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복의 인물탐구

1인 경제방송국 운영 윤영무 ‘치킨경제학’ 넘어 ‘은퇴경제학’까지읽음

원희복 선임기자
1인 경제방송 <윤영무 경제학> 운영자 윤영무씨. / 우철훈 선임기자

1인 경제방송 <윤영무 경제학> 운영자 윤영무씨. / 우철훈 선임기자

베이비 붐 세대의 급격한 은퇴는 우리 경제지형을 뒤틀어 놓고 있다. 최근 큰 쟁점이 되고 있는 소득주도 성장 논란의 시작은 5분위 소득자(하위 20%) 소득이 오히려 줄어든 통계에서 비롯됐다. 보수진영은 문재인 정부의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실업 폐해라며 소득주도 성장 정책 폐기를 주장했다. 그러나 통계청의 설명은 65세 이상 연령층이 은퇴하면서 소득이 급격히 준 것이 가장 중요한 이유였다. 이 논쟁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전문가들도 이렇게 헷갈리는데 은퇴 당사자들은 더욱 혼란스럽다. 은퇴자들은 막연히 ‘공기 좋은 곳에서 전원생활을 할 것’ 혹은 ‘요즘 도시락 전문점이 유망하더라’ 그것도 아니면 ‘치킨집이나 하지’라고 말한다. 그러나 자영업체가 세계에서 가장 많지만 그 10개 중 4개가 1년도 못가 문을 닫고, 5년 안에 9개가 망한다. 망한 자영업자는 회복할 수 없는 빈곤층으로 전락하고 최악의 경우 극단적 선택을 하기도 한다. 세계 최고 노인 빈곤율, 노인 자살률이 그걸 보여준다.

은퇴자를 위한 경제 길라잡이

지난 7월 개국한 Naver-TV의 <윤영무 경제학>은 은퇴자를 위한 구체적 노하우를 제공하는 1인 경제방송을 추구한다. 윤영무 BBQ 부사장(62)은 MBC에서 30년 넘게 경제기자를 했다. 그는 은퇴자를 위한 ‘TAN 넷’을 만들어 한동안 운영하기도 했다.

“보통 태어나 20세까지 퍼스트에이지는 교육기간, 20세부터 40세까지 세컨에이지는 사회적응기간, 40~70세 서드에이지는 자아실현기간이라고 한다. 나는 서드의 T, 에이지의 A, 네트워크의 N을 합성해 ‘TAN 넷’이라는 인터넷 웹사이트 방송을 운영했다. ‘탄방송’은 길을 모르는 은퇴자를 위한 길라잡이 방송이었다. 하지만 인터넷 방송인데도 혼자 하기에 워낙 돈이 많이 들어 중단했다. 이번에 회사 도움으로 다시 방송을 시작했다. 첫 프로그램은 치킨으로, 은퇴자들이 많이 하는 치킨 프랜차이즈를 고려했다.”

-이번에 만든 방송은 치킨을 미시경제학으로 풀어보겠다고 했다.

“치킨 프랜차이즈를 하는 은퇴자도 많지만 100개 이상 체인점을 가진 치킨 브랜드가 무려 350개다. 달걀 생산에서부터 치킨 배달까지 치킨 관련 산업은 20조원 시장으로 5만~6만명이 일하고 있다. 많은 치킨업체가 치열하게 경쟁하다보니 우리 치킨산업은 반도체나 아파트 건설만큼 세계적 경쟁력을 갖췄다. 세계적인 미국 치킨업체도 우리나라에서만큼은 맥을 못춘다. 이 치킨산업 세계화만 이뤄지면 어마어마한 자산이 될 것이다. 그런 자산에 대해 그동안 정밀한 연구가 없었다.”

-가장 반응이 좋았던 프로그램은 어떤 것인가.

“치킨의 종류가 600개나 된다는 프로그램이다. 많은 사람들은 ‘그렇게 많은가’라고 놀란다. 보통 치킨 1개 레시피 만드는 데 3억원가량 들고, 닭 1000마리를 튀겨야 한다고 한다. 그 정도로 치킨업계의 경쟁이 치열하다는 얘기다.”

-치킨 세계화에서 가장 걸림돌은 무엇인가.

“동남아에서는 가격대가 안 맞지만, 미국은 배달문화가 발달하지 않고, 가지고 나가는 테이크아웃 문화다. 지난해 뉴욕에 국내업체가 처음 점포를 냈다. 미국은 식품위생에 대한 기준이 매우 엄격해 점포 하나 내는 데 4~5년 걸려 투자비용이 3배 정도가 더 든다.”

