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혹"하고 "처절"했던 바른미래 정견 발표장

2018. 8. 10. 2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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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대표·최고위원 '컷오프' 연설
지방선거 참패 뒤 지지율 5%
"죽느냐 사느냐 기로" 공감 속
9·2 전당대회서 새 지도부 선출

[한겨레]

10일 국회에서 열린 바른미래당 당 대표·최고위원 선출을 위한 정견발표에 10명의 후보들이 참석했다.

9월2일 바른미래당은 당대표를 뽑는다. 10일 국회 의원회관 대강당에서는 당대표·최고위원 선출을 위한 예비경선(컷오프) 정견발표회가 열렸다.

후보들 10명의 현실인식은 비슷했다. “죽느냐 사느냐”, “참혹”, “처절” 등 다소 과격한 단어가 대강당에 넘쳤다. 지난 6·13 지방선거 참패 뒤 바른미래당에선 회생의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갤럽이 지난 7~9일 전국 성인 1003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이날 발표한 바른미래당 지지율은 5%였다. (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포인트,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누리집 참조) 6~7%대가 그나마 유지돼 왔는데, 최근 들어선 5%대로 지지도가 더 떨어졌다.

정견 발표의 포문은 재선 하태경 의원이 열었다. 하 의원의 원고엔 손으로 적은 친필 흔적이 가득했다. 연단 위에 오른 그는 원고를 연신 들여다보며 비장한 표정으로 말했다.

“우리 당은 죽느냐 사느냐 그 기로에 있다. 적당히 현상유지 하다가 적당히 정계개편의 흐름에 올라타선 적당히 생존이나 도모해보자는, 나약하고 무능한 리더십에 우리 당을 맡길 것이냐, 아니면 혁명적 변화를 이뤄 야당을 뿌리부터 완전히 갈아 엎을, 근본적 변화의 리더십을 만들어낼 것이냐. 그 선택이, 여러분들에게 있다.”

그는 바른미래당의 노선과 관련해서 “문재인 정부의 외교·안보 정책에는 초당적으로 임해야 한다. 하지만 경제를 살리기 위해선 강력한 야당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당대표가 되면 “비례대표 공천의 절반을 20~40대 젊은 세대에 할당하는 청년명부 비례대표제를 도입하겠다”고 공약했다.

기호 2번은 김영환 전 의원이었다. 그는 “서기 180년이었습니다”로 연설을 시작했다. 어느 후보보다도 표정이 심각했다. “로마의 대장군 막시무스가 전쟁터에서 돌아왔을 때 황제는 죽어있었고 가족들은 몰살됐고 그의 집은 불타고 있었다.” 여기에 바른미래당을 빗댔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1000명이 넘는 후보들이 몰살당했다. 선거비용 보전도 못 받고 몰살당했다. 새정치의 깃발은 내동댕이쳐졌고 무참하고 참혹하게 쓰러져갔다.”

그는 “막시무스처럼 검투사가 되기로 마음먹었다”고 했다. 그는 바른미래당에 비해 지지율 상승이 계속되고 있는 정의당을 의식한 듯 “우리는 정의당보다 더 정의와 진실을 위해 싸워야 한다”고 말했다.

싸움의 대상으로는 ‘드루킹 사건’과 ‘이재명 사건’을 꼽았다. 드루킹의 댓글 조작으로 인해 “선거가 무효고 대선이 무효”라고 주장했고, 이재명 경기지사 관련 의혹은 “사건이 아직 문지방도 넘지 못했다”고 외쳤다. 김 전 의원은 출마선언을 하며 이재명 경기도지사 관련 기자간담회를 1주일에 1~2번씩 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1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바른미래당 당 대표·최고위원 선출을 위한 정견발표에 앞서 사진을 찍고 있는 후보들.

