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집 K리거] 데얀, "사랑하는 한국 축구에 쓴 소리 안 할 수 없다"

김형중 입력 2018. 8. 10. 18:31 수정 2018. 8. 10. 2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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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개국 70명. 축구를 하기 위해 대한민국으로 온 K리그 외국인 선수들의 국적과 숫자입니다. 그들이 얘기하는 K리그와 한국 생활은 어떨까요? 골닷컴이 <이웃집 K리거> 통해 그들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다섯 번째 주인공을 수원 삼성의 데얀 선수입니다.

[골닷컴] 배가원 인턴기자 = 어느덧 한국 생활 10년차. K리그의 살아있는 레전드이자 외국인 선수들의 큰형 데얀. 최근 몇 년간 한국에 온 발칸 반도 출신 선수들을 보며 자신의 초창기 시절을 떠올라 감회가 새롭다고 하는 데얀은 잠시 추억에 잠겼다.

2007년 한국에 처음 왔을 당시 그도 먼저 와 있던 동료들 덕에 큰 어려움은 없었지만 한국의 밑반찬을 보고 크게 놀랐다. 유럽에선 그와 비슷한 거라고는 커다란 샐러드 보울이 전부라서 한국 식탁의 풍경이 너무도 새로웠다.

매운 음식에 익숙하지 않던 그 시절 매일 닭고기와 파스타만 먹다 지쳐 시도하게 된 한식. 그 맛과 향에 반해 이제는 매운 걸 못 먹는 아내에게까지 찌개를 먹으라고 한다.

1996년 프로 선수로 데뷔한 데얀은 현재까지 세르비아, 한국 그리고 중국에서 뛰며 다양한 경험을 쌓았다.

세르비아에서 축구 커리어를 시작한 데얀은 고정적 연봉이 없는 것을 세르비아 리그의 가장 큰 단점으로 집었다. 선수들에게 투자하는 금액이 불규칙한 탓에 재능 있는 어린 선수들은 일찌감치 세르비아를 떠나는 것이다. 이 때문에 재능 있는 선수들이 부족한 세르비아 리그는 좋은 전술과 플레이 스타일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더 발전하지 못한다.


한국에서 한창 뛰다 2014년에 중국으로 가 장쑤 쑨텐(현 장쑤 쑤닝)에서 6개월, 베이징 궈안에서 일 년 반을 지낸 데얀은 중국 리그의 열정적인 팬들을 높이 샀다. 중국 팬들은 매 경기마다 3-5만 관중으로 경기장을 꽉 채우고, 시작 전 선수단 버스를 발로 차고 소리를 지르며 엄청난 열기를 보여준다.

당시 그런 열띤 응원과 분위기 속에 데얀은 처음으로 축구 선수가 된 기분을 느꼈다고 했다.

“그런 응원 분위기는 저희 축구 선수들이 느끼고 싶어하는 거예요. 만약에 한국에 이런 응원 분위기가 있다면 앞으로 50년 동안 AFC 챔피언스리그는 K리그 팀이 우승할 거예요. 진짜로요.”

하지만 뜨거운 팬들의 관심에도 불구하고 중국 리그의 수준은 높지 않다. 중국은 자국 리그 보호를 위해 아시아축구연맹의 아시안쿼터와 관계없이 경기당 출전할 수 있는 외국인 선수를 3명으로 제한했다. 데얀은 거액의 돈으로 데려온 상위급 외국인 선수들 세 명과 의무적으로 출전하는 중국 선수 여덟 명의 수준 차이가 너무도 큰 게 문제점이라고 지적했다.

인천 유나이티드를 통해 K리그에 처음 합류한 데얀은 일 년 뒤 FC서울로 이적해 총 8년을 뛰었다. 2018년 초 서울의 최대 라이벌 팀인 수원 삼성으로 팀을 옮겼다. 총 10년 동안 K리그에서 뛰며 생활한 결과, 그는 현재 K리그가 10년 전에 비해 수준이 내려가고 있는 기분이라며 솔직한 생각을 말했다.

