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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글라데시 현지 활동가에게 들어본 '방글라데시 학생 시위'

방글라데시 수도 다카에서 ‘교통 안전’을 요구하며 9일간 이어진 대규모 학생 시위가 끝났다. 지난달 29일(현지시간) 10대 학생 2명의 목숨을 앗아간 교통사고에서 시작된 이 시위는 도시는 물론 정국을 뒤흔들었다.

경향신문은 10일 방글라데시의 교육운동 활동가 미시르 알리(가명)에게 이번 방글라데시 시위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었다. 그는 방글라데시 내 교육 격차 해소를 위한 한 현지 비영리단체에 소속돼 있다. 알리의 요청에 따라 그의 이름과 소속 단체를 가명으로 처리했다. 인터뷰는 e-메일을 통해 이뤄졌다.

지난 4일(현지시간) 방글라데시 수도 다카 시내의 한 도로를 점거한 학생들이 도로 안전 개선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다카|AP연합뉴스

지난 4일(현지시간) 방글라데시 수도 다카 시내의 한 도로를 점거한 학생들이 도로 안전 개선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다카|AP연합뉴스

■더 이상 참을 수 없어 나온 학생들

알리는 학생들이 거리로 나온 이유에 대해 한 마디로 “더 이상 참을 수 없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이어 “지금까지 사고와 죽음은 계속됐지만 그 어떤 조치도 취해지지 않았다”며 “(교통) 시스템은 개선되지 않았고 더 많은 죽음이 있을 뿐이었다”고 말했다. 도로 안전 개선을 요구하며 시작된 시위에서는 삶과 지역사회, 안전한 도시 만들기 등 여러 이슈들이 터져나왔다고 그는 설명했다.

시위가 본격화된 지난 1일에는 알리 또한 학생들에 의해 차를 세워야 했다. 수도 다카에서 남동부의 항만 도시 치타공으로 향하던 길이었다. 그는 “학생들이 교통을 통제하고 면허증을 확인하는 것을 보았다”며 “이들이 교통과 도로 안전을 책임지는 모습은 나에겐 기쁨이었다”고 회상했다.

■“방글라데시 교통? 경찰조차 신호 안지켜”

알리도 방글라데시의 ‘교통 지옥’에 대해 할 말이 많다. 그는 최근 가까운 친구 둘을 교통사고로 잃었다고 했다. 지난달 초 한 친구가 오토바이를 타고 길을 건너려고 대기하던 중 버스에 치여 세상을 떠났다. 몇 달 전에는 버스에서 내리던 또다른 친구를 버스가 쳤다.

“보행자, 오토바이, 버스, 자동차…. 어느 누구도 규칙을 따르지 않습니다. 고속도로는 안전하지 않고 사람들이 걷기 적절한 보도는 없어요. 신호등은 그저 장식용입니다. 교통을 지도하는 교통 경찰조차 신호를 지키지 않습니다.”

불과 일주일 전에는 교통 경찰로부터 뇌물을 요구받은 일도 있었다. 친구와 함께 비자를 신청하러 던 길이었다. 그는 “나는 아무 잘못도 하지 않았는데 경찰이 뇌물을 요구했다. 나는 꿈쩍하지 않았다”고 했다.

셰이크 하시나 방글라데시 총리. 하시나 총리는 학생들의 시위 배후에 야당 방글라데시민족주의자당(BNP)가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다카|신화연합뉴스

셰이크 하시나 방글라데시 총리. 하시나 총리는 학생들의 시위 배후에 야당 방글라데시민족주의자당(BNP)가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다카|신화연합뉴스