호남을 지역구로 둔 정운천 의원은 자신이 걸어온 길을 읊는 데 집중했다. “참다래를 우리나라 7대 과수로 만들었고…(이명박 정부때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을 맡으며) 농업을 살리겠다고 들어갔는데 이게 웬 일입니까. 한-미 에프티에이(FTA) 쇠고기 협상이 딱 걸려가지고 6개월만에 그만둬버렸다…(보수 정당 소속이지만 호남 전주에 내려가서) 7~8년동안 때론 무릎을 꿇고 때론 절을 하고 도저히 안 되니까 꼬끼오도 외쳐보고 그렇게 해서 당선됐더니 또 박근혜 대통령이 그놈의 패권으로 또 망해버렸어! 그래서 탄핵에 찬성하고 바른정당을 만들고 바른미래당까지 왔다.”

이 에너지로 바른미래당의 화학적 통합을 이루겠다는 취지였다.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이 지난 2월 통합했지만 화학적 결합을 이루지 못한 점에 대다수 후보들은 공감하고 있었다.

이준석 전 서울 노원병 지역위원장은 세대교체를 내세웠다. 이번에 출마한 후보(별도로 뽑는 청년 최고위원 제외)들 가운데 그는 유일한 30대다. 올해 33살인 그는 “세대를 건너뛰어 30대 당대표를 탄생시키는 것이 두렵냐”고 물으며 “민주당이 586의 만성 변비에 시달리고 있을 때 우리가 좀 더 가볍게 세대를 건너뛰어 30대 당대표로 파격을 만들어보자”고 외쳤다. 그는 “정치꾼과 호사가들이 만들어낸 ‘경험과 경륜’이라는 허상이 우리를 지배하는지, 구호로만 존재한다고 비판받는 개혁보수와 새정치를 완성시킬 새로운 젊은 리더를 탄생시킬지 대한민국이 우리를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손학규 전 상임선대위원장은 알 수 없는 미소를 띤 채 이 전 위원장의 연설을 지켜봤다.

10일 국회에서 열린 바른미래당 당 대표·최고위원 선출을 위한 정견발표에 앞서 당원들을 맞이하고 있는 후보들.

마지막은 손학규 전 위원장이었다. 10명의 후보 가운데 기호 10번이다. 앞서 다수 후보들이 이미 그를 비판한 뒤였다. ‘올드보이’ 평가에 대한 공격이었다. 이를 의식한 듯 그는 이 얘길 먼저 꺼냈다. “많은 분들이 제게 뭐하러 나왔냐. 웬 욕심이 그리 많냐고 한다. 내키지 않는 발걸음이었다.” 방점은 “그러나 이대로 두고 볼 수 없어서 나왔다”에 찍혔다. 그는 “바른미래당은 이대로 가다간 다음 총선에서 국회의원을 하나도 못 낼 것이고, 제대로 된 후보 하나 내지도 못할 정당으로 추락하는 것을 그대로 두고 볼 수 없어서 나왔다”고 했다. 당내 ‘세대교체’ 요구에 대해선 “세대교체는 시대적 요구”라며 “저는 새로운 사람들이 뛰어놀 수 있는 마당을 만들고 깨끗이 물러날 것”이라고 했다.

10일 국회에서 열린 바른미래당 당 대표·최고위원 선출을 위한 정견발표회 현장. 좌중에는 60대 이상 지지자들이 눈에 많이 띄었다.

이밖에 비례대표 신용현 의원, 바른정당 출신의 권은희 전 의원, 장성민 전 의원과 이수봉 전 인천시당위원장, 장성철 전 제주도당 위원장 등이 나서 당원들에게 한표를 호소했다. 암울한 당 상황에 대한 진단은 비슷했다. 이날 정견발표 현장을 찾은 이들 다수는 60대 이상 지지자들이었다. 유투브 실시간 방송은 2000여회의 조회수를 나타냈다. 바른미래당 당원은 36만여명이다. 바른미래당은 11일 당원 여론조사를 통해 10명 중 본선에 오를 6명의 후보를 추려낸다. 최종 당대표는 9월2일 당원 ‘1인2표’제로 뽑힌다. 새 당대표는 “참혹함”과 “처절함”을 딛고 바른미래당을 구할 수 있을까?

글·사진 송경화 기자 freehw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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