세르비아와 중국 리그에 비해 K리그는 훌륭한 선수들, 능력, 뛰어난 성품, 최고급 시설 등 좋은 팀을 만들 수 있는 조건은 다 갖췄다. 하지만 가장 큰 문제점은 바뀌려고 하지 않는 마인드와 텅 비어 있는 경기장이다.

K리그와 대표팀에 외국인 스태프가 너무 적은 점을 지적했다. 물론 대한민국에서 한국 사람을 기용하는 건 당연한 일이고, 데얀 또한 그 부분은 존중하지만 가끔은 새로운 시각, 다양한 의견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2018 러시아 월드컵을 1승 2패 조3위로 마치고 16강 진출에 실패한 한국 축구대표팀. 1부 리그 기준 2007년 열 네 구단에 경기당 평균 1만1,800여명 관중에서 2017년 열 두 구단에 경기당 평균 6,500 관중으로 줄은 K리그.

현재 국제 대회에서 부진한 성적을 거두고 있는 대표팀과 관중이 하락하고 있는 K리그가 다시 성장하고 세계적인 레벨로 올라오기 위해서는 다양한 관점의 조언이 필요한 시기다.

“조금 거세게 말하면 그냥 잘라버리죠. 조언을 듣고는 ‘어쩌면 네 말이 맞는지도 몰라’라고 하는게 아니라 그냥 ‘알았어. 알았어. 알았다고’하고는 잘라버리는 거예요. 말을 하면 옆으로 밀려나는 거죠.”

데얀은 여태껏 한국 축구계가 고집해 온 방식이 이런 저조한 결과를 냈다면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오픈 마인드로 새롭고 다양한 의견들에 귀를 기울이기 시작하면 구단들은 성장 할 수 있다. 그리고 구단들이 성장하면 경기력이 향상하고, 질이 높아진 경기를 보기 위해 팬들은 경기장을 찾을 것이다.

이처럼 현재 한국 축구가 마주하고 있는 문제점은 하나만 바뀌어서는 고쳐질 수 없다는 게 데얀의 의견이다. 대신 그는 다시 처음부터 하나씩 고쳐 나가야 한다며 의견을 제안했다.

“제가 FC서울에 있었던 몇 년 동안 저희는 매 경기마다 두 골, 세 골, 네 골씩 넣었어요. 저희는 ‘축구’를 했고, 많은 관중이 직관을 왔어요. 그 당시 서울은 평균 3만 관중이 저희를 보기 위해 왔었다고요! 왜냐하면 경기가 엄청 재미있다는 걸 아니까.”

데얀은 과거에 비해 경기들이 많이 심심해졌다고 했다. 물론 이기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기든 지든 관중 만명을 데려 오기 위한 재미있는 경기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페널티로 넣은 골 한 두 개로 승패가 갈리거나 잠잠한 0-0 무승부가 빈번한 요즘 경기들은 축구 선수인 자신도 보기 싫을 정도로 지루하다고 했다.

“저라면 경기장 가서 안봐요. 저는 축구 선수인데도 말이에요. 집에 앉아서 맥주나 마시면서 텔레비전으로 보고 말죠.”


중국에서 팬들의 뜨거운 열기를 느껴본 데얀은 축구 선수에게 있어서 팬들은 경기를 즐겁게 뛸 수 있는 큰 요인이라고 말했다. 그렇기 때문에 이 문제점을 개선하는 건 쉽지 않겠지만 선수, 협회 등 모두가 함께 고쳐 나가자고 제안했다.

자신의 축구 커리어 중 다른 리그로 이적할 기회가 수없이 많았다는 데얀은 더 좋은 조건을 가지고 이적 제안을 해온 클럽들을 거절한 이유는 한국이 좋아서라고 밝혔다. 이제는 동료 선수들과 팬들 모두가 인정하는 ‘데얀민국’은 한국 축구가 어디 내놓아도 뒤쳐지지 않을 정도로 성장했으면 좋겠다며 진심 어린 쓴 소리를 했다.

“경기장 밖에서라도 제가 도울 만한 게 있다면 언제든 환영이에요. 그렇지만 아까 말했듯이 열린 마음가짐을 가져주세요.”

※ 한국을 사랑하는 데얀의 인터뷰 그 두번째 이야기는 슈퍼매치가 열리는 8월 15일 오전 공개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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