■‘시위 배후설’·‘반정부 시위설’엔 거리두기

경찰조차 신호를 지키지 않을만큼 방글라데시의 교통 상황은 불안하다. 이는 방글라데시 정부도 인정하는 문제다. 하지만 학생들이 교통 안전 외 다른 목적으로 시위를 벌이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계속 제기됐다. 정부가 시위 초기 학생들이 요구한 과속방지턱 설치 등 사항을 대부분 수용하고, 교통 안전 개선을 약속한 후에도 시위가 끝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부·여당은 제1야당 방글라데시민족주의자당(BNP)이 오는 12월 총선을 위해 시위를 이용하고 있다고 주장해왔다. 이에 대해 알리는 “시위는 초당적이었다”며 선을 그었다. 이어 “이 시위가 어느 정당의 지원도 받지 않기 때문에 참여했다는 많은 사람을 알고 있다”고도 했다. 그는 정부가 시위의 의도를 왜곡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우리는 집권당이 그런 주장을 한 것에 대해 전혀 놀라지 않았습니다. 집권당에게는 아주 쓸만한 이야기가 될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알리는 현 정부에 대한 불만 또한 시위의 배경에 있는 것 아니냐고 묻자 거리를 뒀다. 그는 “시위대의 요구가 ‘충족’됐음에도 시위가 계속된 것이 BNP 등 제3자의 개입 때문이라는 주장이 나왔다”며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정부의 이야기”라고 말했다.

실제 시위 현장에서 학생들은 제기된 의혹을 적극 부인했다. 한 외신 사진에는 시위대 한 명이 “이것은 정치적인 움직임이 아니다. 학생들과 평범한 사람들의 요구이다. 우리는 안전한 도로, 바른 판결, 안전한 나라를 원한다”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소리치는 모습이 담기기도 했다.

알리는 정부에 대한 불신을 시위 지속의 이유로 들었다. 그는 “요구사항이 실제로 이행될 지 아닐지 확신이 없었기 때문”이라며 “시위대를 두고 위선적이라고 비판해 물의를 빚었던 샤자한 칸 운송부 장관의 진실되지 못한 사과 또한 이유가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도로 안전 개선을 요구하는 방글라데시 학생들의 시위가 시작된 지난달 29일(현지시간) 다카의 한 오토바이 운전자가 자신의 운전면허증을 입에 물고 학생들의 검문을 통과하고 있다. 다카|EPA연합뉴스

도로 안전 개선을 요구하는 방글라데시 학생들의 시위가 시작된 지난달 29일(현지시간) 다카의 한 오토바이 운전자가 자신의 운전면허증을 입에 물고 학생들의 검문을 통과하고 있다. 다카|EPA연합뉴스

■시위 종료 그 후…“거리 풍경이 달라졌다”

학생들은 도로 위를 떠났다. 대중교통도 재개됐다. 교통 체증도 다시 시작됐다. 하지만 알리는 시위 후 거리 풍경이 분명 달라졌다고 했다.

“어떤 사람들은 학생들이 시위를 벌었을 때보다 지금이 훨씬 도로 사정이 나아졌다고 생각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잘 지켜보면 사람들의 행동이 달라졌다는 것을 알 수 있어요. 면허증을 갱신하기 위해 줄을 서는 사람이 많아졌습니다. 사람들이 서로에게 교통 법규를 알려주는 모습도 볼 수 있습니다.”

알리는 시위는 끝났지만 싸움은 끝난 게 아니라고 했다. 그는 “길 위의 항의는 사라졌을지 모르지만 소셜 미디어를 통한 싸움은 계속되고 있다”며 “우리가 과거로 돌아갈 것이라는 두려움이 물론 있다. 하지만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지 지켜보자”고 말했다.

방글라데시 정부는 지난 6일 강경한 교통사고 처벌 대책을 내놨다. 고의적인 교통 사망사고 가해자를 최고 사형에 처하도록 하겠다는 것이었다. 학생들의 요구를 받아들인 것이다. 그러나 알리는 개인에 대한 처벌보다 교통 체계의 관리자, 즉 정부의 책임을 강조했다.

“좋은 경찰이 많지만 부패한 경찰도 많습니다. 이들은 ‘브이아이피(VIP)’나 비싼 차는 건드리지 않아요. 자신이 입을 피해를 두려워하기 때문이죠. 하지만 이들은 누군가에겐 뇌물을 요구합니다. 교통 사고에 대한 궁극적 책임은 운전자가 아닌 교통 체계를 관리하는 사람들, 고위 관리들에게 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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