-치킨에 대한 정밀취재 결과 치킨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닭은 협회에서 규격화된 것을 구매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기름이다. 과학자와 전문가들을 일일이 찾아 취재한 결과 올리브 기름이 가장 좋다는 결론을 얻었다.”

그의 TV 방송 <윤영무 경제학>은 “기존 언론의 고정된 시각으로는 알릴 수 없는 새로운 정보, 가려진 진실, 그리고 진실과 사실의 차이를 저만의 앵글을 가지고 자유롭게, 구애됨이 없이 알려준다”는 모토를 내걸었다. 그가 이렇게 치킨에 대해 정밀한 취재를 할 수 있었던 것은 기자 시절 <1원의 경제학>이라는 프로그램을 만든 경험 때문이다. 보통 우리나라 사람들은 거대담론을 좋아한다. 특히 기자들이 그렇다. 그러나 이런 거대담론은 보통사람들에게는 피부로 와닿지 않는다. 하지만 그는 체험적 취재를 통해 경제의 작은 부분을 세밀하게 따지는 것이 보통사람들의 실제 생활과 직결된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래서 <1원의 경제학>은 인간의 삶의 문제를 다루는 데 중점을 뒀다는 평가를 받았다.

윤영무씨의 1인방송이 재생중인 네이버 TV 화면

윤영무씨의 1인방송이 재생중인 네이버 TV 화면

인간의 삶을 다루는 <1원의 경제학>

그는 은퇴자들에게 “낭만적 생각에서 벗어나라”고 조언했다.

“은퇴 후 적당히 시골에서 전원생활을 즐기겠다는 사람이 많지만 실제 시골에서 몇 달 못산다. 내가 취재해 보니 시골 별장 70%가 빈집이다. 귀촌해서 처음에는 마을협의회에 열심히 나가지만 3년 버티기 어렵다. 고액 연금생활자들이 무료하니까 부업으로 펜션을 운영하면 모를까. 그런데 은행에서 돈 빌려서 펜션사업을 하면 망한다.”

-그래도 귀촌을 하거나 펜션을 운영하며 수입도 올리는 사례가 많다.

“강원도 평창에서 펜션하는 사람을 취재했다. 그는 먼저 땅을 마련하고 1년 동안 건축공사 현장을 다녔다고 한다. 그리고 기술을 배워 자신이 직접 집을 지었다. 건축업자에게 펜션 건축을 맡기면 망한다고 보면 틀림없다. 그렇게 그는 펜션 3동을 직접 지어 한 달 150만원 수입을 올린다. 그는 생활비가 좀 모자라면 일당 30만원짜리 공사장에 가서 벌충한다고 한다. 그는 매우 만족스럽게 산다.”

-그렇다고 은퇴 후 20~30년을 빈둥거리며 살 수만은 없는 일 아닌가. 우리나라에 자영업자가 세계에서 가장 많다는 것은 그만큼 월급쟁이로 장기근속하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직장 은퇴자들이 명심해야 할 것은 모든 사업이 치열한 경쟁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치킨집도 육체적으로 매우 힘들어 BBQ만 해도 나이 57세 이상인 사람과 계약하지 않는다. 장사 잘하는 39세 도시락 가게 주인을 취재한 적이 있다. 미국에서 8년간 살다 온 그는 1년 6개월을 자전거를 타고 점포를 물색하러 다녔고, 6개월간 설거지를 하며 음식 만드는 일을 배웠다. 이런 준비를 마치고 2년 만에 도시락 가게를 차려 성공했다. 그는 지금도 새벽 2시에 나와 음식을 준비한다. 이런 준비와 각오 없이 장사하면 십중팔구 망한다.”

-은퇴자들이 사업을 하는 데 있어 명심해야 할 것은 무엇인가.

“자신이 가장 잘할 수 있는 재능(탤런트)으로 수익을 올려야 한다. 일본 펜션 주인은 자신이 제일 잘하는 것을 간판에 붙인다. 빵을 잘하면 ‘베이커리 펜션’, 은행원 출신이면 ‘뱅커스 펜션’이라는 식이다. 일본 펜션은 우리처럼 밤새 술 먹고 쓰러져 자는 공간이 아니다. 동호인들끼리 취미를 공유하면서 정보도 얻고 쉬는 공간이다. 그래서 일본 펜션 주인은 전문성을 가진 명함을 가지고 당당히 사회생활을 한다. 명함은 은퇴자들에게 일종의 자존심 같은 것으로, 매우 중요하다.”

-TV <윤영무 경제학>에서 준비하고 있는 또 다른 아이템은 무엇인가.

