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게 홍렬이~ 자네 요즘 1인 방송에 빠졌더군"

이해인 기자 입력 2018. 8. 14.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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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견 연예인 소셜미디어 열풍

"고양이가 열일곱 살이면 사람 나이로 여든넷. '야옹' 할 때마다 저한테 '여보게 홍렬이~'라고 부르는 것 같아요."

개그맨 이홍렬(64)은 두 달 전 유튜브로 '냥방(고양이 방송)'을 시작했다. 그가 17년 동안 키운 고양이 '풀벌(fur ball)'의 이야기다. 노화로 인해 제대로 걸을 수도 없는 늙은 고양이를 찍은 영상 편집은 촌스럽고 엉성하지만 나름 팬들 사이에선 소소하게 인기를 끌고 있다. 이홍렬은 "제대로 된 카메라도 없이 스마트폰으로 영상을 찍고 직접 편집해 자막을 달고 있다"며 "2분짜리 영상을 만드는 데 꼬박 5시간이 걸리지만 재밌으니까 한다"고 했다. 고양이 풀벌 다음으로 진돗개 '사월이'와 '개방(개 방송)'도 기획하고 있다.

개그맨 이홍렬이 운영하고 있는 유튜브 채널.

백세 시대. 이홍렬을 비롯해 배우 신구(82), 개그맨 이경규(58) 등 50~80대 중견 연예인들이 소셜미디어에 뛰어들었다. 젊은 세대의 전유물이라고 여겨지던 유튜브, 인스타그램 등에 도전장을 내민 것. 작품 홍보, 팬과의 소통 등 저마다 이유는 다양하지만 "촌스러운 게 매력" "어르신들의 색다른 모습이 신선하다"는 반응을 이끌어내며 화제가 되고 있다.

80대 배우 신구는 올 초 인스타그램 계정을 열었다. '신구 인스타그램 오픈'이라고 적은 팻말을 들고 카메라 앞에 앉았다. 이 사진은 '좋아요'만 2만개를 기록했다. '저도 이런 때가 있었네요'라며 올린 젊은 시절 사진에는 "구야형 리즈(황금기를 뜻함) 시절" 등 댓글 500여 개가 달렸다. 배우 박인환(73), 임현식(73) 등 동료들과 함께 찍은 사진도 올려 '할벤져스'라는 별명도 얻었다. 신구는 "영화 제작사의 도움으로 시작했는데 젊은 친구들 사이에서 반응이 좋은 것 같다"고 했다.

개그맨 이경규는 지난 5월 자신의 인스타그램에‘대부 이경규~’라는 제목의 장난스러운 사진을 올렸다(왼쪽부터). 배우 박준금은 동료 배우들과 벽화를 그린 뒤 기념사진을 찍어 공개했다. 가수 태진아는‘워너원’멤버 황민현의 배너를 들고 찍은 사진을 업로드해 하루 만에 500개 넘는‘좋아요’를 받았다. /이경규·박준금·태진아 인스타그램

개그맨 이경규(58)도 인스타그램을 시작했다. 게시물마다 '안뇽 경규예요'라는 인사말로 시작해 사진마다 재치 있는 제목을 붙인다. 정장을 입고 찍은 사진에는 '조지 규루니', 콧수염을 붙이고 찍은 사진에는 '대부 이경규'라고 쓰는 식이다. 연예계에서 소문난 애견인인 만큼 강아지 사진도 자주 올린다. 키우는 반려견이 새끼를 낳은 직후 찍은 사진을 올려 5000개가 넘는 '좋아요'를 받았다.

소셜미디어에서 자식, 후배 덕을 톡톡히 보는 중견 연예인도 있다. 배우 하정우 아버지 김용건(72)이 대표적. 그의 인스타그램엔 '시아버지 인사드리러 왔어요' '아버님, 며느리 ○○○입니다'는 댓글이 폭주했다. 배우 견미리(54) 인스타그램에도 딸인 배우 이유비(28), 이다인(26)과 찍어 올린 사진에 '장모님'이란 댓글이 올라온다. 가수 태진아(65)는 자기 계정에 같은 건물에 소속사가 있는 아이돌 그룹 '워너원' 사진을 자주 올려 워너원 팬들 사이에서 유명하다.

실제로 60대 이상의 소셜미디어 이용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이 지난 6월 발간한 'SNS 이용추이 및 이용행태 분석'에 따르면 60대 이상 소셜미디어 이용률은 2014년 5.1%에서 2017년 12.9%로, 1일 평균 이용시간은 35.8분에서 60분으로 크게 증가했다. 김윤화 부연구위원은 "네이버 밴드, 카카오스토리 등 폐쇄적인 소셜미디어를 이용했던 과거와 달리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등 개방적인 소셜미디어를 이용하는 시니어의 비율이 높아지는 추세"라며 "소셜미디어 소통이 익숙해진 시니어들이 20~30대의 트렌드를 바짝 따라가는 현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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