사건공동대책위원회는 이날 공판이 끝난 뒤 1심 판결을 규탄하는 성명을 냈다. 공대위는 “성폭력사건의 강력한 증거인 피해자의 진술 신빙성을 부정하고 여전히 업무상 위력에 대한 판단을 엄격하고 좁게 해석했다”며 “성폭력이 일어난 그때, 그 공간에서의 유형력 행사에만 초점을 맞춘 좁은 해석과 판단은 강간에 대해 성적 자기결정권을 행사할 수 없었던 상황을 두루 살피는 최근 대법원 판례의 흐름조차 따라가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온갖 유형력, 무형력을 행사하며 괴롭히는 상사들은 이제 ‘허용 면허’를 갖게 된 것인가? 어떻게 하면 성폭력으로 고발되지 않고, 고발된다 하더라도 빠져나갈 수 있는지 ‘매뉴얼’을 갖게 된 것인가? 왜 권력을 가진 가해자의 횡포를 묵인하는가? 피해자의 인권회복을 최소한의 사회적 책임은 무엇인가? 법은 미세한 힘, 권력, 지시, 조종을 읽어낼 수 없는가?”라고 반문했다.

박다해 기자 doal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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