“은퇴자들이 잘살기 위해서는 여행을 다녀야 한다. 여행은 확실한 투자로, 혼자 차분하게 여행을 하라. 그러나 알차게 다녀야 한다. 100만원으로 일주일 일본열도 열차여행을 기획하고 있다. 열차패스 24만원, 역앞 호텔비 5만원씩 6일 30만원, 일본은 식대가 싸 30만원, 16만원은 대구에서 일본 비행기 왕복표다.”

그는 일본 기차여행을 하면서 취재·촬영해서 영상을 방송에 올릴 것이다. 요즘 그는 스마트폰으로 동영상을 찍고 노트북으로 편집하는 것을 배우고 있다. 그는 “1인 방송은 혼자 기획하고, 섭외하고, 취재하고, 촬영하고, 편집하고 다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한때 공중파 방송사 은퇴자들을 회비 10만원씩에 모아 언론협동조합을 만들려고 했다. 그러나 그는 “기자 출신들은 회비를 잘 내지 않더라”며 웃었다.

1956년 충남 부여에서 장남으로 태어난 그는 기자 시절 <대한민국에서 장남으로 살아남기>라는 베스트셀러를 쓰기도 했다. 그는 “너무 실감난다며 책 보고 울었다고 전화 온 사람이 많았다”면서 “10만권 정도 팔렸다”고 말했다. 중학교 때 부친의 사업이 망하는 바람에 신문배달 등을 하며 어렵게 학교를 다녔다. 건국대 정외과를 나와 1982년 MBC 기자로 입사, 사회부·과학부를 거쳐 경제부에서 오래 근무했다.

한식 표준화·자동화에 관심 늘어

기자 시절 <1원의 경제학>을 만들어 큰 인기를 끌었다. 그는 “1년 동안 100개가 넘는 아이템을 소화하느라 눈의 실핏줄이 7번이나 터졌다”면서 “방송사는 1분 단위로 시청률을 체크하는데 이 프로그램 시간대만 정확히 시청률이 30%로 올랐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 IMF 경제위기로 모든 사람이 힘들어 하던 상황으로, 일면 요즘 경제사정과 비슷하다고 말했다. MBC 미디어뉴스 국장, MBC아카데미 이사까지 30년 넘게 근무하다 은퇴했다. 은퇴자를 위한 TAN 네트워크 등 1인 방송국을 하다 치킨업체 BBQ 부사장이 되면서 이번 치킨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그는 요즘 한식 프랜차이즈 세계화를 위한 표준화·자동화에 관심이 많다. 이를 위해 미국 햄버거 매장에서 8시간 정밀취재를 한 적이 있다. 그는 “취재 결과 주방장이 없고, 주문 후 4분30초면 정확히 나오고, 365일 맛이 변함이 없다는 세 가지 결론을 얻었다”면서 “이 세 가지를 위해 정교한 레시피 표준화와 자동화 시설투자가 이뤄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식도 해외진출을 하려면 이것이 충족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 스시는 뉴욕에 1000개 점포가 있고, 스시는 이제 거의 표준화된 제품”이라며 “이에 비해 우리 한식당은 100개도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한식이 세계화에 번번이 실패하는 이유로 “우리는 손맛, 칼맛, 불맛 등 아날로그를 강조한 나머지 표준화가 안 되기 때문”이라며 “요리사와 엔지니어가 융합되고 인공지능이 결합돼야 최상의 표준화된 요리가 나온다”고 말했다. 미국은 360개 인공지능이 부착된 햄버거 로봇이 인간보다 더 정확하게 최상의 햄버거를 만든다고 소개했다.

물론 식당에 가서 자동화된 로봇이 만든 음식을 먹어야 할지는 개인이 판단할 문제다. 하지만 우리는 소득에 비해, 심각한 가계부채에 비해 음식값이 비싼 것이 사실이다. 그는 “1인당 국민소득 2만5000달러(2018년)인 우리나라보다 거의 두 배 많은 일본(4만3000달러)은 우리돈 3000원이면 훌륭한 한 끼 식사가 가능한데 우리는 보통 점심값이 7000원이 넘는다”면서 “셰프가 하는 요리는 비싸게 받지만, 보통사람의 일상에서 한끼는 값싸게 먹을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기자 시절에는 절감하지 못했지만 60이 넘어 정년퇴직을 하니 세상이 보이기 시작한다”면서 “후회하지만 지금도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자신의 TV방송국에서 DMZ 평화의 길을 걸으며 세계에 영어로 평화방송을 송출해 보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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